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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민식이 부모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학생의 어머니 박초희씨와 아버지 김태양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 ‘하준이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민식이 부모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학생의 어머니 박초희씨와 아버지 김태양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 ‘하준이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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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 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통과됐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말한다.

하준이법은 아파트 단지도 '도로'에 포함시키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경사진 곳에 설치된 주차장에 대해 고임목 등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추도록 하는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을 말한다.

민식이법은 지난 10월에, 하준이법은 2018년 11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발의된 법안이다. 법안의 본회의 통과로 그동안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며 온갖 비난과 수모를 견뎌온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만감에 휩싸였다. 동시에 철벽같은 국회와 상식 없는 우리 정치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개인의 유익이 아닌 사회 전체의 안전·생명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제도의 변화조차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에 크나큰 삶의 무게를 통감하지 않았을까.

정치의 후진성이 반영된 결과

생각해보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 현상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슬픔에 잠겨 다른 생각을 하기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법 개정을 위해 그토록 애를 써야 하는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대비한 제도와 법 체계가 미비하면 정치인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닌가. 혹여 정치인이 '공사다망'하여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시민이 법 개정을 요구한다면 우선으로 다뤄야 하는 게 아닌가. 법안이 개인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이곳에서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 그동안 민식이법, 하준이법을 포함하여 아직 국회를 배회하고 있는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과 같은 '어린이 안전법' 통과를 위해 부모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 이와 같은 상식적인 물음들이 허상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법안들조차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정치적 거래의 제물로 삼는 비인간적인 정치행태가 버젓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 우리의 정치 현장이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권력은 너무나 막강한, 그래서 부모들은 수모를 참으며 그곳에 가야만 했다. 다른 아이들이 허망하게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말이다.

어린이 안전법이 갖는 정책적 특성

이런 우리 정치의 후진성과 더불어 어린이 안전법이 국회에서 발 빠르게 논의되고, 통과되기 어려운 이유는 관련 법안이 갖는 정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이 안전법은 정책유형 중 규제정책,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사회적 규제에 해당한다. 이런 사회적 규제는 정책이 품고 있는 편익과 비용의 귀속을 고려했을 때 편익을 보는 쪽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이해관계자의 연결망을 형성하게 된다. 반면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쪽은 강하게 뭉쳐 집단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규제는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현재의 상태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나아지는 방향의 변화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의 대중 일반의 여론보다 규제에 반대하는 집단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규제보다 정치인들의 관심을 끄는 정책을 눈여겨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정책유형의 다른 범주로 개인과 사회에 공공서비스와 편익을 배분하는 분배정책이 있다. 분배정책은 편익을 보는 쪽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힘을 발휘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별다른 저항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도로, 교량 등 기반시설이나 부동산 투자의 유인이 되는 선호시설 조성 등의 지역개발정책이나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예로 들 수 있다. 분배정책은 정치인들이 우선으로 관심을 두고, 서로 밀어주는 경우도 많다.

정책유형에 따라 정치환경이 다르게 만들어지는 현실을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안전법 등 환경, 산업안전,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사회적 규제 범주의 정책은 그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대중의 여론을 집중시키고, 주도적으로 집약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그 역할을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맡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책적 특성이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도로 깔고, 멋진 시설 유치하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슬픈 부모들을 대신해서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제도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정당·선거 제도가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방치했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회를 둘러싼 단단한 철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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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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