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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다이어트, 영어공부... 새해를 앞두고 또 이런저런 목표를 세우며 긴장하고 계신가요. 다가오는 2020년은 조금 색다르게 맞이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매해 의무적으로 도전해오던 걸 과감히 내려놓거나, 역발상으로 신년 목표나 계획을 접근하거나. '제 신년 목표는 좀 다릅니다만'는 새해에는 '하지 않기로 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편집자말]
 계획이 세밀하고 꼼꼼할 수록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돌발상황을 많이 만난다
 계획이 세밀하고 꼼꼼할 수록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돌발상황을 많이 만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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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새로 다이어리를 받으면 연별, 월별 계획표를 세우고 혼자 좋아했다.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나는 곧 돈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고, 영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이어트도 성공해서 10kg 정도는 넉넉히 감량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여행을 갈 때도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이었다. 항공권과 숙박은 물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어느 맛집에 갈지 엑셀에 가득 일정을 적어놓고는 했다. 이런 나의 성격 덕분에 가족들의 여행 계획은 모두 내 차지였다. 심지어 남편은 여행을 떠나는 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기 전 묻는다.

"우리가 어디로 간다고?"

그런 내가 지난해부터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올해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2019년부터는 세밀한 계획보다는 키워드로 딱 한 가지만 정했다.

전년도 키워드는 '충실하게, 재미있게'였다. 그래서 올 한해, 나는 충실하게,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회사생활에서도 충실하며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육아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현재 내가 머무는 시간과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즐거울지를 고민했다.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노력했고, 직장 일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렇게 된 계기는 친구의 죽음이었다. 사십대 중반, 내 친구가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 20살에 만나서 우정을 쌓았지만, 졸업 후 우리는 각자의 삶에 바빴다. 1년에 두어 번 만나던 모임은 1년에 한 번에서 1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모임이 됐다. 우리의 일상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에서만 나눌 수 있었다. 우리의 약속은 바쁜 일상을 핑계로 쉽게 미루어졌다.

"다음에 보자."

그렇게 말했지만, 더는 다음에 볼 수 없게 됐다. 모든 일을 제쳐놓고 그 해에 친구를 마주했던 자리는 친구의 장례식장이었다. 친구와 마지막으로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친구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 창 밖 풍경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 12월의 겨울이었다.

친구를 보내고 나는 질문을 마주했다. 나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많은 계획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죽음이라는 큰 명제를 앞에 두고, 나는 먼 미래보다 현재 머물고 있는 지금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계획보다 중요한 것

돌이켜보면 나는 디테일하고 꼼꼼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꿈은 창대하고, 성격은 급했다.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즉각적인 실천으로 결과를 빨리 도출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그러하던가. 계획대로 실천하기도 힘들었고, 계획대로 결과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꿈이 창대했으므로 작심삼일이 좀 길게 가긴 했는데, 길게 가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실천이 잘 안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실패의 경험이 쌓여 내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매년 나는 실패의 경험을 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여행도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았다. 날씨가 더워서, 비가 와서,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등등.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지 못할 사유는 넘쳐났고, 빨리 이동하기보다 숙소에서 오래 머물며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았다.

처음엔 아이에게, 남편에게 짜증을 냈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받은 휴가인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뒹굴 거라면 집에 있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돈을 써서 여행을 왔으니 계획대로 먹고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아이에게 물었다.

"이번 여행은 어땠어?"
"다 좋았어."
"뭐가 제일 좋았는데?"
"그냥, 다~ 엄마랑 아빠랑 하루 종일 같이 있어서 그냥 다 좋았어."

 
 가족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낯선 곳에서 가족과 온전히 함께하고 서로 의지한다는 것이다
 가족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낯선 곳에서 가족과 온전히 함께하고 서로 의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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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내가 짜증을 내서 아이가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진 것은 아닌지 염려됐지만, 아이는 모든 것이 다 좋다고 했다. 아이는 이미 여행의 맛을 알고 있었다. 여행지가 어디인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워킹맘으로 살면서 직장과 집에서 종종거리는 동안 아이는 쑥쑥 자라서 부모보다 친구를 더 찾는 나이가 됐다. 우리 가족에게 직장, 학교,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온전히 가족과 마주앉아 있는 시간이 중요할 뿐, 여행의 계획은 중요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초에 계획적인 삶을 지향했던 이유는 끌려가는 삶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현재에 불만이 많았으므로 개선된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계획에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에서는 중요한 것 한 가지, 그것만 챙기면 된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대강의 큰 그림만 그려놓는 것이다. 올해의 키워드를 생각하고, 그에 맞게 생활을 하는 것이다.

2020년 나의 키워드는 '정리'

지난해 키워드가 '충실하게, 재미있게'였다면, 2020년 나의 키워드는 '정리하기'이다. 키워드 선정은 연말 즈음에 오랫동안 생각을 해서 정한다. 새벽에 조용히 앉아서 생각을 한다.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새벽, 홀로 앉아서 2019년을 정리하며 내가 살아온 길,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이 방향이다. 나의 내년 키워드는 '정리하기'다.

성격상 미니멀리즘은 거리가 멀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활을 간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에너지는 줄어드는데, 해야 할 일들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및 생활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쳐나는 책장을 정리하여 책들을 나눔하고, 열심히 벌고 절약해서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 여기저기 참여했던 모임도 조금 정리하기로 했다.

키워드 선정이 가져온 변화는 지금 현재 머물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천하는 데 있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기준을 정하고 나니 실천은 쉬웠다. 거창한 계획보다 내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 기준과 가치라면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매년 실패를 쌓았던 나의 계획은, 이제 매년 성공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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