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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직원들이 돌보고 있는 길고양이
 충남교육청 직원들이 돌보고 있는 길고양이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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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수많은 동물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인간에 의해 파헤쳐진 산과 들은 인간의 소유 이전에 동물들의 터전이었다. 터전을 잃고 도시로 내려온 멧돼지들은 발견 즉시 사살이 되고, 길고양이들은 '시끄럽고, 쓰레기봉투를 뒤진다'는 이유로 미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따듯한 마음으로 동물들을 살뜰히 돌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충남도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 공익근무요원들은 수년째 충남교육청에 터를 잡고사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고 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길고양이 한 마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다.

취재를 미루고 미루다가 문득 2019년이 다가 가기 전에 이들을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일 공익요원들을 만나봤다. 게으름으로 취재를 조금 더 미뤘더라면 황태현 공익요원을 만나보지 못할 뻔 했다. 황태현(22) 공익요원은 공교롭게도 23개월간의 복무를 마치고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 제대를 한다고 했다.

황태현(22)·곽성찬(23) 공익요원은 지난해 6월부터 전임자의 바통을 이어 받아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황태현 요원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텐데 고양이와 정이 들까봐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충남교육청 직원들도 십시일반으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지원하고 있다.
 
왼쪽이 황태현, 오른쪽이 곽성찬 공익근무요원이다.
 왼쪽이 황태현, 오른쪽이 곽성찬 공익근무요원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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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에 있던 직원 한분이 계속해서 사료를 주고 있었다. 직원 분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난 뒤 고양이가 문 앞에서 계속 울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사비로 사료를 사다가 나눠 주기 시작했다.

요즘은 교육청 민원실이나 교원인사과 등 교육청 직원들이 조금씩 사료를 후원해 주고 있다. 고양이가 오는 시간은 불규칙한 편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거의 매일 밥을 주다가 이제 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비록 전달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혹시 고양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도 물었다. 황 요원은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다가 (고양이별)로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제대한 이후에도 고양이를 돌보는 손길 이어지길"

곽성찬 요원도 오는 2월 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한다. 곽 요원은 "사료를 오랫동안 주었지만 고양이가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 한다"면서도 "고양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동반자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달 후면 나도 제대를 한다"며 "그 이후에도 누군가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제대한 이후에 공백 기간이 두 달 정도 있다. 후임이 두 달 후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해는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죽어간 야생동물들이 많았다. 그나마 올해는 아직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지 않아 야생 동물들이 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다.

충남 교육청에 살고 있는 고양이는 다행히도 두 청년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겨울도 무사히 지내고 있다. 충남교육청에 근무하는 공익요원들의 착한 마음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응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자에겐 두 공익요원의 따듯한 마음, 그 차체가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가을, 교육청 옆에서 놀고 있는 길고양이. 정이 들까봐 이름은 지어 주지 못했다고.
 지난해 가을, 교육청 옆에서 놀고 있는 길고양이. 정이 들까봐 이름은 지어 주지 못했다고.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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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길고양이 돌보는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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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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