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내전> 한 장면

<검사 내전> 한 장면 ⓒ JTBC

 
검찰, 이 시대의 대표 권력이다. 민주주의의 세 축 중 하나, 그 중에서도 사법 권력 중 다시 한 부분을 담당해야 할 일부가 어느 틈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세력이 되었다.

이 추상과도 같은 '검찰의 시절'에 드라마나 영화 속 검사의 모습은 둘 중 하나였다. "반드시 잡겠습니다. 실패하면 검사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파면당하겠습니다. 그 안에 제 모든 걸 걸고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비밀의 숲> 황시목(조승우 분)같은 정의파이거나, "내 얘기 똑바로 들어,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던 <부당거래>의 주양(류승범 분)같이 권력의 떡고물을 탐하는 검사였다.

정의 또는 불의, 그렇게 양자 택일하듯 갈리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미디어 속 검사였다. 그런데, 점심 시간에 갈 식당을 놓고 진지하게 회의를 하듯 토론하는 검사들은 어떨까? 지난 16일 첫 방송을 한 JTBC <검사내전>에는 그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검사들이 등장한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검사 내전> 한 장면

<검사 내전> 한 장면 ⓒ JTBC


청춘의 빛과 그늘을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그려내 젊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청춘시대> 이태곤 피디와 박연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박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로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이전 작품과 달리 원작이 있다. 김웅 검사가 지나온 18년간의 검사 생활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동명의 책이다. 사법 연수원 29기인 김웅 검사는 인천 지검 공안 부장, 미래 기획, 형사정책단 단장을 거쳐 현재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검사내전>의 부제는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다. 

드라마 <검사내전>의 이야기는 진영지청에서 시작된다. 물론 우리나라 실제 지명이 아니다. 통영인듯 바닷가 풍경이 도드라지지만, 사법연수원 성적이 안 좋은 검사들을 배치한다는 풍문 아닌 풍문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진영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에 특수부만 오가던 차명주(정려원 분)가 발령받았을 때 진영 지청 사람들 모두가 좌천이라 입을 모아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드라마는 형사 1부에 일도 밀리고, 사람으로도 밀리는 형사 2부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풀어간다. 멋들어진 양복이 잘 어울리는 형사 2부 조민호 부장님(이성재 분). 하지만 그는 309호의 귀신 유래를 듣고 점쟁이를 찾아가 부적을 받은 뒤 그 방 책상 밑에 붙여 놓는 귀가 얇은 분이다. 부장님이 그러시니 다른 부서원들이라고 다를까. 진지하게 회의를 시작하자고 운을 떼놓곤 신참 검사 김정우(전성우 분)에게 보드에 적으라고 한 건 점심 시간에 갈 식당 목록인, 그런 식이다. 

그 가운데 지청장님과의 낚시 해프닝을 기꺼이 스스로 떠안고 눙치듯 넘어가는 이선웅(이선균 분) 검사가 있다. 동네에서 벌어진 소똥 투척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인 노인 두 분을 불러 그들의 '치정'을 기꺼이 귀기울여 듣고, 그도 안 되니 그 '치정'의 당사자인 할머니까지 불러 사건을 '무마'하려는 오지랖넓은 검사다. 하지만 또 다른 동네에서 벌어진 잦은 사건 사고를 수사할 때는 점쟁이부터 피해자의 병원까지 찾아가 그들의 하소연을 다 들어본 뒤 예리하게 신통력을 내세운 점쟁이의 음모를 찾아내는 꼼꼼한 혜안도 지녔다.

이선웅이 그렇고, 형사 2부가 그렇듯, 외진 진영지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붙들고 오늘도 씨름하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히어로이거나, 메피스토였던 그간의 검사 모습과 달라서 새롭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말로 진짜배기 검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선웅과 차명주, 악연일까? 

하지만 이 느슨한 오피스물같던 형사 2부에 서울에서 잘 나가던 엘리트 검사 차명주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우선 진영지청 사람들은 차명주가 왜 이곳에 왔는지가 궁금하다. 이선웅의 내레이션로 시작된 차명주 부임 원인 찾기. 진영지청 사람들이 원인 찾기에 몰두하는 건, 엘리트 검사라면 당연히 서울에서 물을 먹으면 진영까지 내려오는 대신 검사를 그만두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개업을 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차명주 전에 왔던 검사가 당일로 조명호 부장의 성대한 접대만 받고 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예상을 깨고 차명주는 부임한다. 심지어 "부임 첫 주니 배당없이 돌아가는 형편을 살피라"는 지청장의 말이 무색하게 형사 2부 배당 사건의 반, 거기에 그동안 형사 2부 검사들의 미제 사건까지 떠맡겠다고 나선다. 그간 형사 2부의 '관행'과는 어쩐지 엇물리는 듯한 차명주의 '솔선수범'에 형사 2부 사람들은 어쩐지 떨떠름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차명주에게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이선웅이 공들여 준비하고 있던 상습적 체불임금 기업이 미제 사건으로 차명주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선웅은 다시 돌려달라 하지만 차명주는 피해자들 보기에도 안 좋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선웅과 차명주의 꼬인 족보다. 분명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차명주가 한 기수 선배지만, 같은 대학 출신인 두 사람은 학번으로는 이선웅이 선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학 시절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먹을 정도의 안면이 있는 사이다.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명주는 첫 만남에서부터 이선웅에 대해 안면몰수하고, 이선웅은 그런 차명주가 불편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선웅이 공들였던 사건은 차명주에게 가기가 바쁘게 '합의'로 마무리되고 만다. 이에 불같이 화를 내며 차명주에게 달려간 이선웅은 "지난 5년간 상습적으로 체불한 기업을 그렇게 합의를 해주면 어떻게 하냐"고 소리친다. 차명주는 "미제 사건이 될 정도로 제대로 증거도 마련하지 못하고 뭐했냐"고 대꾸하고, "여기서 합의를 해주면 피해자는 정작 체불임금을 못받을 수도 있다"는 이선웅에, "피해자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응수하는 차명주. 

엘리트 검사 출신으로, 늘 속전속결로 사건을 해결하고 결과와 실적을 중시하는 차명주와 조금 느리더라도 이쪽 저쪽 사정을 살펴 혹시나 피해보는 사람이 없게 돌다리도 두들기던 식으로 해왔던 이선웅의 대결. 사건을 대하는 시각,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인해 앞으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 뻔하다. 또 과거 대학시절 두 사람의 인연 또한 관계 변화에 복병이 될 듯하다. 

권력의 비리도, 음모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단 2회 만에 첨예해진 두 사람의 갈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이선웅과 차명주의 전쟁은 과연? 다음주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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