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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으 표정의 정세균 총리 후보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굳은 표정의 정세균 총리 후보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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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 여성이 날보고 '누구더라, 누구더라 , 정… 정…' 하면서 이름을 기억을 못하길래, 내가 '박테리아!'라고 일러줬더니 그 여성이 '맞다 세균이지!'라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신종 플루는 염려마라. 나는 좋은 박테리아다'라고 얘길 해줬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09년 11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좋은 박테리아"란 그의 말은 '세균맨'이란 별칭으로 이어진다.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를 누비면서는 자신의 유세차를 '소독차'로 명명하기도 했다. 대중이 꺼려할 수 있는 동음이의어 '세균(細菌)'을 비틀어 친숙한 캐릭터와 좋은 뜻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그러나 그가 '세균맨'보다 기자들에게 더 즐겨 설명했던 이름은 한자 그대로 자신의 이름을 풀이한 것이었다.

"고무래 정(丁), 세상 세(世), 균등할 균(均)이다. 고무래로 세상을 균등하게 펴라는 이름이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그야말로 정치를 하라고 주신 이름 아닌가."

이러한 이름 풀이는 자신의 저서 <99%를 위한 분수경제>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 하층부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 효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져나가야 한다"는 '분수경제론'을 주장했다. 당시 정부·여당의 '낙수효과'에 대비되는 개념이자 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정책이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의 2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3천억 달러의 사나이] 그는 처음부터 '실물 경제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한 국회의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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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격이란 평가도 따른다. 정 후보자가 역대 최초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 의전서열 2위였던 입법부 수장이 의전서열 5위인 행정부 2인자로 몸을 낮추는 격의 인사인 셈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도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 성공한 실물 경제인 ▲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 ▲ 경청의 정치 등을 이유로 정 후보자를 지명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이 같은 지명 이유는 정 후보자의 다른 별칭에서도 확인된다.

먼저, '성공한 실물 경제인'에 대입되는 별칭은 "3천억 달러의 사나이"다. 이는 정 후보자의 '실물 경제통'이란 전문성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 후보자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오른 샐러리맨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그런 그를 '경제 전문가'로 발탁했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는 1997년 김대중 후보 캠프의 경제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2002년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국가비전21위원장으로서 경제특보 역할을 맡았다.

15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문한 뒤의 의정 활동도 경제와 연결돼 있다. 1998년 이른바 '한보 청문회' 조사위원으로 활약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한보그룹 측의 로비를 유일하게 거절한 의원으로 밝혀지면서 참여연대로부터 '올해의 부정부패 추방 디딤돌 후보'로 선정됐다. 또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 간사로 줄곧 활약했다.

'3천억 달러의 사나이'는 참여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재임 때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얻은 별칭이다. 공교롭게도 2006년 1월 산자부 장관 임명 당시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일었다. 집권여당 대표(열린우리당 의장)인 그가 내각 각료가 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었다. 당시 정 후보자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반박했다.

[미스터 스마일] 특유의 온화함 속 숨겨진 옹골찬 '구원투수'
     
'경청의 정치'에 대입되는 별칭은 "미스터 스마일"로 꼽을 수 있다.

특유의 온화함과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얻은 별칭이다. 특히 국회 출입 기자들의 투표로 매년 선출하는 '백봉신사상'을 올해까지 15차례 받기도 했다. '백봉신사상'은 현역 의원 중 가장 신사적인 언행과 리더십, 모범적 의정활동을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재임 땐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 시키면서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 탓에 정치인으로서 중량감 혹은 특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위기 때마다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서 옹골진 면을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즉 '경청의 정치'에 능하다고 해서 곧 유약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일례로, 정 후보자는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땐 행정도시특별법·과거사법·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들을 한나라당의 반대를 뚫고 처리해 '컴도저(컴퓨터+불도저의 합성어)'란 호칭을 얻었다. 2009년 민주당 대표 시절 땐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맞서 6일간 단식투쟁을 벌이고 5개월간 장외투쟁을 이끌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땐 '야권연대'를 토대로 승리를 이끌었다. 20대 국회 땐 국회의장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이끌었다.

특히 2016년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사 때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문제를 거론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촉구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을 'Speaker'로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눈물 훔치는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정세균 국회의장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눈물 훔치는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정세균 국회의장 2017년 5월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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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께서 우리 국회를 신뢰합니다. 국회의장을 영어로 'Speaker'라고 합니다.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인 것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쓴 소리 좀 하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장(Speaker)'에서 국민의 첫 번째 종복으로 볼 수 있는 '국무총리(Prime Minister)' 후보자로 지명된 정 후보자. 그가 또 다시 어떤 별칭을 얻을지 주목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년 5월 2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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