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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영국 왓퍼드의 그로브 호텔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실무오찬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나토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영국 왓퍼드의 그로브 호텔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실무오찬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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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애쓰는 게 아니다. 서울 광화문광장 옆에서 근무하는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도 그에 못지않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해리슨 대사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그에게 약 20여 차례나 방위비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해리슨 대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해서도 한국을 압박했다. 11월 19일에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고유 권한에 대해 외국 대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방위비 문제에서도 미국의 입장을 열렬히 대변하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에서, 그는 서울에서 한국을 한껏 압박하고 있다.

너무 과하다 싶었는지,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미국 정계의 우려가 한국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발언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의도를 알 수 없을 때가 한둘이 아니다.

다 똑같은 '미국의 소리'?

12월 7일 자 <미국의 소리> 한국어판에 실린 '공화당 중진 의원들, 한국 방위비 5배 증액 우려 공감... 실제 그만큼은 아닐 것'이란 기사에는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내의 비판이 소개됐다. 그런데 기사에 소개된 인터뷰를 들어 보면, 비판자들도 어느정도는 트럼프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공화당 출신인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한다면 "걱정스러울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철수를 단행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거론한 발언이다. 

공화당 출신인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의 과도한 증액 요구를 우려하면서도 "액수는 늘 그렇듯이 협상의 문제"라며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 같으면서도, 액수를 협상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제임스 리시 역시 어느 정도는 분담금 증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와 같은 당에 속한 그들의 발언이 한국에 보도될 때마다, 트럼프의 말이나 그들의 말이나 다 똑같이 '미국의 소리'라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둘이 아니다.

자존, 자유, 자본

미국은 언제나 한국의 동맹국이라고 자처해왔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결정적 순간마다 한국한테서 중요한 뭔가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적 순간마다 중요한 뭔가를 빼앗아간다면, 과연 진정한 동맹,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한민족이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1945년 8.15 직후, 미국은 한국인들의 자치 열망을 짓밟고 이 땅에 군정을 실시했다. 또 신탁통치를 실시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이승만과 함께 남북을 분단시켰다. 한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존(自存)'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1948년 제주 4.3항쟁은 그에 대한 저항이었고, 미국은 그 저항을 배후에서 진압했다.

1979년 10.26 사태로 군부독재정권이 자중지란을 일으킨 뒤인 1980년 5월, 미국은 광주 5.18 항쟁에 대한 무력 진압을 묵인하고 지지했다. 이때 미국은 한국인들의 '자유'를 빼앗았다. 군부독재에 맞서 한국인들이 정치적 자유를 획득할 기회를 앗아가버린 것이다.

5.18 항쟁이 진압되기 전날인 5월 26일, 광주 시민군은 "지금 부산 앞바다에는 미 항공모함 두 대가 정박해 있습니다"라며 "잔인무도한 저들의 살육이 더 이상 계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광주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왔습니다"라는 가두방송을 했다.

하지만, 미국은 광주를 돕지 않았다. 급변사태로 한반도가 불안정해지고 미국 안보가 위태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부산 앞바다에 머물렀을 뿐인 것이다.

그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의 표시로, 그해 12월 9일 농민운동가들과 학생들이 벌인 사건이 있다. 광주에 있는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일이다. 가톨릭농민회 정순철 등은 그 건물 지붕에 구멍을 뚫고 사무실 바닥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광주 미문화원 방화 사건).

이 사건은 1982년 3월 18일의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과 1985년 5월 23일의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에 불을 지른 사건이었던 것이다. 미국한테서 느끼는 배신감이 그 정도로 뜨거웠던 것이다.

또다시 빼앗으려는 미국

한국인들의 자존과 자유를 빼앗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아주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들의 '자본'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 자존과 자유에 더해 자본까지, 미국은 한국인들의 '3자'를 빼앗은 혹은 빼앗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3자'를 빼앗으려고 본색을 드러낸 시점들이 흥미롭다. 각각의 시점들에 공통점이 있다. 한결 같이 '춘(春)'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5.18 광주항쟁은 '서울의 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꿈을 수호하기 위한 항쟁이었다. 그런 꿈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고자 벌인 일이었다.

이런 시기에 미국은 신군부를 지원함으로써 '서울의 봄'을 무참히 짓밟는 데 일조했다. 1980년의 '春'을 짓밟는 데 가담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인들의 '자유'를 앗아갔다.

8.15 광복도 '春'이었다. 일제가 패망하고 친일 보수파가 약해지면서, 과거를 청산하고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꿈이 활활 피어오르던 때였다.

하지만, 이 春도 미국에 의해 짓밟히고, 뒤이어 친일 청산의 열망까지 부서졌다. 한국은 도로 친일파들의 세상으로 회귀했다. 1945년의 春을 짓밟으면서, 미국은 한국인들의 '자존'을 빼앗아갔다.

2016년 연말, 한국인들은 또다시 '春'을 맞이했다. 박근혜 하야 혹은 탄핵을 요구하면서, 과거 적폐를 일소함과 함께 진정한 국민주권국가를 건설할 꿈에 부풀게 됐다. 또다시 정치적 봄을 맞이한 것이다.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건설하려면, 경제도 살려야 하고 복지도 살려야 한다. 국민의 관점에서 국가를 개조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재벌과 기득권층 위주로 짜여진 경제체제도 뜯어고쳐야 한다.

이런 일을 하려면 여기저기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명목으로 한국의 자본을 빼앗아 가려 하고 있다. 하필이면,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봄은 만물이 꿈틀대는 시기다. 더 큰 성장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계절이다. 1945년과 1980년은 한국한테 그런 봄이었다. 2016년 이후 역시 그런 봄이 되고 있다. 이 시점들은 한민족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에 봄이 찾아올 때마다 미국이 나서서 무언가를 빼앗아가고 있다. 그 결과, 1945년과 1980년에 한국인들은 역사의 퇴보를 경험했다. 그랬던 미국이 또다시 한국의 봄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그들에게 빼앗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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