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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시작하다.
 운동을 시작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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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3일째인 지난 8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교수 시절부터 늘 푸시업 100개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뱃살 하나 없는 몸을 꿈꾸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렇게 성실한 사람이라면 업무나 가족이나 타인에게도 정말 성실할 것 같다는 믿음과 함께.

그런데 막상 제가 운동을 하다 보니 원래 목표였던 뱃살 빼기는 거의 은하계 급의 목표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뜻밖의 선물을 얻었습니다. 바로 마음의 건강인 '자신감'과 '자존감'입니다.

오늘 아침도 그랬습니다. 오전 6시 반에 아파트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가 스트레칭을 한 후 계기판이 달린 자전거 위에 앉습니다. 졸린 눈으로 계기판을 꾹꾹 눌러 키와 몸무게, 나이를 입력했습니다.

타이머가 작동하는 것을 본 후 패달을 밟았습니다. 허리를 곧추세운 채 패달을 밟자 시속 190이 나왔고 구부정하게 밟으니 시속 170의 속도가 나왔습니다. 처음 5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견디지 못할 만큼 숨이 차오르고 맥박수는 80에서 90을 넘어 110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5분을 넘기자 힘든 게 덜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적응되었는지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한 채 5분을 더 밟고 10분이 넘어가자 '해온 게 아까워서'라는 생각에 계속 밟고, 목표 시간인 15분이 가까워지자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았습니다. 오늘도 목표 열량 달성.

맥박을 안정시킨 뒤 윗몸일으키기를 했습니다. 뱃살 빼기용으로 시작한 건데 30개를 넘어서니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로키>'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무적의 챔피언 아폴로와 맞짱뜨려고 몸을 다지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40개가 넘어가면서부턴 제 눈이 호랑이의 눈처럼 충혈되고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는 기합 소리가 되어갑니다.

마흔아홉, 오십... 목표에 도달한 뒤 기분 좋게 스며든 땀을 샤워장에서 씻어내니 하루의 시작이 상쾌합니다. 하루의 끝을 다시 이곳에서 마무리하고 나면 노곤함이 몰려오며 이불속이 포근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제 속에 내재되어있던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 분노, 안타까움, 두려움, 망설임, 짜증 등이 지방과 함께 타버리고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땀방울처럼 몽글몽글 솟아오름을 느낍니다.

퇴진하겠다던 그분이 약속을 뒤집고 '경기방송 임직원에게 고함'이라는 선전포고를 했을 때 두 번이나 성명을 발표하며 맞서왔던 경기방송의 직원들은 좌절했습니다.

끝까지 맞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은 '승산 있는 싸움일까' '이제는 이기는 싸움 좀 하자'는 의견에 덮였습니다. 당시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는 분들께 할 말이 없었는데 지금은 할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만나면 이렇게 말해드릴 겁니다.

"운동하세요. 운동하면 매일 이깁니다. 매일 이기는데 한번쯤 질지도 모르는 싸움 붙어봐도 되지 않겠나 하는 용기도 솟고."

태그:#경기방송, #친일막말, #해고, #불매운동, #라디오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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