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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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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성남 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를 묻는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박 장관은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며 "어른이 보는 관점에서의 '성폭행'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즉시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 아동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질의한 신상진 의원 또한 박 장관에게 즉시 "아동의 나이 또래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선입관을 갖지 말라"고 경고했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은 성남의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한 6살 여자 아이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같은 반 또래 남자 아이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또래 남아가 CCTV 사각 지대에서 반복적으로 피해 여아의 바지를 벗게 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엄마에게 말하지마"라면서 협박을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박능후 장관 발언 부적절"

보건복지부는 2일 오후 부처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3일 오전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씨,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박숙란 십대여성인권센터 고문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했다.

먼저 심에스더씨는 "아무리 복지부 장관이 아동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화가 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행동 하나 하나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복지부 장관의 반응은 이 사건을 축소하고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며 "명확한 설명을 통해 아이 본인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상처가 됐는지,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계기로 삼아야 했지만, 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논의를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심에스더씨는 "이번 사건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우리 사회는 어떤 일이 터지기까지 성에 대해 늘 숨기면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을 단지 성범죄 여부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인권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논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전 공동대표는 전화를 걸자마자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을 들으며 피해 아동 및 가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가해 아동이) 성적 의미를 갖지 않고 한 행위라 하더라도 (피해 아동에게는) 성적 피해로 남을 여지가 큰 만큼 이를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조 전 대표는 "이는 타인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어른들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반복했다면, 당연히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며 "가해 아동에 대해 교육이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표는 "어린이집 내 발생 경위에 대한 조사 뿐 아니라 아동들이 접하는 유해 콘텐츠의 영향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종합적인 실태 점검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가해아동의 행위 충격적"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복지부라면, 다른 부서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이 사건에 접근해야 했다"며 "하지만 피해아동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아동끼리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가해 아동의 행위는 상당히 충격적이다"라며 "그 나이 아이들의 행동은 대개 모방을 통해 학습된다. 이 아이가 어디서 무얼 보고 이런 행위를 학습했을지에 대한 파악도 하나의 대처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가해 아동의 행위를 용인하고 넘어갈 경우 이 아이는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게 된다"며 "이런 행위를 놀이의 과정으로 인식해 향후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나 감정을 안게 된다"며 "가해자를 성폭력범으로 매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가해아동과 피해아동이 마주치지 않도록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와 가해 분명해 성폭력 피해 지원 받을 수 있어"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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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피해자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에게 성적·신체적 학대행위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형법에서는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라 벌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라 고소 접수도 안 되는 현실은 너무나 큰 절망감만 안겨 준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박숙란 십대여성인권센터 고문변호사는 "현행법상 피해자들이 형사처벌과 관련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가해자가 미성년자라 보호처분도 안 된다"며 "민사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다만 현재 피해와 가해 사실이 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마땅히 지원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 역시 "가해와 피해가 명백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잘못을 분명히 직시하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박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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