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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남 예비역 준위(중앙). 동료 숲해설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창남 예비역 준위(중앙). 이 예비역 준위는 동료 숲해설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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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제대하기 직전 3~4개월 동안 집수리 기술을 익혔죠. 사회에 나오기 전에 지게차 화물운송 면허도 땄습니다. 그런데 저를 써주는 데가 없었습니다. 나이도 많고 해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습니다."

육군 준위 출신의 제대군인 이창남(56)씨의 말이다. 다행히도 그는 올해 3월부터 충남생태연구소에서 숲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32년 2개월 동안의 군 생활을 마치기 직전, 재취업을 위한 전직을 준비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는 2018년 8월 제대하기 전까지 폭발물 처리를 전담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기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부대 근방에 있는 대전 지하철 공사로 1년에 79회 정도 출동했을 정도로 바빴단다. 이렇듯 사고처리를 위한 매뉴얼을 생명처럼 여겼던 그가 숲 해설사가 됐다. 언뜻 보면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우린 큰 오빠라고 불러요. (웃음) 틀에 박히지 않는 숲 해설을 하시죠. 자연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하십니다. 전래동화나 전설을 곁들여 해설하면 아이들도 관심을 갖고 어른들도 즐거워합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신 거죠."(홍경분, 41)

"책임감이 강합니다. 준비가 워낙 철저하고 체계적이죠.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한 만큼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해설을 하시죠."(윤재순. 41).


그의 동료 숲 해설사들은 호평 일색이다. 이창남 예비역 준위가 이렇듯 숲 해설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군대에서 전직 교육을 받으면서 취득한 자격증 정보 때문이었다. 산림청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었다. 평소 등산을 좋아했고 농촌 출신이어서 숲과 나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직 기간에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교육비 150만 원을 활용했다.

"이 일에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하루에 2~3번씩 4시간 동안 숲 해설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행복감을 심어준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죠."(이창남 예비역 준위)

그는 제대한 지 1년도 안돼서 자기 적성에 맞는 행복한 직장을 얻었지만 대부분의 제대군인에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군 제대하기 전에 전직을 준비할 기간이 짧고, 교육 시스템도 미비해서 제대군인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 적성에 따른 직업을 고르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전직 준비 기간] 중기 군 복무자에게는 1~3개월... 24개월은 되어야

이 예비역 준위와 같은 장기 군 복무자는 10~12개월의 전직지원 교육 기간이 부여된다. 하지만 중기 군 복무자의 경우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1~3개월에 불과하다.
 
 군의 전직 준비 기간
 군의 전직 준비 기간(국방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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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1년 미만의 전직 교육 기간으로는 사회 초년생이나 다름없는 제대군인들이 고도화‧전문화된 사회에서 일자리를 얻기는 어렵다. 특히 전역 예정 기간에는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제대 이후에는 국가보훈처가 전직 지원을 하고 있으나, 일부 이원화된 시스템도 전직 기간의 효율적 사용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가령 2017년 6월에 6년 동안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안병국 예비역 대위(31)는 1개월의 전직 교육 기간이 부여됐으나 밀린 업무 때문에 이 짧은 기간마저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제대한 뒤 군무원 등 8번에 걸친 입사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성남의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중기 군 복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4박 5일짜리 교육을 받은 게 전부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대했습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역을 한 뒤 군무원 시험을 쳤는데 총 3번 낙방했죠. 다른 곳을 포함하면 총 8군데였습니다. 힘이 들었죠."

그는 다행히도 지난 6월에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해서 무궁화호의 부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전직 기간을 충분하게 주고, 취업 정보를 제대로 알았다면 제대한 뒤 입사하기까지 걸린 1년 5개월이라는 기간을 좀 더 압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짧은 전직 기간을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가령 프랑스는 군 복무 기간 중에 전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많은 시간을 교육에 할애하여 군인들이 능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눈높이가 다르다] 전직 기업은 '전문성'... 제대군인은 '안정된 관리직'
 
 
 기업과 제대군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의 차이
 기업과 제대군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의 차이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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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에 제대한 이영대(53) 예비역 중령은 연령정년제(특정 기간 진급을 못 하면 제대해야 하는 제도)로 인해 불가피하게 군 생활을 접었다. 군 전차부대에서 근무하면서 해외 파병도 나가고 사단에서 교육훈련 참모 역할도 했다.

이런 그에게는 대학생 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다. 교육비 등으로 생애에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에 사회 초년생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전역을 2달 앞둔 지난 9월에 그와 인터뷰를 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막막함을 호소했다.

"몇 군데 알아봤는데 잘 안되는군요. 공고를 졸업한 내 학력을 기준으로 해서 국가 기관이나 정부 부처, 일반 기업체의 관리직을 알아보고 있는데... 퇴짜를 맞았죠.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조직관리 영역에서는 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에 어딘가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데가 있을 겁니다."

