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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문상빈입니다.[편집자말]
 
11월 15일 '제주 제2공항 공론화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비상도민회의 활동을 하는 도민들
▲ 제주도의회 앞에서 "공론화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집회 11월 15일 "제주 제2공항 공론화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비상도민회의 활동을 하는 도민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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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대통령은 대선후보 자격으로 제주를 찾아 제주도민들에게 절차적 투명성과 주민상생방안 확보를 전제로 제2공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후 만 2년 반이 지났다. 제2공항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절차 강행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다 보니 문재인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럼 대선 당시 제주도를 찾아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먼저 선행해야 한다는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은 얼마만큼 지켜졌을까?

결론적으로 절차는 일방적이었고 주민과의 정보 공유와 소통은 불투명했다. 제2공항 사업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토부 내 일부 적폐관료들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된 제2의 4대강 사업이다. 2015년 11월, 성산후보지를 제2공항의 입지로 발표 해버린 이후 국토교통부는 주민과의 소통을 일체 거부해 왔다. 원희룡 제주도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사천리로 사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016년 적폐청산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고 문재인대 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창기 정국운영의 기본 철학은 절차적 투명성, 민주적 정당성이다. 설령 제2공항 건설 사업이 국토부 관료들 주장대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절차적 투명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동의와 같은 소통의 과정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주민들이 아침 TV를 통해서 자기가 사는 고향마을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국토부는 절차적 투명성이라는 전제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은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취한다. 2018년 6월 국토부와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는 사전타당성 조사를 검증하는 재조사를 위해 '제주제2공항타당성재조사검토위원회'를 구성, 3개월 동안 운영하고 필요할 경우 위원회 의결로 2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또한 양자는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해 검토위원회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기본계획 용역 추진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반신반의했던 검토위원회를 통해 새롭게 확인되는 사실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2공항의 근거로 내밀었던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용역의 과업 목표는 '현 제주공항 확장, 신공항 건설, 제2공항 건설' 등 3개의 대안을 객관적으로 비교·검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체 보고서 중 현 제주공항의 활용대안이 단 2페이지에 불과하고 신공항 건설은 용역 도중에 원희룡지사의 요청으로 과업에서 제외됐다. 활주로 좌표조차도 용역 보고서에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았고 장애물 기본 표시 역시도 도면 하나 제대로 기록된 게 없었다. 검토위원회를 통해 일일이 정보공개 청구하듯이 요구를 해야 마지못해 한두 가지씩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고 끝까지 제공을 거부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연구 로우데이터 제공은 아예 전무하다. 

그러나 검토위원회에 참가한 성산마을 대책위측 위원들의 노력으로 일부 새로운 사실들이 확인되었다. 2012년 용역당시에는 가장 유력한 1순위 후보지였던 신도 후보지는 활주로가 평가 도중 옮겨져 소음과 환경성 평가 때문에 탈락했다. 2012년 용역 당시와 같이 소음피해가 적은 해안가 쪽으로 활주로 위치를 배치하면 되는데 마을 안쪽으로 붙여서 후보지 2개를 모두 탈락시켰다.

신도후보지가 적절한 후보지라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신도후보지를 고의적으로 탈락을 시키고 성산후보지를 1위로 만든 것이 너무나 눈에 확연하게 띄었기 때문이다. 성산후보지의 군공역 중첩문제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항공기 안전과 직결된 동굴조사와 철새도래지 조사는 아예 실시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성산후보지의 기상문제, 공군참모총장의 공군기지 겸용 발언 문제 등 제2공항의 근거로 제시되는 사전타당성 용역의 문제는 누가 봐도 심각한 수준의 용역이었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검토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기본계획 실시 여부를 결정하자는 대책위 주민들과의 약속을 깨고 2017년 12월 말 바로 기본계획 용역을 실시한다고 선언해 버렸다.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지역주민을 배제하고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를 2018년 1월 22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자신들의 청사 안에서 비공개로 강행했다.

결국 검토위원회 활동을 통해 제2공항 건설사업의 진실여부를 규명할 수 있는 단초들이 쏟아져 나오자 국토부는 3개월의 시한이 다가오자마자 연장 여부도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검토위원회를 강제 종료시켜 버렸다. 진실의 상자가 열리는 걸 두려워 한 국토부는 이후 검토위원회의 재개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모든 목소리에 귀를 닫고 곧바로 '제2공항 기본계획' 절차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검토위원회의 결과 여부에 따라 기본계획 실시 여부를 결정하자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일방 강행은 이때부터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오랫동안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할 중재자는 등장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11월 15일 제주도의회는 지역주민 1만 2천여 명이 청원한 도민공론화를 통한 제2공항 문제해결 요구를 수리하기 위해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공식 의결하여 특별위원회 활동이 개시됐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국토부와 원희룡도정을 배경으로 하는 제2공항 찬성단체들의 공개적인 방해와 협박 속에서도 '공론화를 통한 갈등해결'은 전 제주도민의 공감대를 얻어 왔다. 올해 초부터 이루어진 지역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찬반 입장을 떠나 제2공항의 갈등 해결은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제 공은 제주도의회로 넘어왔다. 국토부가 거부하고 원희룡지사가 거부한 도민의견수렴의 역할 주체는 도민의 대변기관인 도의회가 맡게 된 것이다. 제주도의회 내 공론화를 지지하는 대다수 도의원들은 원희룡도정과 국토부가 거부한 도민의견수렴의 주체가 돼 도민들의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내부의 찬반 이견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직접 도민들의 청원을 수리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고 해결방안으로서 공론화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검토 의견들을 내놓기로 했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신고리원전 공론화와 광주도시철도 공론화에 이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답게 지방자치의 새로운 갈등해결 모범사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제주도의회가 도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제주도의회의 공론화를 통한 제2공항 갈등해결 노력은 새로운 지방자치의 민주주의적 해결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에 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지방분권의 선두주자인 제주특별자치도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인권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제주도, #제주2공항, #공항건설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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