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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tbs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과학 지식과 관련 사회 쟁점을 전하는 코너 '과학같은 소리하네'를 통해 과학자 원종우 씨가 '식물 비명이 녹음됐다!'라는 제목으로 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이스라엘 모 대학에서 특정 식물에 스트레스 환경을 조성하고 특수한 마이크를 통해 그 소리를 측정했는데 결과는 물이 부족하거나 가지가 부러진 식물들이 실제로 20-100킬로헤르츠의 고주파 소리를 최대 30회 이상 냈다는 것. 

이에 김어준씨가 식물도 동물처럼 감각이나 의식이 있다는 학설에 "그럴 법도 하다"고 동조하며 특히 "곤충 먹는 식물의 경우 자기가 무엇을 잡아먹을 수 있는지 구분하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나"하는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다가 대화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김어준씨가 "이런 실험을 자꾸 하면 정원사들이 괴로워요"라고 하자 원종우씨가 "그것도 그렇지만 먹을 게 없어지죠"라고 했고 이에 김어준씨가 "아니 그럼 비건(채식주의자) 어떡합니까?"라고 한 것. 

그 다음 대화는 더욱 황당했다. 

원종우 : "그게 고기를 좋아하는 공장장 입장에서는 희소식 아닙니까? 어차피 마찬가지다(라고 할 수 있으니)."

김어준 : "완전한 채식주의자들은 식물은 그런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전제 하에(식물을 먹는데) (…) 근데 이게 식물이 비명을 지르면, 식물도 비명 질러, 그거 씹는 거야 산 채로 (…) 이 연구결과를 비건에게 전달해주십시오. 말도 못하는, 동물들은 소리라도 내지. 말도 못하는 식물들을 마구 먹는, 더 불쌍해!" 


그렇게 방송은 끝이 났다. 

김어준 씨의 이런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그간 동물복지나 육식을 주제로 한 쟁점을 다룰 때마다 그는 유사한 반응을 보였었다. 한 마디로 동물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육식을 줄이거나 아예 끊고 채식을 택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단골 멘트로써 그럼 식물은 고통이 없나, 장담할 수 있나, 그럼 아무것도 안 먹어야지 하는 식.

다시 실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식물이 실제로 고통을 느낀다면 심지어 비명까지 지르는 것이 사실이면 어떨까? 분명 무척 당황스럽고 도대체 그럼 무엇을 맘 편히 먹을 수 있을까 고민스럽다. 하지만 과학자 원종우의 설명처럼 이는 아직은 가설로 분류된다. 물론 사실일 수도 있다. 

요점은 식물이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과 같은 감각과 인지 능력이 있느냐보다 우선하여 우리가 먹는 소, 돼지, 개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별다른 실험 없이도 우리가 보고자 하면 너무나 명백한 눈빛과 몸짓, 소리로 그것을 증명하니까.    

김어준 씨가 비건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닌 진심으로 식물이 고통을 알까 우려스럽다면, 그 실험 결과를 비건에게 전달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간 여러 방송을 통해 숱하게 "고기만 먹습니다"라고 역설한 그 자신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육식 습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태그:#김어준뉴스공장, #김어준어록, #자유육식연맹, #김어준육식,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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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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