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클라우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클라우스> 포스터. ⓒ 넷플릭스

 
산타클로스, 매년 12월이 되면 동심을 자극하는 그 이름이다. 4세기 동로마 제국 대주교였던 성 니콜라오라는 기독교 성인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수녀들이 전날 12월 5일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전설이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에서 성 니콜라오 축일을  'Sinter Klaas'라는 이름으로 기리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크리스마스와는 상관이 없었지만, 근대 들어 미국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Santa Claus'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와 접목시켰다. 산타클로스의 특유의 후덕한 인상, 즉 길고 하얀 수염과 붉은색 바탕에 하얀 장식을 한 복장 또한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성 니콜라오가 살아 생전 대주교였다는 점에서 착안, 주교의 의복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지만 말이다. 

<클라우스>는 산타클로스 전설과 기원을 새롭게 혹은 다시 해석한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기획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넷플릭스가 받아줘 겨우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 전하는데, 작품을 접하면 할리우드의 안목이 굉장히 후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쏟아질 텐데 그중 단연 군계일학이겠다. 

금수저 안하무인 제스퍼가 향한 곳

왕립우편사관학교, 우정공사 총재 아들 제스퍼는 아버지만 믿고 제대로된 훈련을 받지 않는다.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하니 이 일을 어찌 하나. 제스퍼 아버지는 그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홀로 임시 우체국을 세워 1년 안에 6000통의 편지를 처리해야 하는 곳으로, 스미어렌스버그를 보낸 것이다. 어길 시 그가 누리는 모든 것을 빼앗고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으스스하고 춥고,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지도 않은 외딴 섬 스미어렌스버그. 알고 보니 그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크롬 가문과 엘링보 가문이 아주 오랫동안 적대관계로 지내며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그런 곳에서 편지란 게 오갈리 없었을 터, 제스퍼는 우연히 발견한 '산지기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곳엔 거대한 체구의 길고 하얀 수염을 가진 클라우스 씨가 수많은 장난감을 만들며 지내고 있었다. 둘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친해진다. 

두 가문의 오랜 적대 관계 때문에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 못하는 어떤 아이에게 장난감을 전달하게 된 클라우스와 제스퍼, 아이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클라우스에게 쓴 편지를 제스퍼에게 가져가서 보내면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제스퍼는 6000통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클라우스를 찾아가 제안한다. 클라우스는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제스퍼와 함께 한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제스퍼는 착한 아이만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을 퍼뜨린다. 아이들은 크롬 가문과 엘링보 가문을 아우르며 착한 행동을 시작한다. 제스퍼와 클라우스는 아이들에게 계속 장난감을 선물할 수 있을까? 스미어렌스버그엔 평화가 찾아올까?

개인적·사회적 성장의 면면

영화 <클라우스>는 여러모로 새롭고 영리하다. 제목이 '클라우스'인 만큼, 당연히 클라우스가 시작과 끝을 함께 하며 극을 이끌 것 같지만 제스퍼가 대신한다. 한 마디로 그가 클라우스 신화의 산증인이자 화자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영화는 제스퍼의 이야기로도 클라우스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군더더기 없고 빈 곳 없이 꽉 차고 찰진 느낌이다. 

단편적으로, 제스퍼의 성장이 보인다. 금수저 집안의 못난 놈이 세상을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며 진짜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전형적이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스토리라인일 것이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새로움을 얹었다. 그의 개인적 성장과 함께 오랜 사회적 반목, 차별과 고정관념도 바뀌어 가기 때문.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성장이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제스퍼가 파견된 곳은 오랜 갈등 관계였던 두 집안이 있고, 산지기 클라우스 씨는 모두가 꺼려하는 외향을 가졌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설정. 제스퍼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시작한 일이 결국 화합을 가져오고 고정관념을 타파하게 됐다.

하여, 제스퍼의 성장은 그 자체로 보수적인 외딴 섬에 '진보'로 작용한다. 자의든 타의든,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그 시작의 모양새와 이유가 어떻든, 외부인의 새로운 관념은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가 그린 이 진보는 우리가 흔히 변화에 대해 부담스럽게 느끼는 면을 부드럽게 상쇄하는 탁월함을 발휘했다.

산타 클로스 신화·전설의 재해석

한편, 영화는 제목에 걸맞게 산타 클로스 신화를 다시 해석하는 데에도 힘을 실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산타 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이다. 어이없지만 재밌게도 제스퍼의 별 생각 없는 행동들을 두고 아이들끼리 모여 소곤소곤 대며 떠들어댔던 것. 신화나 전설의 시작이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가 하면, 마냥 제스퍼의 황당한 행동들만이 아닌 클라우스 또는 클라우스와 제스퍼의 진심 어린 생각과 행동 그리고 슬픈 이야기에서 나온 것도 있으니 균형이 맞춰졌다 하겠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균형'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 메시지, 상징 등에서 억지가 아닌 자연스겝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재미와 감동, 상승과 하락, 위기와 해결, 갈등과 화해 등. 

<클라우스> 하나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향한 믿음은 확고해졌다.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하지 않은 콘텐츠 기반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출범하는 시기는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졌는지, 위기 의식을 느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또 다른 OTT 서비스인 '디즈니+'가 출범했다는 사실을 보면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을 고려해서 봤을 때 <클라우스>라는 작품의 선택은 훌륭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차기작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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