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 시설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 시설
ⓒ 박선영

관련사진보기

 
지난 11월 1일 금요일, 분리수거의 실태와 재활용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자 서울시에서 유일한 정부 직영 쓰레기 선별장인 '강북 재활용품 선별 처리시설'을 방문하였다.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일일이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쓰레기들의 재질이 달라 자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어렵고 종류별로 골라내는 기계도 없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이 손으로 쓰레기를 선별한다.

'비중관리선별기'라는 기계와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기계가 있기는 하다. '비중관리선별기'는 바람으로 가벼운 쓰레기는 멀리 날리고 무거운 쓰레기는 아래로 떨어뜨려 무게를 기준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계다. 플라스틱은 4가지 재질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육안으로 알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기계를 통해 성분 비율을 파악한 후 종류별로 분류하게 된다. 두 종류 이상이 섞여 있는 혼합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기계도 별도로 존재한다.

재활용 품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닐이다. 작년부터 중국의 수입이 중단되면서 비닐 처리가 쓰레기 선별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닐을 사고자 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하는 판국에 이르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비닐로 고형연료를 만들었다. 고형연료는 비닐을 모아 소각을 하면 김밥말이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보일러 등의 연료로 쓰인다. 이를 위한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허가가 있어야 하고, 연료 제작 시 소각으로 인한 주민의 반발과 유해 기준치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비닐을 소각하면 고형연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한 공장 설립에는 허가가 필요하고 최근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고형연료 산업이 죽고있는 추세이다. 이에 비닐 처리가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 고형연료 비닐을 소각하면 고형연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한 공장 설립에는 허가가 필요하고 최근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고형연료 산업이 죽고있는 추세이다. 이에 비닐 처리가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 박선영

관련사진보기

 
환경부에서는 고형연료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고형연료 시장이 죽게 되면서 비닐 처리가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마트에서 비닐을 사용하지 말자'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비닐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진 실정이다.

플라스틱은 선별한 후 공장에서 파쇄한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녹이면 비슷한 종류가 되어 이것으로 옷, 인형 등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스티로폼이 그나마 돈이 되는 품목이라 할 수 있다. 스티로폼을 기계에 넣고 열을 가하면 바람이 빠지며 돌처럼 굳는데, 이는 경량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된다.

버려진 쓰레기를 처리하는 주체에 따라 직영, 위탁으로 나뉜다. 자치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직영, 민간업체와 1,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은 후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위탁이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 처리시설'은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직영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견학이 허용되는 이유도 직영이기 때문이다.

민간위탁을 하는 이유는 비용이 더 저렴하고 인건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위탁을 선택하는 처리장은 돈이 되는 것만 선별하고 시설 또한 직영보다 크지 않다. 따라서 직영의 경우 70, 80%가 재활용 되지만 민간 시설의 경우 기계와 힘과 인력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낮은 편이다.

쓰레기 처리장을 더 큰 단위, 즉 지역별로 나눠서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자원순환기본법 때문이다. 현재 쓰레기 처리의 경우 서울시에서 나온 것은 서울 관할, 경기도 쓰레기는 경기도 관할 등의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서울시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를 서울시에서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자치구에 위임할 수 있다.

따라서 강북구 쓰레기는 강북구청, 동대문구 쓰레기는 동대문구청의 소관이 되는 것이다. 즉, 환경부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짜주면 이를 바탕으로 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이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 시설 입구 주변에 쓰레기가 분류되어 묶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처리 시설 입구 주변에 쓰레기가 분류되어 묶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박선영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는 선별까지만 통계를 집계하기 때문에 70~80%와 같은 재활용률이 실제로는 더 낮을 수 있는데, 이는 선별 시설과 재활용 시설을 같이 갖춘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파쇄기와 같은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러한 시설을 서울에 설치하게 되면 반발이 심하다. 따라서 경기도 포천과 같은 외곽에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통계를 정확히 계산하는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아서 선별률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심해짐에 따라 환경부에서 보다 정확한 집계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또한 자치구마다 쓰레기 수거 방식이 상이하다. 성북구의 경우 어느 날은 플라스틱만, 어느 날은 비닐만 버리는 식으로 운영되는 '요일 배출제'를 실행한다. 강북구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요일 배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쓰레기가 중구난방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요일 배출제가 정착되면 쓰레기 선별 시 보다 편리하지만, 강북구에서 요일 배출제를 중단한 이유는 사람들이 요일별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귀찮아해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에 관해서 형벌과 같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무단투기 과태료를 통해 행정 질서에 대한 규제 정도는 할 수 있다. 무단투기 단속을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청소행정과'에서 한다. 하지만 강북구가 넓은 데에 비해 인력상의 한계가 있기 떄문에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한다.

재활용 선별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인건비다. 기계의 보조를 받기는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지게차 사용 인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공공근로자이며 연장 근무 시 17시 30분까지, 그 외에는 15시 30분까지 기계가 가동된다. 24시간 가동되지 않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주어진 시간과 밤에 이동하는 쓰레기 차로 인한 민원 때문이다. 
 
더 피커에서 판매하는 생분해 대나무 칫솔이다.
 더 피커에서 판매하는 생분해 대나무 칫솔이다.
ⓒ 박선영

관련사진보기

 
지역별로 분리수거 기준이 다른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팅된 고기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곳도 있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코팅이 되어 있으므로 재활용 시 물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질이 떨어지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 환경부에서 대략적인 분리수거 지침인 '로드맵'을 제시하면 각 지자체가 로드맵에 변칙을 가하며 각 지역의 사정에 맞춰 분리수거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즉, 돈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설을 운영하는 시스템에 따라 지역별로 분리수거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더 피커'라는 한국 최초 제로 웨이스트 샵이다. '제로 웨이스트'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불필요한 포장'과 '썩지 않는 쓰레기'를 줄이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말한다. '더 피커'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과 불필요한 포장을 지양하고 있다. 대나무 칫솔,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드는 나무 접시 '본플라', 플라스틱 랩과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하는 재사용 주방랩, 소창행주, 천연 수세미, 천연 주방비누, 대나무 칫솔, 다회용 빨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더 피커'는 쓰레기 양을 줄여 환경 보존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샵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취급하다 보니 공장에 생산 의뢰, 사입, 기존 브랜드에 있는 제품 입점 등의 과정으로 들여오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견과류, 과일, 채소 등의 친환경 및 유기농 음식 또한 판매하고 있는데 농가와 직접 유통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 하는 분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해외 작물은 대부분 공정무역으로 들여오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매대는 자주 하고 있지는 않으며 운영할 때만 그날 그날 농장에서 받아 오고 있다고 한다.

'강북 재활용품 선별 처리시설'과 '더 피커'를 방문하면서 쓰레기 처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또 더욱 올바른 분리수거를 위해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 분리수거의 기준에 대해 확실히 알고, 생활 속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자세를 키워야 할 것이다.
 
더 피커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물건 뿐 만 아니라 견과류, 채소, 과일 등 친환경 및 유기농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더 피커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물건 뿐 만 아니라 견과류, 채소, 과일 등 친환경 및 유기농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 박선영

관련사진보기

 

태그:#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더 피커, #쓰레기, #친환경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