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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권자 입 막는 180일 간의 선거법'이란 주제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권자 입 막는 180일 간의 선거법"이란 주제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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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정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정치는 오히려 고무신 주고 표 사던 시절 감성에 그대로 묶여 있다."(양홍석 변호사)
 

함량미달 정치인 낙선 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선거 당일 투표 독려 기사를 편집했다는 이유로, 정치인 풍자 그림을 길바닥에 붙였다는 이유로,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독려해야 할 공직선거법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주관으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토론회'는 '유권자 입 막는 180일간의 선거법'이란 제목 그대로 선거법 성토장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당시 낙선 운동을 벌인 2016총선네트워크(아래 총선넷)를 비롯해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 박태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등 선거법의 낡은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은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년마다 유권자 입 막는 180일, 지금이 '고무신 선거' 시대인가 
  
공직선거법은 이미 2020년 4월 15일 실시되는 21대 총선을 180일 앞둔 지난 10월 18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180일 동안은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합법적'으로 제한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선거법에는 '선거운동에 즈음하여',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같은 불확정개념이 널려 있다"면서 "나름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동을 규제한다고 넣어놨는데 사실상 모든 표현을 금지한 거나 마찬가지여서 선거법 전체가 온통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선거법에 특정 후보자를 반대하는 행위는 얼굴이나 이름을 명시하거나 유추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말고 반대하라는 건 결국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규정을 그대로 두고 시민의 정치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총선넷은 후보자나 정당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 구멍을 낸 '창문형 피켓'을 들고 낙선 운동을 벌였다가 결국 시민단체 활동가 22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양 변호사는 "시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정도로 성숙했는데 대법원 판사, 검사들은 시민들을 믿지 못하고 마치 이게 풀리면 선거의 공정을 해할 정도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평온이 깨진다고 전제하고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선거법이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고 선거법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선넷 변호를 맡은 김선휴 변호사도 "새로운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사이 기소당한 활동가들은 불안정한 지위 속에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면서 "선거법의 촘촘한 규제 속에 작은 빈틈을 찾아 낙선 대상자 이름을 적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을 했는데도 사법부와 집행기관이 자의적 해석으로 그 빈틈을 메워 단속과 처벌 영역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이 지난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입법 공백 상태 속에서도 집회 문화가 성숙돼 문제없이 굴러가는 것처럼 선거법 규제가 사라지면 혼탁한 선거 상황이 벌어진다는 건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면서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2016총선넷의 수난사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 독려 기사 편집했다고, 정치 풍자 그림 붙였다고 검찰 기소
 
 김준수 오마이뉴스 기자가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권자 입 막는 180일 간의 선거법'이란 주제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일 투표 독려하는 기사를 편집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김준수 오마이뉴스 기자가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권자 입 막는 180일 간의 선거법"이란 주제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일 투표 독려하는 기사를 편집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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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은 표현의 자유가 생명인 언론인과 문화예술인은 물론 청소년조차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에디터)는 2016년 4월 총선 당일 투표를 독려하는 시민기자의 칼럼성 기사를 '편집'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10월 검찰은 각종 시민단체에서 문제 삼은 후보자 명단이 실린 기사를 편집한 행위가 '특정 후보를 반대하며 투표를 독려한 행위'라며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고, 대법원은 지난 10월 '50만 원 벌금형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김준수 기자는 이날 "기사를 쓴 기자도 편집국장도 아닌 편집기자만 콕 집어 기소한 것도 황당하지만 투표의 중요성과 소수자 보호의 가치를 담은 글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게 의아했다"면서 "언론은 유권자에게 선거의 의미를 부여하고 투표를 권유해야 하는데, 정당이나 후보의 과거 행적을 말하지 않고 투표를 권유한다면 이것보다 공허한 투표 독려가 또 있겠나"라고 따졌다.

김 기자는 "편집기자만 따로 기소할 수 있다면 기사를 편집하면서 자기 검열을 계속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총선넷 창문형 피켓이나 시민기자 칼럼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정치적 표현이 나왔을 때 유권자 권리 보장을 기본으로 하는데, 지금 선거법은 처벌이 만능인 양, 규제가 목적인 양 적용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선관위나 검찰, 법원에서 선거법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권위적인데, 전면적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면서 "편집기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무슨 점쟁이냐, 이런 나쁜 행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와 관련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독 사과를 든 백설 공주 박근혜' 같은 정치 풍자 작품으로 잘 알려진 팝아티스트 이하(본명 이병하) 작가도 선거법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은 당사자다. 이 작가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자신의 풍자 작품을 길바닥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15차례 진행하면서 모두 6차례 기소당했는데 이 가운데 2번은 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이 작가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반대하는 벽보, 사진, 도화 등을 게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3조 1항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작가는 "민주주의 가치 가운데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표현을 직업으로 삼는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선거법 93조 1항은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작가는 "일베에서 풍자를 빙자한 나쁜 표현을 해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으로 처벌하는 것보다는 각성한 시민들에게 단죄받는 게 더 무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 회원인 박영태씨는 "청소년은 선거기간 표현의 자유는커녕 모든 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 선거운동에 참여할 권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배제당하고 있다"면서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게 급선무이고 청소년의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 등은 연령과 무관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서복경 소장은 "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로 기간을 정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간과 보장하지 않는 기간을 구분하고 있는데, 유권자들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으로) 거의 2년마다 주기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면서 "선거법의 기간 제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 소장은 "현행 선거법은 현역 의원들에게 편하고, 경쟁자로부터 현역 의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이어서 선거법 개정을 옹호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시민정치포럼과 정치개혁공동행동 외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재정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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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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