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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 소속의 철도노동자들이 서울역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20일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 소속의 철도노동자들이 서울역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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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3조2교대 근무자들 주간 근무시간이 39.3시간인데 노조 요구를 바탕으로 단순계산하면 31시간 정도로 되고, 사측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도 35시간 정도로 거의 전체 근로자의 최저 수준이다."(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철도 총파업이 22일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발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차관은 철도파업 첫날인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철도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 요구대로 신규인력을 충원하면 근로시간이 주 30~31시간까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철도노조가 이미 주 40시간 미만 일하고 있으면서도 주 30시간만 일하려고 파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아래 철도노조)은 지난해 노사합의대로 내년 1월 4조2교대 전면 시행을 위해 4654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철도공사도 1865명 충원 방안을 내놨다. 철도공사 직원 3만500명 가운데 교대 근무자는 1/3인 1만1천 명 정도다.

과연 철도노조 요구대로 하면 주간 근무시간이 39시간에서 30시간까지 9시간이나 줄어든다는 국토교통부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검증] 국토교통부 "철도노조 요구대로 하면 주 30~31시간 근무"

철도노조는 현재 내년 4조2교대 시행시 주 36.2시간(연간 1884시간) 근무를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지난 20일 파업을 시작하면서 내건 조건은 ▲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철도안전인력 4654명 확보 ▲ 임금 4% 인상 ▲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 ▲ KTX-SRT 통합 등이다. 이 가운데 인력 충원 문제는 사실상 국토교통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철도 노사는 지난 2018년 6월 7일 당시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과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라 3조2교대를 4조2교대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3조2교대제는 3개조가 6일 단위로 주간, 주간, 야간, 야간, 비번, 휴무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4조2교대제는 4개조가 4일 단위로 주간, 야간, 비번, 휴무로 나눠 번갈아 근무한다. 3조2교대가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이라면, 4조2교대는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비번·휴무) 방식이라 업무 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4조2교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철도노조는 기존 3조2교대자를 4조2교대로 전환하는데 3202명, 시설 분야 일근·야간격일제 근무자 추가 인원 459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자 추가 인원 993명 등 모두 4654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 대책본부'에서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비상수송 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0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 대책본부"에서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비상수송 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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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경욱 차관은 "노조는 4600여 명 충원을 요구하고 사측은 1865명을 요구했는데 우리는 (회사가 요구하는)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없다"며 "이 방안이 국민에게 부담이 돼 현재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철도노조는 21일 "노조의 4654명 요구는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필요인력으로,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용역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국토교통부가 철도공사 노사의 4조2교대 전환 합의 이행 자체를 부정하고 아예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 "휴일근무 없애고 야간휴게시간 유지하면 주 30~31시간"

노조 요구대로 충원하면 주간 근로시간이 30~31시간까지 줄어든다는 김경욱 차관 발언의 근거는 무엇일까? 김 차관은 지난 20일 발언 당시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1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통화에서 "현재 철도노조는 근로시간을 3조2교대 주 39.3시간에서 4조2교대 주 37.1시간(철도공사 시범운영 기준, 현재 노조 요구안은 주 36.2시간)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이를 맞추려고 월 1일 지정휴일근무(8.5시간)를 포함시켰고 야간휴게시간 5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 근무시간을 2시간씩 더 늘렸다"면서 "노조 요구대로 4600여 명을 충원하면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에 지정휴일근무도, 야간휴게시간 단축도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철도공사 교대근무자들은 야간근무 도중 '야간휴게시간' 5시간(4시간 취침+1시간 휴식)을 두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3시간으로 줄이고 나머지 2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했다. 4조2교대시 야간근무는 1주일에 2~3차례 돌아오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매주 4~6시간 정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한 달 8.5시간(매주 2시간꼴) 정도인 지정휴일근무를 없애고, 야간휴게시간 축소(매주 4~6시간)를 하지 않으면, 주간 근무시간이 노조 요구안(주 36~37시간)보다 6~7시간 정도 줄기 때문에 30~31시간이라고 단순 계산했다.

[철도노조] "야간휴게시간 일부 근로시간 전환하면 주 36.2시간"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틀째인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철도공사 수색차량기지에 열차들이 서 있다. 2019.11.21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틀째인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철도공사 수색차량기지에 열차들이 서 있다. 2019.11.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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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도 올해 4조2교대 시범운영 때 평균근무시간을 주 39.3시간에서 주 37.1시간으로 2시간 정도 줄였다가, 지금은 1시간 정도 더 줄어든 주 36.2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 역시 근로시간 확보를 위해 시범사업 때는 포함시켰던 월 1회 지정휴일 대체근무를 없애는 대신, 야간휴게시간 일부를 업무교대 시간으로 보고 근무시간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근조 철도노조 교육국장은 21일 오후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현재 노조에서는 평균노동시간(소정노동시간)을 월 170.5시간(주 39.3시간)에서 월 157시간(주 36.2시간)으로 단축하자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월 1회 지정근무는 폐지하고 야근근로 때 대기시간 개념이 강했던 야근휴게시간 5시간 가운데 2시간을 업무인수인계시간으로 보고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요구가 반영되면, 철도 교대근무자 연간 근무시간은 현재 2046시간에서 1884시간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를 법제화하고 오는 2022년까지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실현하기로 했는데, 국토교통부가 평균근로시간을 문제 삼는 건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철도공사 3조2교대와 4조2교대(노조 요구안) 노동시간 비교(출처: 철도노조). 4조2교대제도가 시행되면 교대근무자 연평균 근무시간이 2046시간에서 1884시간으로 줄어들며, 주간 평균근무시간도 39.3시간에서 36.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철도공사 3조2교대와 4조2교대(노조 요구안) 노동시간 비교(출처: 철도노조). 4조2교대제도가 시행되면 교대근무자 연평균 근무시간이 2046시간에서 1884시간으로 줄어들며, 주간 평균근무시간도 39.3시간에서 36.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 철도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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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주 30시간은 국토부 단순계산... 노조 요구와 달라"

한국철도공사에서도 국토부 주장대로 주간 근무시간이 30~31시간까지 줄어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양현진 철도공사 노사협력처 차장은 21일 "현재 3조2교대 근무자가 1만1천여 명인데, 국토교통에서는 4600여 명이 느는 걸 비율로 따져 단순 계산한 것 같다"면서 "현재 노사가 합의한 '소정노동시간'은 월 평균 165시간이고, 현재 노조에서는 월평균 157시간(주 36.2시간)으로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주장대로라면 교대근무자 월 평균노동시간은 130시간대까지 떨어진다. 평균노동시간이 노사가 합의한 소정노동시간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자칫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증결과] 노조 요구대로 하면 '주 30~31시간 근무'한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

 
 
국토교통부 주장대로 철도공사가 3조2교대제 대신 4조2교대제를 도입하고, 충분한 인력을 충원할 경우 교대근무자 평균 근로시간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현재 주 39.3시간보다 3시간 정도 줄어든 주 36.2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고, 인력이 노조 요구대로 충원된다고 해서 노사가 합의한 근무시간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철도노조 요구대로 하면 근로시간이 주 39시간에서 주 31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발언대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나, 주30~31시간까지 줄어든다는 건 현재 노조 요구안에 비쳐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판단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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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철도파업, #김경욱차관, #철도노조, #4조2교대, #노동시간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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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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