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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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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프론트라이너 톰슨은 방독면과 고글을 끼고 시위의 최전방에 선다. 보통 시위 전방에서는 10~15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의 주목적은 경찰과 충돌에서 시위대가 체포되지 않도록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한다. ⓒ 이희훈
 
'프론트 라이너 (Front-Liner)'.

전방 시위대 또는 최전선으로 직역된다. 홍콩 시위의 가장 앞에서 경찰과의 전쟁을 치르며, 시위대의 퇴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하철 역 출입구에 불을 붙이거나, 역사 유리창 및 감시카메라를 부순 것, 샤오미 상점 및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의 홍콩 사무실 등 시설물을 방화한 것, 스타벅스나 베스트마트 360 등 친중 성향으로 간주된 가게의 외부를 깨부순 것 모두, 전방 시위대의 작품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달 24일 오후, 홍콩 현지에서 전방 시위대를 만났다. 인터뷰는 신변의 안전을 고려해 그의 집에서 진행했다. '톰슨(Thomson, 가명)'은 최소 10차례 이상 전방 시위대로 활동했다.

"우리는 이유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엄마 혹시 내가 체포되면 가방 이대로 치워주세요" 톰슨은 자신의 옷장속에 있는 시위 도구가방을 꺼내며 엄마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다. ⓒ 이희훈
 
그의 방 옷장 속, 깊숙한 곳에 한 꾸러미의 시위대 용품이 숨겨져 있다. 몇가지의 방화 용품과 화기, 그리고 공구 등이 그가 전방 시위대임을 증명한다. 시위대의 상징인 보호용 헬멧과 방독면, 고글, 검은색 상하의와 장갑, 최루 가스에 대비한 검은색 우산 등은 기본이다.

그의 짐을 살펴보다가, 결국 먼저 물었다. 경찰에 맞서는 것만이 아니라, 일부 상점의 유리 등을 깨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저희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어요. 무작위로 공격하는 법은 없습니다. 먼저 저희가 공격하는 것은 친중국, 친정부 성향의 가게들이죠. 지하철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홍콩 시위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가게도 포함됐고요.

저희는 경찰 외의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경찰과 다릅니다. 이유 없이는 절대 행동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정부와 경찰에 맞서서 행동할 뿐입니다."


시위대가 홍콩 지하철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는,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지하철 당국이 경찰의 조력자처럼 활동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당국은 경찰 요청에 따라 시위 예정 장소 인근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또, 진압경찰이 승강장까지 들어와 시위대를 폭행 및 체포했을 때도, 이를 막기는커녕 전동차 출발을 지연시키면서 경찰의 폭행을 방치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을 들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폭력에 대한 폭력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다.
 
홍콩 시위의 상징이 된 방독면과 헬멧, 그리고 정부에서 복면금지법을 선포하며 가면 역시 시위의 핵심 물품이 되었다. 그 밖에도 팬스를 풀기 위한 스패너, 불을 붙이기 위한 라이터 기름, 최루탄 등을 씻어내기 위한 식염수 등을 가지고 있었다. ⓒ 이희훈
 
"전 저희의 행위를 폭력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전방 시위대의 목적은 뒤에 있는 일반 시위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경찰은 트럭이나 차를 동원해 저희를 잡으러 오는데, 저희에게 주어진 것은 다리와 발뿐이잖아요. 시위대가 경찰에게서 탈출하기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와중에 시위 참가자 중 어린 아이들과 노인 분들도 있어요. 경찰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약자들까지 체포하고 있죠. 경찰들이 폭력을 남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위대 최전선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이며 시위에 참여한 다수의 홍콩 시민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그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시민들이 전방 시위대를 지지하는 이유
 
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5대 요구안 수용을 위해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현장. ⓒ 이희훈
  
홍콩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평소에는 보통의 일상을 보낸다. 톰슨도 일과를 마치면 평소처럼 회사에서 집으로 향한다. ⓒ 이희훈
 
홍콩 정부는 이들의 행위를 '폭력'이라고 일컫는다. 이처럼 시위대의 과격한 저항이 되려 정부에게 빌미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또, 시위 전체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홍콩 사람들은 앞선 두 달 간 평화집회를 해 왔어요. 하지만 어떤 성과도 없었죠. 이후 평화집회에 회의감을 가진 여론이 커졌어요.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가만히 구호 외친다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는 거죠.

