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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유선전화를 받았다.

'경기도에 사는 시민이고 문재인 정부 지지자인데 이 정부를 믿고 기다렸지만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더욱 폭등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너무 화가 난다.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사자니 남은 평생을 빚만 갚다 말 것 같아 그렇게도 못할 것 같다. 혹시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조직하면 참여하겠다'는 것이 전화를 건 시민의 요지였다. 시민의 목소리에는 바닥 모를 절망과 짙은 분노가 스며 있었다. 아마 무주택자 대부분의 마음이 저 시민과 같을 것이다.

민심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에 관해 한 발언들을 보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 요지였으니 말이다.

문 대통령을 보면 부동산 시장의 실상도, 부동산 문제의 원인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이 부동산에 무지한 건 재앙이다.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에게 경제란 곧 부동산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부동산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초강력대책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봉과 임시변통으로만 일관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바와 같다. 

이제 32평형을 기준으로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랜드마크 아파트들은 평당 8천만원을 가볍게 넘고,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랜드마크 아파트들은 평당 5천만원에 육박하며, 변두리 신축아파트들도 평당 3천만원에 육박한다. 이제 서울은 완전히 부자들의 천국으로, 가난한 자들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신했다. 

부동산을 소홀히(?) 여긴 문재인 정부는 대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을 과잉대표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부작용과 반발도 컸다.

과도한 임금 격차는 분명 시정되어야 하겠지만. 본디 임금이란 것이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 임금 격차는 합리적인 차별에 해당되는 성격이 있다는 점, 한계상황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실제로 꽤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점(비유컨대 일부 자영업자들은 코 밑까지 물이 찬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빠르게 끌어올리니 물이 코 위로 올라와 숨이 막히는 처지가 됐다) 등을 문재인 정부는 간과한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선후와 경중과 완급이 있다. 부동산은 선이고, 중한 것이고, 급한 것이었다. 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후이고, 경한 것이었고, 급하지 않은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완벽히 가꾸로 설정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 결과 부동산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았고, 최저임금제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담론은 이제 찾기도 힘들게 됐다. 하기야 최저임금을 몇만원 올려봐야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자산 격차가 많게는 수십억, 적게는 수억원 차이가 나니 그런 정책조합이 유지될 리 없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상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초라고 한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가 한결 을씨년스럽고 춥게 느껴지는게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태그:#부동산, #문재인, #서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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