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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일터>에서 충남플랜트노조의 노안활동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사고가 계기였는데, 그때는 석유화학공장의 건설·정비 등에 관여하는 플랜트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주목했었다.

이번 11월 <일터>에서는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 즉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의 대응 과정을 돌이켜보며 석유화학단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지켜낼 수 있을지 등을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을 지난 10월 17일 서산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중대재해 대응, 기본에 충실히! 규정대로 제대로!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수라고 합니다. 한화토탈에서 1996년 10월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2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한화토탈 노동조합은 2014년 11월 28일에 발족을 했습니다. 현재 현장에는 852명의 조합원이 있고, 상집과 대의원을 포함해서 총 55명이 간부로 있습니다. 제가 한화토탈에서 맡은 업무는 생산부 중 벤젠·톨루엔, 파라자일렌을 만드는 일로 조정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지역본부로 옮기기 전 한화토탈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중순 발생했던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지난 7월 26일 사측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SM 폭주반응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공정안전관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SM이 다량함유 된 내용물을 전사유(殘渣油) 탱크로 이송한 한화토탈의 과실과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대재해 대응의 기본적인 사항들만 지켰어도 피해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응해야 하는 기본수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석유화학공장 내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첫째,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즉각 생산부와 안전팀에 대피신고를 해야 하고, 생산부와 안전팀은 공장 내 모든 노동자에게 사고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피방송을 해야 합니다. 사내 방송이든, 문자나 카톡이든 모든 채널을 통해 알려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먼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입니다. 둘째, 생산부 직원들이 사고공정에 투입되어 사고 범위 및 정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운전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생산부의 각 조장을 긴급호출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사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며, 사고가 확인된 공정에서는 확산방지를 위해 생산공정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취해 야 합니다. 셋째,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화학물질은 공장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에, 사람들의 대피와 화학물질 확산방지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화학사고의 경우 15분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17일에는 사측에서 늑장신고를 했으며, 근무자 대피방송 및 경보가 1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초동 대처에서 생산부직원들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부 직원들이야말로, 사고 위험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직접 노출된다. 생산부 직원들은 신속한 사고대응 및 보호조치를 위해 안전 교육을 받는다.

"근무 3년 차까지 소방훈련을 받아요. 그리고 사내에 기동소방대라는 것도 운영합니다. 5개 조로교대근무를 하고, 방연복 등 보호장비도 지급받습니다. 생산공정별로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을 받아요. 설비별로 유증기 유출이나 폭발 등 긴급상황 대처 시나리오가 있어요. 조정실에서 작성하고 생산부에서 보관하죠. 생산부에서는 이에 근거해서 각 공정에 해당하는 현장과 조정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훈련해요. 한화토탈의 경우 공장마다 1달에 한 번씩 합니다. 공정별로는 1년에 한번씩 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 대응 과정에서 소방서에서도 출동하지만, 해당 공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유출되는지, 그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생산부 직원이 제일 잘 알죠. 만약 소방관이 그런 정보 없이 함부로 물을 쏘다가 사고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생산부 직원들의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이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잘 만들어진 대응 시나리오가 있음에도 사고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그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갖춰진 규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데, 화학공장의 흐름 공정이 갖는 특성상 설비가동을 멈추게 되면 이윤손실이 나므로 이를 피하고 이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무리하게 설비가동을 하다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고예방 및 대응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안전관리절차 및 사고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 이윤수. 김용균 투쟁 백서<김용균이라는 빛> 발간 북콘서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 이윤수. 김용균 투쟁 백서<김용균이라는 빛> 발간 북콘서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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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과 산보위 활동, 끈기로 오기로 해나가기

그렇다면,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일상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석유화학단지에서 벌어진 중대재해, 예컨대 불산누출이나 sm누출 등의 사고는 위험 범위와 정도가 물론 크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평소에 설비점검 및 안전조치를 잘한다면, 중대재해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러한 일상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갖는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면, 안전보건 의제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토탈에서도 산보위를 하고 있어요. 제가 지역본부로 오기 전에는 노동안전부원을 맡은 부장과 차장 2명에다 저까지 포함해 총 5명이었죠. 산보위에서 다룰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 각 부서별로 담당 구역을 조사해 안전보건 관련해 사업장 내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활동을 계속했어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장순회 점검을 하든 산보위를 하든 형식적이지 않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과거 삼성이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던 시절부터 합동현장점검은 있었지만, 사측이 안내하면 노동자들이 따라다니는 형태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었거든요.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해요.

