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포토뉴스

의장석에 올라온 3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 상정에 항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 남소연

"의장님! 이게 뭐에요~"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반복해서 외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아랑곳 않고 표결을 계속 진행해 갔다. "4+1 세금도둑", "날치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한국당 의원들이 고성을 질렀다.
 
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 예산안이 10일 밤 9시 5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기존 정부 원안보다 1조2000억 원을 삭감한 총 512조3000억 원 규모의 수정예산안이다. 표결결과는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반대 3인·기권 3인, 한국당 의원들은 대다수 투표하지 않았다.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 상정에 '날치기' 피켓 든 한국당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정진석 의원 등이 항의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예산안 상정 항의하는 심재철 원내대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한 뒤 가결을 선포하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발언대로 나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6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29일, 본회의 안건 199건에 대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 이후 경색된 정국이 더욱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속개 후 35분 만에 끝... 현장은 이랬다
 
협상 불발은 이날 오후 7시께 기정사실화 됐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참석 문자를 돌리면서부터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30여분 뒤 한국당 의원들에게 "민주당에서 20시에 본회의를 열어 날치기를 할 예정이니 의원님들게서는 속히 국회로 오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전 '민식이법' 등을 처리한 후 정회됐던 본회의는 오후 8시 38분께 속개됐다. 문희상 의장은 회의 개의 직후 앞서 정해졌던 안건순서를 바꿔 예산안부터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 한국당의 거센 항의가 시작됐다. "날치기다!", "독재도 아니고 말야!", "문희상은 사퇴하라!" 등 구호가 본회의장에 울려퍼졌다. 문 의장이 본인 지역구에 아들을 '세습 공천' 하려고 예산안을 밀어붙인다는 의미로 "문희상 앞잽이", "아들 공천", "공천 댓가" 등의 구호까지 나왔다.
 
정상적인 의사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수정예산안에 대한 토론신청을 위해 연단에 섰던 조경태 의원도 같은 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서 끝내 말문을 열지 못했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등도 연단 앞에서 계속 문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하던 상황이었다.
 
문 의장은 "정회 여부도 (여당 등과) 합의해 오라"고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조경태 의원에게 거듭 토론 진행 여부를 물었다. "제발 나를 봐서라도 토론을 해주세요"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끝내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문희상 의장에 항의하는 심재철 원내대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예산안 상정에 '날치기' 피켓 든 한국당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의장석에 나와 '날치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심 원내대표는 아예 문 의장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저쪽(여당)에서 정회 합의를 해주겠나", "이렇게 진행하면 저희들이 의장님 뜻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계속해서 정회를 요구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이인영 원내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도 심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다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정회는 합의되지 않았다. 문 의장은 토론 종결을 선포하고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과 기금운용계획 수정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원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예산안 수정안과 기금운용계획 수정안의 경우, 한국당의 수정안에 대한 정부 동의를 먼저 물어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당의 수정안에 대해 모두 부동의 의사를 표했다. 반면, 그 직후 동의 여부를 불어 본 '4 +1 협의체'의 수정안에 대해선 모두 "이의 없다. 감사하다"고 동의를 표했다.
   
표정 굳은 나경원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날치기' 피켓 든 강효상 의원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뺀 '4+1' 예산 수정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강효상, 권성동 의원 등이 항의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표결은 한국당을 뺀 의원들의 투표로 진행됐다.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과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원안은 모두 재석 158인 중 찬성 158인으로 가결됐다. 문 의장은 이후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가 속개된 지 35분 만이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정회 후 기자들을 만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법이 총동원 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제가 명색이 예결위원장인데 저도 전혀 내용을 모르는 예산안이 처리됐다"면서 "세금도둑들에 의해 날치기로 처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예산안, #날치기, #문희상, #자유한국당, #심재철
댓글5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