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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수원사람들영화제'가 지난 8일 수원 청소년 문화센터 은하수홀에서 있었다. 올해는 여중생(여성 중년)의 새로운 삶이란 주제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장장 3부에 걸친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작품을 낸 7개 영상 활동가들은 영화제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11월 8일 수원미디어센터에서는 수원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영상 작품 상영회인 수원사람들 영화제가 열렸다.
▲ 제 6회 수원사람들영화제 "마을 미디어 人" 11월 8일 수원미디어센터에서는 수원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영상 작품 상영회인 수원사람들 영화제가 열렸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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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미디어센터는 개인 미디어 활동 뿐 아니라 마을미디어 활동들의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각종 교육과 정보, 공간을 제공하며 장비와 상영회도 지원한다.
▲ 마을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방법, 마을 미디어 수원 미디어센터는 개인 미디어 활동 뿐 아니라 마을미디어 활동들의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각종 교육과 정보, 공간을 제공하며 장비와 상영회도 지원한다.
ⓒ 수원마을미디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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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1에서는 기억을 담다는 주제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공감과 기억들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다울마을 영상제작단의 '굿바이 인계동 10구역, 안녕 우리들의 골목길'에 나왔던 김창현 인계동 마을만들기협의회장은 영상을 다시 봐도 또 좋다며 감격해했다.

85살의 동갑부부 이야기를 담은 이웃사촌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짧고 강력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6.25 전쟁 한 달만에 다리를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조병억씨는 육군병원에서 지금의 아내 조정교씨를 만났다. 둘 다 열 여덟살이었다. 러브 스토리 첫 구절에 울을까 웃을까 망설이던 관객들은 영상이 짧게 끝나자 크게 아쉬워했다. 

팔달구 재개발 10구역의 사람들의 인간미가 담긴 역작, 미디어 작당의 '안녕하세요'와 마을씨(See)영상제작단의 '사랑이 꽃피는 연무동'과 '경기씨와 수원이의 천년의 사랑' 등 9작품이 상영되었다. 특히 동네 개를 따라가며 찍은 영상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김희수 작품)'와 아무 설명 없는 영상 '여행을 떠나요(김동혁 작품)' 등 실험적인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수원 마을미디어 영상팀, '이웃사촌'은 91세 김장희 할머님(남편 사진을 들고 오신 가운데 분)의 이야기를 인간 극장처럼 다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웃사촌 김은영씨(우측)와 마을씨영상제작단의 황수산나씨(좌측).
▲ 27살에 군대간다며 떠난 우리 남편이 70년이 지나도 안 돌아왔어. 수원 마을미디어 영상팀, "이웃사촌"은 91세 김장희 할머님(남편 사진을 들고 오신 가운데 분)의 이야기를 인간 극장처럼 다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웃사촌 김은영씨(우측)와 마을씨영상제작단의 황수산나씨(좌측).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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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을미디어 영상팀 이웃사촌의 '기억을 말하다'에 출연하신 김장희 선생님이 특별한 손님으로 함께 나오셔서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으셨다. 남편의 사진을 고이 들고 오신 김장희씨는 영상을 보다가 당신의 주름진 손이 클로즈업되자, 아이고 저렇게 찍었네 허허 하며 부끄러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떨려서 청심환 먹고 왔어. 우리 남편이 스물 일곱 살에 군에 갔을 때 난 스물 한살 이었어. 울기도 많이 울었어. 일주일만 갔다 온다더니만 70년이 되어도 안왔어."

촬영을 맡은 이웃사촌의 김은영씨는 할머니가 '뭐라카노, 뭐라카노' 라는 말을 자주하셔서 작품 제목을 뭐라카노라고 정했다가, 정작 그 말씀하는 장면을 한 컷도 담지 못하는 바람에 '기억을 말하다'로 바꿨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4명의 멤버가 주력 활동을 하고 있는 이웃사촌 팀은 이 영상을 담기 위해 6개월 넘게 경로당과 마을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했다. 당신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도록 허락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기에, 할머니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기를 조심스레 기다렸다고 작품의 가치를 전했다.
  
