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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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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엄경철 신임 통합뉴스룸(보도) 국장이 '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KBS 9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엄 국장은 지난 1일 통합뉴스룸 국장에 임명됐다. 엄 국장은 임명되면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국장은 "출입처 중심의 취재와 기사생산은 불가피하게 시민의 관점과 요구, 필요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KBS는 광고에 기반한 상업방송과는 다른 '차별화된 뉴스'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차별화된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는 수신료를 회수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 국장이 내부 게시판에 보도국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KBS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6일 통합뉴스룸 국장 임명동의안에 기자 385명 중 258명이 투표했고 그 중 찬성 161명(62.4%) 반대 97명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이 높지 않다.

출입처 제도는 오랜 시간 한국 언론의 병폐로 지적받아온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일 오후 논평을 내고 "'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한 KBS 신임 보도국장의 결단을 환영한다"라며 "KBS를 시작으로 언론계 전체가 그간의 악습을 뒤로하고 새로운 취재 시스템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7일 오전 KBS 보도본부에서 엄경철 국장을 만나 출입처 제도 폐지와 최근 KBS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엄 국장과의 일문일답.

"KBS에 대해 시민 반응 차가워, 우리 문법이 잘못된 게 아닐까?"

- 6일 통합뉴스룸 국장 임명동의안이 62.4%로 가결됐다.
"반대표를 더 눈여겨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다들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고 느낄 것이다. 전임 국장들은 찬성률이 높았다. 내가 던진 출입처 제도 폐지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대안이 있느냐', '출입처에서 나오는 기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정부에서 내려온 정책에 대한 감시는 어떻게 할 건가' 등의 반론도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반대하는 회사 내부 인원의 의견은 꾸준히 대화를 하면서 들을 것이다.

양승동 사장 체제가 시작된 지 1년 7개월이 됐고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사회적 기구로서 사회 내에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차갑게 나타난다면 우리 문법이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화두를 던진 것이다.

좋은 대안을 설계해서 제시하고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일순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조직으로 바꿔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김경록 프라이빗뱅커(PB)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불거진 법조 기자단 논란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래전부터 출입처 제도에 대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가장 아픈 부분은 균질화다. 사소한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언론이 다 똑같다.

요즘은 특종과 낙종의 개념도 약하다. 타사의 특종도 잘 받지 않는다. 그런데 뉴스는 균질화 돼있다. KBS 뉴스는 선택해서 보는 채널이 아니라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습관적으로 본다. 물론 가끔 보면서 평가도 한다. '생각보다 별것 없군.' 이러한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서 영향력과 신뢰도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KBS의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일 20만 명을 넘겼다. 김경록PB 인터뷰에서부터 시작해서 <시사직격> '문재인씨' 논란 그리고 최근 독도 헬기 추락 영상 관련 논란까지 근본적으로 KBS를 잘 봐줄 이유를 못 찾는 것이다. 최근에 KBS가 뭘 잘했지? 뭐 하나라도 강렬한 게 있어야 하는데 기억에 없는 것이다. 수신료를 통한 재원의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설득의 논리가 무너졌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예전과 같은 뉴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방송 보도에 대한 근본적인 실험 해보고자 한다"

- 출입처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게 '오래전부터'라고 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가?
"2008년 정치부에서 여야 출입을 했을 때 내가 한 취재들이 기사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주로 여야 반응을 중심으로 기사가 나간다. KBS와 MBC, SBS, JTBC의 정치보도는 무엇이 다른가? 어떤 느낌을 받나? 이 구조 그대로 가면 방송의 종말이 온다. 그때 손들고 정치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방송 보도에 대한 근본적인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면 동시에 만들어지는 게 있어야 한다. 폐지 이후에는 뭐가 있나?
"모든 출입처를 없애기는 어렵다. 청와대 같은 경우 국정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곳이라 정기적으로 출입하면서 분석해야 한다. 필요한 영역과 역할은 두고 서서히 없애겠다. 

최근 정치권에서 쇄신 경쟁이 붙었다. 여야가 불출마 또는 인재영입을 한다. 우리는 매일 중계방송을 한다. 시민들은 관찰자로 뉴스를 본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부 뉴스는 이런 거다. 제목을 '쇄신'으로 잡고 일주일 정도 현상을 지켜보다가 방송용 기사로 5분 정도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치에서 쇄신이 뭔지' 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그래 쇄신이 뭐지?'라고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의 뉴스는 관점과 통찰을 던져줘야 하지 않을까.

이미 시민들은 모바일이나 유튜브의 전문가들을 통해서 정보를 다 알고 있다. 유튜브 전문가들은 다들 자기 관점이 있다. 유튜브가 채널 영향력으로 지상파를 뛰어넘지 않았나. 여야가 오늘은 어떻고 내일은 어떻다고, 그렇게 중계하지 말고 주제어 하나를 갖고 보도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또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탐사 기능을 갖춰 새로운 취재를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말하자면 '경마식 보도'를 탈피하겠다는 건데 이전보다 시청률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JTBC 뉴스룸 시청률이 몇 퍼센트인가? 3%가량의 시청률로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하고 있다.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부끄럽지만 과연 우리 뉴스(KBS)를 본방송으로 보지 않고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고민인 거다. 물론 초반부터 과격하게 해나가겠다는 건 아니다. 잘 설계해서 가급적 많이 보도록(시청률 상승) 새로운 뉴스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을 하는데 있어 리스크 없이 갈 수는 없다."

"우리 영상이 재난 당사자들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놓쳐"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3일 오후 해군 청해진함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해경은 이날 오후 2시 4분께 청해진함 갑판 위로 소방헬기 인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2019.11.3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3일 오후 해군 청해진함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해경은 이날 오후 2시 4분께 청해진함 갑판 위로 소방헬기 인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201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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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출입은 폐지할 건가?
"이미 법무부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공보 기준을 마련했고 모든 검사와 언론의 접촉을 금지했다. 더 이상 출입할 이유가 없어질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동시에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필요성 여부를 따져서 하나씩 고쳐나갈 생각이다. 또 김경록 인터뷰에 대해 내부에서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 KBS가 최근 위기라고들 한다. 이에 동의하나?
"위기인 것은 맞다. KBS의 존재 기반이 시민인데 정치적 진영을 떠나 다수의 시민들이 KBS를 비판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진보나 보수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얼마나 옳은가는 내가 판단 할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견해들이 상존해 있다. 어떤 길로 가야지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 KBS의 독도 헬기 문제는 어떻게 보나.
"독도 헬기는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 촬영한 직원이 영상에 대한 판단을 본인이 내려버렸다. 이틀 동안 영상을 갖고 있으면서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회사가 습득한 영상물에 대해 윤리적인 판단을 잘못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영상이 들어왔는지 정보가 제대로 교환이 안 됐고 영상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감수성이 약했다. 우리의 영상이 재난 당사자들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점을 놓친 것 같다. 유족들은 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플 것이다. 이는 대형 사고의 영상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TV영상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노출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근본적으로 감수성을 끌어올려야 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외부에서 습득한 영상에 대해 인권을 침해한 부분은 없는지, 영상 자체에 법적인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려 한다. 취재기자들이 체크리스트를 보고 평가할 수 있게끔 말이다."

- 보도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갈텐데 체크리스트가 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한가?
"속보경쟁에 대한 압력을 낮춰야 한다. 속보보다 정확성과 윤리성이 더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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