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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래미안 라클래시'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5000만 원에 육박했지만,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겼다.
 지난 9월 20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래미안 라클래시"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5000만 원에 육박했지만,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겼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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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 시즌2'라고 보는 건 자연스러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둘도 없는 친구였고, 청와대와 여당의 주요 포스트를 맡은 인물들이 노무현 정부와 겹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돈 지금에 와서 보면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 시즌2'로 명명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부동산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이의 공통점은 재임 기간(물론 문재인 정부는 아직 임기가 절반 가까이 남아있다)중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 뿐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관한 철학과 투사한 정책의 강도 등의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을 크게 수요, 공급, 금리라고 할 때, 이 세가지 요인들을 가지고 분석해보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처했던 객관적 조건을 비교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투기 쓰나미에 맞서다   

노무현 정부 임기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르렀고, 주택보급률도 지금보다 낮았으며(2005년 98.3% vs 2017년 103.2%), 기준금리(3.25%~5.00%)도 지금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즉 가계의 소득이 빠르게 늘었고(소득이 늘면 주택구매욕구가 높아진다), 주택공급도 지금 보다 적었다. 게다가 기준금리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았는데 이는 경제주체들의 기초체력이 튼튼했음(가계와 기업이 3.25%~5.00% 수준의 금리를 감당할 체력이 된다는 의미)을 방증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객관적 조건에 더해 노무현 정부의 전임 정부이던 국민의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에 관한 규제를 풀다 보니 노무현 정부는 취임초부터 투기 쓰나미에 정면으로 맞서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가 세제(보유세 및 양도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개발이익환수장치, 대출관리(LTV 및 DTI), 분양가상한제(공공 및 민간택지), 2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공급확대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모두 투사(물론 강도와 타이밍은 지적할 부분이 있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에 가서야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 투기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곡절이 있었다. 

이를 달리 설명하면 노무현 정부 당시 시장내면의 에너지(투기적 가수요+실수요)가 너무나 강력해서 살인적인(?) 금리를 감당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비록 한시적이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퍼붓는 수요억제 폭탄과 공급확대 폭탄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값 잡을 생각이 있나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객관적 조건은 어떠할까? 취임 첫해 3.1%를 찍었던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2.7%로 꺾였고 올해는 2%도 겨우 방어할 듯 싶다. 경제성장률이 급감(물론 이건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라기 보단 대한민국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때문이다)과 더불어 소득분위별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이제 서울 아파트(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월에8억 7천만원을 돌파했다)를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건 5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간 공급을 주구장창 해 댄 탓에 주택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대신 다주택자가 폭증(2주택자 2012년 대비 2017년 29.9%증가, 3주택자 2012년 대비 2017년 39.2% 증가)했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도 폭증했다. 주택소유 상위1%가 소유한 주택 수는 2007년 평균 3.2채에서 2017년 6.7채로 늘었다. 단도직입으로 말해 문재인 정부들어 더욱 기울기가 가팔라진 서울 아파트값 폭등은 단연 '투기'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요 측과 공급 측 모두 집값이 폭등할 객관적 조건이 아니었다. 소득이 느는 속도가 줄고 그나마 소득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매수세가 확산되기 힘들고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준금리가 적정금리 수준을 아득히 하회(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의 금리인상을 통해 1.75%까지 올랐던 기준금리는 두 번의 금리인하를 통해 다시 역대 최저치인 1.25%로 떨어졌다. 초이노믹스를 통해 빚내 집사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로 회귀한 것이다)하는 건 분명 집값 상승에 우호적인 요인이지만,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건 경제주체들의 체력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증거다. 이를 달리 설명하면 유동성에 기댄 근래의 서울 아파트값 폭등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취약하다는 뜻이다.

기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가을 무렵부터 본격화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장은 거의 전적으로 유동성에 기댄 유동성 장세에 불과하다.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7년 연속으로 추진한 부동산 투기권장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한 장세이기도 했다. 불가항력의 상승장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박근혜 정부시기의 저금리 기조를 강하게 탄핵하며 기준금리를 추세적으로 빠르게 인상했거나, 보유세를 참여정부 수준으로 복원시키겠다고 공표했거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전격적으로 철회했다면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선언도, 빠른 금리인상도, 보유세의 복원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철회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긴커녕 대출 관리만 신경쓰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오히려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작년 여름의 충격적인 아파트 가격 폭등을 경험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핀셋 대책이니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9.13대책 이후 진정되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건 시장참여자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집값을 떨어뜨릴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취임 초 수준으로 돌려놓을 의지가 없이 미봉과 임시방편과 미시적 대책으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부를 시장참여자들은 꿰뚫어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경제실정은 부동산 정책 실패 

문재인 정부 시기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자산 양극화를 사회적 신분 수준으로 고착시켰을 뿐 아니라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일체감과 연대감을 완전히 파괴했고 '전 시민의 투기꾼화'를 촉진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시점이 작년 여름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시점부터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며, 대통령과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를 정말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인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경제실정이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 쓰나미에 정면으로 맞서 방파제를 높게 쌓았지만, 쓰나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역부족이었고, 실수도 있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고작 거친 파도를 막을 방파제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피해를 시민들에게 입혔다. 그러고도 누구하나 설명도,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부동산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반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런 내 바람은 또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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