2019년 수원 마을사람들 영화제에서 상영된,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모습
▲ 수원 마을미디어 연합의 활동 영상 2019년 수원 마을사람들 영화제에서 상영된,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모습
ⓒ 수원마을미디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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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마을미디어 영상 활동가들은 수원시에 있는 유용한 공간과 동아리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 마을 곳곳을 소개하는 마을미디어 수원 마을미디어 영상 활동가들은 수원시에 있는 유용한 공간과 동아리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 수원마을미디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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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먹은 뒤 열린 섹션 2에서는 '여중생의 새로운 삶'이란 주제에 맞는 영상들이 상영됐다. 연무동 경로당을 즐겨 찾는 어르신들의 '랄라라 인생은 원더풀'(마을See영상제작단)'과 남편 관찰 다큐 '사십춘기'(황수산나) 중장년 여성합창단 '우먼스콰이어 휴'(오소리낭독봉사), 동화 구연으로 세상을 채워가는 엄마들의 즐거움을 담은 '색동어머니회'(어지연), 플룻 동아리를 찾는 여성들을 담은 '천상의 소리'(어지연) 등 12 작품이 공개됐다.

특히 수원의 취업지원센터들을 찾아간 작품 '취업이 이리 어렵나?'를 만든 하재희씨는 내아이들한테 보여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청년바람지대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기획, 상상한 대로 안나왔다며 자평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군대간 아들의 편지를 영상으로 만든 'Thank you'(현성미)와 작은 공간에 사는 부부의 생활을 담은 '희수차영 라이프'(최차영)도 마을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되었다.
 
'여중생(여성 중년)의 새로운 삶'이란 주제로 진행된 섹션 2 순서에서는 동화구연 색동어머니회의 최윤희 씨(가운데 왼쪽)와 아파트 마을 라디오를 시작한 '라디오 영통'의 채서연 씨(가운데 오른쪽)가 특별 손님으로 초청되었다.
▲ 여중생의 새로운 삶 "여중생(여성 중년)의 새로운 삶"이란 주제로 진행된 섹션 2 순서에서는 동화구연 색동어머니회의 최윤희 씨(가운데 왼쪽)와 아파트 마을 라디오를 시작한 "라디오 영통"의 채서연 씨(가운데 오른쪽)가 특별 손님으로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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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손님으로 온 최윤희씨는 직접 동화구연을 들려줘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자녀들 동화 읽어주기 위해 취미로 시작한 동화구연이, 지금은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에게 고급 강의 기술로 쓰이고 있다며 재능 개발의 즐거움을 전했다.

아파트 공간에서 마을 라디오를 시작한 '라디오 영통'의 채서연씨는 LH 공동체미디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며 축하를 받았다. 이런데 나오면 드레스 입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의상을 뽐내기도 했다. 
 
영통구 매탄동의 '매탄 마을영상 놀이터' 팀은 '매탄 마을신문' 팀과 함께 마을 뉴스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 매탄 마을영상 놀이터팀의 활동 영상 영통구 매탄동의 "매탄 마을영상 놀이터" 팀은 "매탄 마을신문" 팀과 함께 마을 뉴스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 매탄 마을 영상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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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마을영상 놀이터의 공종선 씨가 만든 '우리 마을을 담다'의 시작 화면.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사람과 공간, 지역과 문화, 이슈와 정보 등을 다루며 내 가 사는 주변부터 돌아보고 있다.
▲ 우리 마을을 담다 매탄마을영상 놀이터의 공종선 씨가 만든 "우리 마을을 담다"의 시작 화면.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사람과 공간, 지역과 문화, 이슈와 정보 등을 다루며 내 가 사는 주변부터 돌아보고 있다.
ⓒ 매탄 마을영상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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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3는 지역 공간을 담은 영상들로 채워졌다. 영통구 매탄동은 마을 신문과 마을 라디오, 마을 영상까지 독보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 상영 시간에 맞춰 동장과 주민자치위원들, 상인회에서 찾아와 활동가들에게 축하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 매탄마을영상놀이터는 매탄 마을신문이 다룬 뉴스들을 지상파 뉴스처럼 MTBC News로 꾸며 큰 관심을 받았다. 영통구 모꼬지길에서 열리는 밤도깨비 시장을 찾아 역사와 재미를 담아 전했다. 또 구매탄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의 인사들을 담아 정겨움도 전했다. 공종선씨와 조훈희씨는 한 목소리로 동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담아내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공종선씨는 아버지를 담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고가의 장비를 지키며 아버지의 동작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편집과정에서 자신이 놓쳤던 아버지의 눈빛들을 보며, 쉽게 말하고 부탁하는 줄 알았던 아버지께서 순간순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감동을 나눴다.