저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감)을 하면서 한달에 한 번씩 총괄 공장장 및 부사장과 함께 공장을 하나씩 돌았어요. 이때 공장 순회 전에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해갔죠. 만약 1월에 A공장 점검이라면, 12월에 미리 가서 조합원들에게 해당 공장에서의 애로사항이나 설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취합해서 개선조치 및 개선시기 등이 담긴 안을 작성합니다. 이후 1월에 사측과 함께 점검하면서 해당 안을 가지고 지적 및 요구를 하는 거죠. 이때 노조 측 인사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사측 인원이에요. 환경안전팀 임원,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생산부 임원과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등 총 10~12명하고 함께 가는 거죠. 아무래도 노조 측 참여인원이 적으니 불리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리 조합원의 의견과 주요 사항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렇게 순회하면서 위반사항, 개선사항을 지적하고 추후 지적된 게 반영 안 되면 노동부에 신고해 개선하라고 압박하죠. 이를 위해서 조사 자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요.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취하는 시기도 딱 정해두고 요구해야 해요. 그래야 압박하든 협상하든 우리가 주도할 수 있죠. 만약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어려운 사항이면, 산보위로 의제화시키죠. 산보위에서 이런 의제를 정기적으로 다루면서 일상적인 예방활동을 하는 거예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공정을 통해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테스트 하는, 샘플 작업의 개선조치를 언급했다. 샘플 작업을 할 때, 벤젠이나 sm 등 화학물질과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근거리에서 증기 등에 노출된 채 샘플을 빼왔던 오픈 시스템의 문제점이 조합원들과의 면담에서 드러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화학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추출할 수 있게 하는 클로즈 시스템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이때 발굴된 의제를 산보위를 통해 협의함으로써 사업장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설비 개선에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에 대해 노조가 사측과 면밀히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보위는 안전보건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필수적인 제도다.

공장과 공단을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노안활동 만들기

앞서 얘기했듯이, 석유화학단지의 사고가 빈번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규모가 크고 시민안전도 위협받기 때문에, 지역차원의 대응 및 예방활동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노동조합이 뭉쳐서 서산화학물질감시학교를 만들었다. 시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종료와 위험성, 화학물질 유출 신고 절차, 사고 발생 시 지역 차원 공동대응 등을 교육하려 한다. 시민들이 화학물질의 관리 및 사고 예방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 외에는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사업장 간 공동대응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산에선 한국노총이 있는 현대오일뱅크,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있는 KCC 대죽공장, 롯데케미칼 등에서 노안담당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있어요. 한 해 계획을 세워서, 안전보건 관련 교육을 하고 공단 내 안전보건 의제(사안 별 탄원서 제출 등)에 대해 회의도 하고, 각 사업장 내 활동(산재처리, 안전점검 활동, 공정안전보고서 검토, 작업환경측정 사업 등)도 공유합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새움터,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등이 함께하고 있어요. 지역의 여러 단위들과 함께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하고자 논의 중입니다. 나아가 지역명감 제도를 활용해보려고 시도 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더 많이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눠야죠. 노안활동가 대회와 같은 자리도 소중하죠. 만나서 고민도 토로하고,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각자의 노안활동 역량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함께 노안활동의 수준이 높아져야죠. 그래야 누군가 열심히 하다 소진되는 반면 노안활동의 토대는 갖춰지지 않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9월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공장 외부벽면과 지붕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를 떠올리며, 지역공동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노력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 주체인 사업주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벌 수준은 미미하며, 안전 및 보건 조치마저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원청이 의무를 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사업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지역 차원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의제를 지역 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노안활동가들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겠죠. 모두 함께 나란히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싸워갈 수 있도록 노안활동가들이 앞서고 뒤서며 노안활동을 지역의 중요 의제로 만들어 갑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박기형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1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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