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내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아래 변혁)'과의 통합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친박계 중진 중 한 명인 정우택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보수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보수의 가치 또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세력들과의 규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지난 6일 긴급기자회견 이후 '보수대통합'을 추진 중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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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승민 전 대표가 '조건부' 보수통합을 주창한 데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통합추진단을 꾸려 단장에는 원유철 의원, 실무진으로는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지명했다.
그러나 당 내외에서는 변혁 측과의 통합 추진에 대한 이견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유승민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 통합의 조건을 강조하고 나섰다. 변혁 내에서도 바른정당 출신들과 달리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정우택 "유승민만이 개혁 보수 아니야"
정우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 그 밖에 여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많은 분이 같이 이뤄내는 보수대통합을 바라고 있다"라면서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 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 간판을 걸고 내년 선거에서 후보자를 낼 것인가, 이 문제도 우리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바른미래당이 간판을 내렸을 때 진정한 의미의 보수대통합이 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앞으로의 (통합) 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변혁 쪽에서는 '투 트랙(신당 창당·보수통합)'을 언급하는 것 같은데, 이 역시 패스트트랙과 연관되기 때문에 완급을 잘 가려서 우리도 판단을 해주기를 바란다"라고도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변혁 측과 한국당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것.
그는 "변혁만이 개혁 보수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개혁보수로 가야한다는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라며 "한국당의 쇄신된 모습을 보여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개혁 보수'의 기수이자 보수통합의 파트너가 "변혁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는 지적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가 마치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구애하는 것 같지 않느냐"라면서 "우리가 매달리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원유철 통합추진단장 임명에 왈가왈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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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한편, 정 의원은 "원유철 의원이 (보수대통합추진) 단장으로 임명된 이상, 원 의원이 교섭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를 기대한다"라며 "원유철 의원이 단장이 된 것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비박 복당파인 권성동 의원은 원유철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한 데 반대하는 뜻을 문자를 통해 황교안 대표에게 전한 사실이 <뉴시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친박 성향에다가 유 전 대표와 악연이 있는 원유철 의원은 부적절하다는 것.
권 의원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원유철 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 입장에서 신뢰할 만한 분은 아니다"라며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원 의원이 유 의원의 공천 탈락을 독려해 유 의원의 마음이 상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문자를 보낸 것도 "당 대표는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원들의 개인 관계를 모를 수 있다"라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 황 대표는 변혁 측에서 원 의원을 원했다는 식으로 의원들에게 해명했다고 전해졌다. 정작 유 전 대표 측은 그런 뜻을 밝힌 적이 없다고 하는 보도가 나오는 등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원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소통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에서 유 대표의 변혁 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황 대표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권 의원 말씀은 우리 당이 보수통합·야권통합 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보수통합·야권통합은 국민이 가라고 하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그 길을 가기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가야한다"라며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이라고 글을 마쳤다. 자신의 임명을 둘러싼 당내 반발에 정면돌파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