영상속에 나온 구매탄 시장 상인 장길희씨는 눈비 맞고 연탄재 뿌려가며 장사하던 지난날을 전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재래시장에 들어온 두 명의 청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며 응원을 보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매탄마을영상놀이터팀(대표 조훈희)은 구매탄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의 이야기와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만들었다.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 계속 업로드 하고, 지역 밴드와 SNS로 통해서도 알리고 있다.
▲ 구매탄 시장상인이 들려주는 시장 이야기 매탄마을영상놀이터팀(대표 조훈희)은 구매탄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의 이야기와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만들었다.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 계속 업로드 하고, 지역 밴드와 SNS로 통해서도 알리고 있다.
ⓒ 매탄마을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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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동 구석구석을 다니며 영상에 담고 있는 마을 미디어 활동가 조훈희 씨. (전시된 사진을 촬영함)
▲ 마을 미디어에 빠졌어요~ 매탄동 구석구석을 다니며 영상에 담고 있는 마을 미디어 활동가 조훈희 씨. (전시된 사진을 촬영함)
ⓒ 수원마을미디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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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마을미디어 활동가 연합(이하 수미연)은 2019년 마을미디어 주간을 정해 지난 10월 28일 부터 11월 8일까지 집중 활동을 펼쳤다. 수원시청 작품전시와 지원조례제정 토론회, 활동가 워크숍과 네트워크 파티, 그리고 수원사람들 영화제를 마친 활동가들은 마을미디어의 재미와 즐거움이 확산되기를 한마음으로 바랬다.

한편 수원 미디어센터(센터장 임철빈)는 촬영, 편집, 장비 지원은 물론, 마을상영회와 교육을 독려하고, 각종 프로그램 구성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을 응원하며 지속적으로 도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큰 사랑과 감사를 듬뿍 받았다. 

2019년 수원사람들마을영화제는 아이 셋을 키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이들'(감독 류미례)을 엔딩 작으로 상영하며, 작품 하나를 내기 위해 온갖 고민과 고생을 해온 류미례 감독과 마을 미디어 활동가 스스로에게도 축하와 감사를 나누며 화이팅과 인사로 막을 내렸다. 
 
얼떨결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다큐 감독 류미례(가운데)씨의 육아일기 같은 작품 '아이들'이 수원사람들 영화제의 엔딩작으로 상영되었다.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는 수원마을미디어 활동가들
▲ 류미례 감독과의 대화 얼떨결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다큐 감독 류미례(가운데)씨의 육아일기 같은 작품 "아이들"이 수원사람들 영화제의 엔딩작으로 상영되었다.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는 수원마을미디어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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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을미디어 주간을 알리는 포스터, '마주보다'. 수원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마을미디어의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마을미디어 주간을 정해 집중활동을 펼쳤다.
▲ 마주보다 2019년 마을미디어 주간을 알리는 포스터, "마주보다". 수원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마을미디어의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마을미디어 주간을 정해 집중활동을 펼쳤다.
ⓒ 수원마을미디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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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원 사람들 영화제, #마을 공동체 미디어, #수원 미디어 센터, #수미연, #사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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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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