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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로 사과 농사를 망친 마용운 씨
 기후 위기로 사과 농사 망친 마용운씨
ⓒ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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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벚꽃 만개한 봄에 눈이 내려 사과 농사를 망쳤다."
  
경상남도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마용운씨의 말이다. 그는 기후 위기를 말하는 자리에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사과가 빨갛게 익으려면 사과 표면에 안토시아닌이라는 빨간 색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색소는 당과 햇빛, 적절한 온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추석을 앞두고 계속해 비가 내리면서 누렇고 벌레 먹은 못난이 사과만 열렸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나의 아이들에게 예쁜 사과를 먹이고 싶지만 사실 언제까지 사과 농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후 위기로 2090년이 되면 우리 땅 1%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농부만 기후 위기를 증언한 건 아니다. 해녀와 노동자 등도 기후 위기가 자신들의 삶에 끼친 위협을 생생하게 풀어놨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19 그린 콘퍼런스'에 모인 증언자들은 한국과 일본, 덴마크 등에서 일어나는 기후 위기에 관한 목격담을 쏟아냈다.
  
이날 해녀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김혜숙씨는 "제주 우도에서 약 50년간 해녀를 하고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기후 위기로 달라진 제주 앞 바닷속 생태계에 대해 증언했다.
 
 기후 위기로 제주 우도 앞 바닷속의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걸 증언한 해녀 김혜숙 씨
 기후 위기로 제주 우도 앞 바닷속의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걸 증언한 해녀 김혜숙씨
ⓒ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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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옛날 우도 앞 바닷속에 모자반과 고지기 등 해초류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속에는 고기들이 살며 알을 낳았다. 하지만 40~50년 지난 지금은 다르다"라며 "바다 속에 있는 돌을 (도구로) 찌르면 석회같이 푸석푸석하고 백화현상이 일어나 해초들이 모두 사라져 고기까지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백화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의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다의 수온 상승과 해양 오염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김씨는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물질하던 기억도 꺼냈다. 그는 "오래전 제주 삼양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물질했는데 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온 뜨거운 물에 고기와 전복 등이 다 죽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바다뿐만 아니라 산에서 나타나는 기후 위기 현상도 소개됐다. 이날 녹색연합 서재철 활동가는 '한반도 침엽수의 마지막 기록'이란 주제 강연에 나서 백두대간의 구상나무가 죽어가는 실태를 알렸다.
  
그는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 가면 구상나무들이 떼죽음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마치 폭격을 맞은 건물처럼 부러지거나 뿌리까지 뽑혀있다"라며 "지리산과 덕유산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합동 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상 살아있는 구상나무를 찾기 힘들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상나무를 비롯해 침엽수가 고사하는 원인은 지구 변화로 건조하거나 비가 고르게 내려야 하는 날씨가 변했기 때문이다"라며 "침엽수의 멸종 이야기가 우리 삶의 바짝 다가온 기후 위기를 알리는 과학적 증거"라고 했다.
  
기후 위기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동환경안전 활동가 최명선씨는 '폭염에서 노동자는 어떻게 일할까'란 주제로 강연에 나서 "폭염에 죽는 건설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주와 광주 등에서 20년 경력의 목수가 폭염에 사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 현장은 일반적인 평균 온도 훨씬 높아 안전화 밑창이 바닥에 쩍쩍 달라붙고, 차양할 수 있는 게 없어 폭염에 안전모를 쓰면 (온도가) 50도짜리를 머리에 얹고 일하는 것 같다. 이런 폭염 속에서 일하는데 현장엔 세면장과 휴게실이 없고 작업 중지도 없다"라면서 "지난 2005년 노동자들이 사망하면서 정부가 폭염 종합대책을 만들었지만 권고사항일 뿐 14년째 도돌이표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고 있으며, 이들의 몸에 피는 '소금꽃'이 증거다"라고 했다.

"기후 힐링이 곧 인간 힐링"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 위기' 사례도 소개됐다. 이날 재난 구호 전문가 김종훈씨는 "최근 일본은 15호 태풍 '파사이'로 인해 도쿄 인근 도시에 있는 전신주 2000개가 부서져 한 달간 주민들이 암흑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하기비스가 다시 일본을 덮치는 재난이 잇따라 발생했다"라며 "일본뿐만이 아니다. 2014년 쓰나미 피해를 본 필리핀 등에서 재난구호 활동을 하면서 온몸으로 기후 변화를 경험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이 2016~2019년까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를 위협하는 '글로벌 리스트(Global Risks)' 1위~3위가 모두 기후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주한 덴마크대사관 소속 야콥 라스무센 에너지·환경 카운셀러도 자신이 덴마크 '바일레' 지역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하며 "기후 변화로 홍수를 경험한 바일레 주민들은 잦은 홍수로 큰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10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홍수에 대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라며 "하지만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오는 2100년이면 바일레 지역은 2m 4cm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재방과 수문으론 (해수면 상승을) 충분히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덧붙여 "지금 당장 기후와 관련된 해법을 (자신이) 제시할 수 없으나 우리 모두 (기후 위기 시대에)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먼저 기후 위기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부터 해보자"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책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러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스 대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책 < 오래된 미래 >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스 대표
ⓒ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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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책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스 대표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날 특별강연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려면 '세계화'에서 '지역화(localization)'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식량과 목재, 철강, 유리, 플라스틱 등을 계속해 수출입 한다. (가령) 미국은 수천억 톤의 소고기를 수출하고 동시에 수입한다. 미친 무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라며 "공격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무역경쟁 시스템은 우리를 파괴의 길로 몰아가는 구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지역화와 관련해선 "지역 공동체의 자급자족으로 상품 무역의 거리를 감소시키고 생산과 소비를 다시 짧게 연계시키는 지역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켜야 한다"라며 "지역화가 환경문제뿐 아니라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사람들의 우울감과 불안 등을 해소할 것이다. 기후 힐링(Healing)이 곧 인간 힐링이다"라고 했다.
  
녹색연합 윤정숙 공동대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생존의 문제로 이미 발밑까지 와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탄소배출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를 줄이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오히려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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