저희 엄마도 마찬가지셨어요. 엄마는 제가 전방 시위대라는 것을 아시고는 정말 크게 화를 내셨죠. 평화 집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셨지만, 시위대의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셨거든요. 하지만 이제 엄마는 전방 시위대의 역할을 일부분 인정해주고 계세요. 경찰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지 아셨기 때문이죠.

여론도 저희의 방식을 비판하기보다,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24일에 있었던 구의원 선거가 그것을 증명하죠. 저희의 방식이 지지받지 못했다면,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는 "오히려 시위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부 언론의 편파보도로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게 홍콩 현지 방송인 TVB, 홍콩의 유일한 무료 방송이죠. 친중 성향을 띠는 방송이에요. 그래서 홍콩 시위대들을 더 나쁘게 보도하죠. 이들은 시위대가 저항하는 모습 일부만 편집해서 보여줘요. 이 방송을 보면 시위 전체 상황과 맥락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이런 언론 보도가 홍콩 시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봅니다."
      
홍콩 몽콕 시내 거리의 보도블럭이 시위에 사용된 후 인도에는 모레만 남았다. ⓒ 이희훈
 
하지만 파괴한 이후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예컨대 신호등이나 보도블럭, 지하철과 같은 공공 시설물을 복구하는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것들이다.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있었어요. 하지만 현재 홍콩 정부가 중국 정부와 결탁해서 지출하는 수조 원 내지 수억 원의 비용에 비하면 저희가 발생시킨 금액은 정말 얼마 안 됩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캐리람 행정장관이 추진한 '란타우 투모로우 비전(Lantau Tomorrow Vision)'이죠. 현재 이 프로젝트에 75조 4050억 원이 들 거라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은 이게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정부에 유익한 사업이라고만 믿고 있어요. 홍콩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거죠.

정부는 이밖에도 홍콩 국제공항에 세 번째 활주로를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정부는 홍콩의 의료 및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지 않고 다른 곳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거죠."


'란타우 투모로우 비전'이란, 캐리람이 발표한 인공섬 건설 계획이다. 홍콩 정부의 인공섬 계획이 발표될 당시, 많은 시민들은 "인공섬은 홍콩의 미래를 집어삼킬 '하얀 코끼리'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얀 코끼리란 경제 용어로, '대형 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었지만 행사 이후에는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시설물'을 뜻한다.

시민들이 유서 쓰는 사회
 
홍콩 시민들은 일상에서 시위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낀다. 일상과 시위는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절대적인 분리를 하며 살아간다. ⓒ 이희훈
 
전방 시위대의 다수는 경찰에 맞서다가 중상을 입거나, 체포됐다. 지난 11일, 홍콩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중상 입은 사람도 전방 시위대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일부 시위대는 유서를 쓰고 집회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은 어떨까. 그도 유서를 갖고 있을까?

"없어요. 왜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거죠?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건데 왜 죽음을 예상해야 하나요? 시위를 참가하는 시민들이 유서를 써야 할 정도면 이 사회가 정말 형편없다는 거죠. 

전 시위 도중에 죽지 않을 거예요. 최대한 잡히지 않도록 할 거고요. 저는 해야 할 말을 하고, 당연하게 제 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그래서 혹여 경찰에게 잡혀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유서를 쓸 생각이 없습니다."


체포와 납치에 이어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두려움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최전방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저도 무섭죠. 특히 지난 6월, 처음으로 경찰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는 공포감마저 들었어요. 최루탄이 터지자마자 바로 도망쳐버리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화가 더 많이 나요. 현 정부와 경찰의 폭력성에 대한 분노죠.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의 제 모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전 그때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시위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는 제 자신에게도 화가 많이 났죠. 이때 몇 번을 다짐했어요. 앞으로의 운동에는 꼭 함께하겠다고요. 

지금도 홍콩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홍콩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제가 두렵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맞나요? 오히려 혹시나 밖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는 나가서 함께 싸울 겁니다."

 
어느덧 홍콩 시위는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최전방 시위대에게 지금의 홍콩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홍콩 사람들의 용기'를 기억해주세요. 시민이 정부와 경찰에 맞서는 것은 정말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홍콩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 건지, 지금 홍콩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 홍콩 사람들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 사람으로 기억해주세요. 저희는 홍콩인으로 존중받길 원합니다. 홍콩의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포함해, 내가 태어난 국가에서 그 자체로 존중 받는 것. 이게 저희가 계속 싸우는 이유입니다."

 
그의 방에는 복면금지법 시행시 저항의 수단으로 사용된 '브이 포 벤데타' 가면도 있다. ⓒ 이희훈
 
태그:#홍콩, #홍콩시위, #시위대, #중국, #캐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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