이영대 예비역 중령의 바람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 2016년 육군본부 취업실태 조사 결과 제대군인의 취업 직위는 열악했다.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인 군내 및 공공분야는 전체 취업자 중 24.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사무·관리직, 영업, 서비스, 경비, 시설관리 등이었다.

이영대 예비역 중령보다 먼저 제대한 이창남 예비역 준위는 "대부분 군에서는 잘 나갔던 분들이어서 전직에 대해 낙관하는 분들도 많은데 막상 사회에 나오면 취업문이 너무 좁다"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군무원과 같은 계약직이나 기업의 시설관리팀, 아파트 독신자 관리관, 병원 등의 청소대행업체 등에 취직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제대군인들은 군 간부 출신이라는 자부심으로 군 생활을 기준으로 높은 보수 수준과 직급을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성실하고 책임감은 뛰어나지만 일반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어 사용 및 컴퓨터 활용 능력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직할 직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성 등은 제대군인들의 눈높이와 다른 것이다.

[외국은] 각 부서가 협업 시스템 구축, 공채 시 가산점도 부여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21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열린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 개소식및 협약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21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열린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 개소식및 협약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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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는 제대군인의 일자리 확보와 취업률 제고 등을 위해 서울과 경기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제대군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센터는 취업상담팀, 기업협력팀, 교육행정팀 등 3개 팀을 운용하면서 일부 지역은 고용복지센터와도 연계해서 제대군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보훈제도와 제대군인 지원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고 국가보훈대상자 지원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지난 4월부터는 현역 군인들에게 국가보훈 및 제대군인 지원제도 홍보를 위한 순회 교육을 52개 부대에서 진행했다.

또 취업률 제고를 위한 '1사 1제대군인 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대군인을 1명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을 방문해서 협약을 맺는 등 신규 일자리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년 제대군인 주간(2019년에는 10월 7일~10월 11일)을 지정해서 '제대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범정부 행사를 추진하는 등 취업 확대를 위한 다각도의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국방부, 교육부, 노동부, 보훈부, 인력관리청,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기관이 협업해서 제대군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제대군인들이 제대 후 180일 이내에 취업과 교육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공무원 공개채용 시에도 제대군인 우선법에 근거해 5~10%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도 국방부와 민간기관 간 경력 전환 파트너십(Career Transition Partnership, 이하 CTP) 계약을 체결해 전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직업능력개발 지원은 CTP가 운영하는 재취업 훈련센터에서 50여 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고 창업도 연계해 진행한다.

프랑스는 군 복무 중 또는 제대 후 직업능력개발 지원을 전직 지원이라는 통합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직업능력개발 지원은 국방부와 협약을 체결한 장교/부사관 전직협회(ARCO)에서 다양한 기관의 협조를 통해 주관한다. 장교 및 고급 부사관을 대상으로 복무 중 직업교육, 제대 예정자 직업교육에 대해 재정지원을 한다. 법률에 규정된 조건을 충족할 경우, 공무원으로 취업이 가능하며, 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는 매년 일정한 공무원 직위를 제대군인에게 배정해서 별도의 시험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독일군은 국방부 인사국 1~3처 중 주로 3처에서 군 복무 시 또는 군 복무 후 전직지원업무를 지원하며, 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복무연장자나 4년 이상 복무자는 10개소의 독일연방군 소속 전문학교에 최소 3개월~최대 3년(교사자격증 취득과정)까지 지원하고, 국방부 산하에 20여 개의 전직지원실과 100여 개의 전문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직업교육 및 취업과 연계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제대군인을 반드시 채용하도록 할당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대군인에 대한 제도와 취업, 창업 종합 시스템 등으로 취업률 90%를 상회하는 현실과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지역별 제대군인 센터
 지역별 제대군인 센터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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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자리] "제대했다고 인생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이창남 예비역 준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월급도 얼마 되지 않았고 훈련도 고됐습니다. 천리행군도 많이 했죠. 1년에 절반 정도만 집으로 퇴근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군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월급도 올렸고 수당도 지급하고 있죠. 가정도 배려하는 직업성 군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저녁이 있는 삶도 살 수 있어요."

그는 "우리 아들도 직접 직업군인을 선택했고, 지금 중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만족해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창남 예비역 준위.
 이창남 예비역 준위.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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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 욕심이라면 제대군인들이 명예롭게 사회에 나와서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군 복무를 한 만큼 행복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대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의 얼굴에는 과거 군에서 폭발물을 제거할 때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말할 때마다 미소를 띠었다. 사회적 기업에 근무하기 때문에 최저 시급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는 "2~3년 정도 전직을 위해 준비한다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 안위를 위해 노력했던 제대군인들이 저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대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전직 기간과 전직 프로그램 지원 확대 개선. 그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지금도 군 생활을 하는 후배 중장기 복무자들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기획 / 제대군인 아리랑]
① 군대에선 '노인', 사회에선 '신참'... 제대군인 아시나요 http://omn.kr/1l9mm
② 9년 4개월 '신성한' 군복무, 전역하자 '빚더미' 신세 http://omn.kr/1lh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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