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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리서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과제의 핵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개최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리서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과제의 핵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개최한 것이다.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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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북한 서부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약 50% 전후로 파악된 연구 결과(추정치)가 나왔다. 19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 시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북한 공장 가동률을 약 20%대로 추정하던 것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비교적 긍정적인 수치다.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KINU·원장 임강택) 리서치 페스티벌'에서 발표한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동률이 높은 공장은 주로 음료·식료품·담배 생산 공장"이라며 "개인·돈주(신흥부유층)·중국 등 해외 투자·중앙·지방 등 투자 자본도 다양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연구위원과 공동연구자들은 2012~2017년까지 남포·신의주·순천·평성 등 북한 서부 주요도시 303개 기업을 대상으로 탈북민 인터뷰·정보 수집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공장기업소의 가동률 현황 및 결정요인에 대해 정성·정량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각 공장·기업소별 가동률 및 임금(배급) 수준을 최상-상-중-하-최하의 5단계로 분류하고 각 공장의 산업부문·소속기관·투자형태·<로동신문> 언급 회수 등 가동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했다.    

정 위원은 "조사 결과 최상과 상에 속하는 공장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임금도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최상과 상이 전체의 35%를 차지했고, 중까지 합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정 위원이 이날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출을 통한 해외 수요나 시장 판매를 통한 국내 수요가 높은 기업(의류·식품 분야)일수록, 내각 소속 기업보다 특권기관 소속 기업소가, 전력 수급(발전소와 가까운 곳이 유리)이 안정적일수록, <로동신문>에 보도된 회수가 높을수록 공장 가동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배경으론,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중심으로 노선을 전환하고, 인민생활 향상 및 경공업 중심, 지방 중심 정책을 채택해 수행했기 때문으로 봤다. 또 기업 자율경영제를 도입해 노동자 고용·해고·임금 수준 등을 모두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벌어들인 이윤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등 경제 하부 단위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은 의식주 산업 등 '경공업' 중심의 '국산화' 정책 성과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이젠 북한 기업도 해외나 국내시장 수요에 맞춰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 관료와 기업가들은) 생산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들 했는데 이제는 생산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생산성 개념이 생겼다"면서 "예전엔 중간재를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북한 자체 내에서도 중간재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돼 가고 있었다. 지방·기업·민간 차원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대상의 다양화가 됐다"고 내다봤다.  

이날 정 위원은 남북경제협력, 평화경제 정책방안 사례로 '신의주 화장품회사'를 들었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북한 기업들은 지역별로 특화된 분야가 있다. 해당 회사는 지방의 특화된 육성기업으로, 한국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북한 전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포항제철과 김책제철소가 산업별·지역별 상호 교류를 통해 기술협력, 부품 조달, 공장 이전 등의 경협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비즈니스 환경과 남북경협 잠재력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다. 

김석진 연구위원은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 대상국을 선정할 때 정치적 안정성, 법적·제도적 환경, 내수시장 규모 등을 중요하게 보는데 북한은 이런 요소들이 가장 안 좋다"고 전제했다. 

김 위원이 이날 제시한 세계은행(WB) 자료(국가관리 질 백분위 환산 수치)에 따르면, 민의 반영도는 남한이 71인데 비해 중국은 8, 북한은 0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량은 남한이 82, 중국이 68이며 북한은 4로 집계됐다. 부패 통제력은 남한과 중국이 각각 68, 47이었지만 북한은 불과 5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북한은 정치적 안정성, 규제의 질, 법치 항목에서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김 위원은 "북한도 경협을 해서 이익을 내고 싶지만 기업활동의 정치적 영향을 염려해서 여러 규제를 가하고 있다. 남한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할 땐 모든 걸 북한의 통제를 받아야 하고 일일이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 관료는) 재량권이 없고 모든 일을 위에서 허가받아야 하고, 실무적으로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경협을 잘하려면 남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 환경을 잘 갖춰주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아무 지역에서나 사업을 할 수가 없고 우리 정부가 개입해 환경이 잘 갖춰진 경제특구에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국내 안팎에서 기대가 큰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국제적으로 석유·가스·역청탄이 고수익, 고수요 자원인데 북한이 많이 가진 자원은 철광석·구리·무연탄·갈탄 등으로 저수익, 저수요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 성공을 전제로 남북경협 발전 잠재력과 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론 비관적이다. 북한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론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대대적인 지원을 하면 잘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경제의 구체적 작동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도시 스케일 차원에서 상품과 물자 이동경로를 추적·파악했다. 그는 연구모델로 평안도의 두 도시인 신의주와 평성을 선정하고 위성사진, 탈북자 대면 인터뷰, 지도 분석을 통해 도시경제 네트워크와 로지스틱스(생산·수송·보관·포장·가공·하역) 결과물을 얻었다.

홍민 실장은 "도시경제 하부구조(교통·운수·에너지·통신·행정망·기업망)가 시장화로 유의미하게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다"면서 "신의주에서 평성까지 반나절 만에 물자가 도착하는 민간운송 시스템이 구축됐다.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600만 명에 달하는데, 덕분에 전국이 동시간대 가격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물자정보를 공유하면서 도시경제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전역 27개 도시에 대한 체계적 도시개발계획이 수립·시행 중이다. 그에 따르면, 시장 및 생산활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민간 차원에서 자구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국가도 기업에 전력을 우선 공급 중이다. 이렇듯 도시의 기본 인프라가 시장 수요와 활동에 부응해 재정비·재구축되고 있다. 도시 공간 구조가 변화하고, 더 나아가 도시 성격이 바뀌는 큰 변화까지 발견된다. 전통적으로 중화학공업도시였던 함북 청진이 관광·레저·물류·유통·경공업 도시로 변화 중인 것이 그 사례로 꼽혔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워낙 없는데 김석진 박사는 기존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은이 박사는 데이터를 직접 창출하고 그것을 통해 분석해 보는 서로 정반대의 연구를 했다"고 평가한 뒤 "과감하게 자료를 냈지만, 데이터에 대해 좀 더 상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탈북자가 말하는 가동률이 실제 가동률과 의미가 같은지 등 그런 부분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시장화, #도시경제, #남북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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