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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원 입시를 마친 지 얼마 안 된 예비 대학원생이다. 대학원으로 도달하는 길은 난코스였다. 물론 취업이 더 수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취업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진학 준비 자체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학원 진학 후 감내해야 할 것들에 대한 우려와 그로 인한 내적 갈등이 또 하나의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어려움은 대학원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이 다른 영역에 비해 미숙하다는 데에서 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미숙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 글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원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다.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생명공학 계열의 4년제 대학생 A씨는 "본래 취업을 생각했었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대학원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계열의 대학원생 신분인 B씨는 "주 전공과 관련된 직종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져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하며 인문계열 직종 또한 예외가 아님을 설명했다. 

준비부터가 난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정보'에 목말라 있다.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고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알려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준비해야 하며, 설령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바로잡아 줄 사람이 없다. 이는 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할 때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학 캠퍼스 내외로 취ㆍ창업 준비생을 위한 강연 및 컨설팅 프로그램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진학 준비생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그나마 이공계 대학원은 연구실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만 진행되고 방학 기간에만 참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대학엔 기업 인턴십 참여를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취업 준비생들은 직무 경험과 학점 이수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학 준비생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선 학기 중에는 학교 생활, 방학 중에는 인턴십 참여로 쉴 새 없는 나날을 보내야 한다. 취업에 비해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진학 준비의 현실이다.

학생이자 노동자인 대학원생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학원생 스스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2월 출범한 단체이다. '노동자도 아니고 대학원생이 무슨 노조?'하며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노동'을 한다. 이공계 대학원생 대다수는 전일제로 근무하며, 인문계 대학원생 또한 지도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원생의 60% 정도가 자신을 학생인 동시에 노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로서 대우받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앞서 언급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은 등록금, 주거비, 그리고 생활비를 합해 월평균 150 정도의 최소생활비가 필요하지만 프로젝트 연구비로 조달할 수 있는 비용은 월 60만원 정도에 불과 (중략) 그마저도 지도교수의 역량에 따라 경제적 여건의 편차가 커 대학원생들에 대한 경제적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 국가인권위원회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2015

석사 과정만 평균 2년, 박사 과정까지 진행한다면 평균 6~7년 동안 대학원생 인건비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기에 줄일 건 식비밖에 없다. 가난한 대학원생들은 오늘도 한숨만 늘어간다.

보호받지 못하는 '혈혈단신' 대학원생

우리 사회에는 '대학원=갑질의 현장', '대학원생=노예'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2015년 곪다 못해 터져버린 '인분 교수' 사건은 대학원 내 심각한 갑을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도 욕설, 협박, 성추행 및 성폭행 등 권위를 이용한 교수들의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만 해도 인천대학교의 모 교수가 2013년부터 약 6년간 대학원생 48명의 인건비 8억 2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교수 지인을 논문 저자로 등록시키기 위해 대학원생에게 대신 연구를 떠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대학원 시스템에서 이러한 갑질 마인드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을까? 그 이유는 대학원생을 보호할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을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교수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은 없다.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학위 취득을 약점으로 잡아 이용할 수 있다. 대학원생에게 불리하기만 한 이 관계는 교수들을 더 권위적으로 만들었고, 그리 하여 나타난 결과가 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만약 교수의 갑질을 견제하고 대학원생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상황은 어떠했을까? 어떤 대학원생은 교수의 인분을 먹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대학원생은 대학원 중퇴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정신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가 되기 전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대학원생노조는 현재 '대학원생 119'를 통해 대학원 내 부조리 신고를 받고 있다. 운영을 시작한 2019년 1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 약 6개월간 125건의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는 자신들을 보호해줄 제도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대학원생 119와 관련한 조사 결과는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미국 연구지원기관과 대학 성폭력·괴롭힘 차별 대처 방안' 보고서로부터 참조했다.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지는 북미와 유럽의 여러 국가들 또한 같은 진통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인정되고 보호제도들이 생겨나면서 현재의 더 나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미국 내 대부분의 대학에서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은 법률 상 노동자로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전미노동관계법에 의거하여 일반적인 노동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사회 및 경제 현실의 변화를 잘 고려한 합당한 결정이라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 해외의 좋은 사례를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인정', '인건비 제도 개혁' 등 큼지막한 개념을 이어받아 한국의 실정에 맞게 변혁을 실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대학원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위 글에서 제일 먼저 언급되었던 문제점은 진학 준비생을 위한 지원의 부재였다. 대학원 진학을 취창업 준비와 동일 선상에 놓고 정부 차원 또는 교육기관 차원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진학 준비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및 면접 컨설팅, 학점 이수가 가능한 연구 인턴 프로그램, 학교 차원의 스터디 지원 프로그램 등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로써 진학 준비로 인해 정부 또는 학교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취창업과 마찬가지로 대학원 교육 또한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재를 배출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의 무관심과 권위적인 내부 체계로 인해 너무나 많은 진학 준비생과 대학원생들이 고통받아왔다. 과거의 아픔이 미래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대학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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