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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똑바로 안 해', '바빠죽겠는데 신호수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니야'

차 안에서 혼잣말처럼 외치는 기사 목소리가 엔진음과 함께 차창 밖에까지 들린다. 지난 12일 필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수도 공사 현장에 '알바'를 나갔다가, 일을 잘 못하는 바람에 도로를 운행하는 대형 덤프 트럭 기사에게 호되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 현장에서 필자에게 '신호수'라는 업무가 맡겨졌다. '신호수'는 각종 공사가 이뤄지는 도로에서 차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일을 사람을 말한다.

이를 위해 필자에게는 무전기, 안전 조끼 그리고 안전봉, 안전모가 지급되었으며 안전과 '신호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2인 1조로 근무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서기 전 조원인 A씨는 필자에게 바짝 긴장하고 무전기 잘 듣고 차량 소통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대형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이날 도로 현장은 더욱더 그렇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양방향에서 동시에 차량을 보냈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그래서일까.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필자는 이같은 말에, 몸에 군기가 바짝 들기까지 했다. 드디어 현장인 도로에 나가 한쪽 끝에 자리를 잡고 서있자니, 추위와 찬바람에 떠는 것인지 긴장해서 떠는 건지 몸은 사시나무 떨듯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의경으로 복무한 탓에 안전봉과 수신호에는 자신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신감은 불과 10여 분 만에 보기 좋게 무너졌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도 않는데도 필자는 차를 보내라는 무전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냥 못 가게 막아놓았던 것.

이로 인해 맨 앞에 있던 대형트럭 기사에게 한 방 먹은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차량을 소통시켰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다행히 이후 큰 실수는 없었다. 그런데 '신호수' 역할이 익숙해질 무렵,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필자는 12일 도로 공사현장에서 차량 소통을 책임지는 '신호수' 체험에 나섰다.
 필자는 12일 도로 공사현장에서 차량 소통을 책임지는 "신호수" 체험에 나섰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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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신호수를 하면서 2시간이 지나도록 앉아있지 못했던 것으로, 요령이 없던 필자로서는 사서 고생한 꼴이다. (경력자들은 차량 소통이 뜸 할 때는 앉아 있기도 한다)

계속 서 있던 필자의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름 다리운동 등 스트레칭을 통해 풀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한층 여유 있는 '신호수'에 충실했다.

오전에 욕먹은 생각을 되뇌며 대형트럭 기사들에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마음으로, 안전봉을 흔들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기사들도 경례나 목례, 손을 흔들며 화답을 했다. 오전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했지만,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어느덧 모든 일이 끝나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고, 필자에게 "오늘 초짜치고는 정말 잘했다. 덕분에 일이 큰 사고 없이 잘 끝났다"며 "내일(13일)도 또 나올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동참하게 된 '신호수', 작은 역할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자신이 맡은 역할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일이 끝난 지금 필자의 두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종일 노동 현장에서의 '신호수' 체험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현장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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