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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이자스민 의원의 모습. (자료사진)
 2012년 당시 이자스민 의원의 모습.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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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자스민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19대 국회 임기종료 이후에도 당적을 유지했던 그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직접 설득했음을 밝혔다. 심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직접 만나서 입당을 설득하고 권유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이자스민은 정치 철새인가, 이주민 위한 투사인가)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는 19대 국회 내내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사회는 그를 '논란'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아직도 이번 영입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인' 이자스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자스민의 의정활동 성적표

이자스민은 일하는 정치인이었다. 자기 일 하는 게 정치인의 당연한 책무겠지만, 그 당연한 책무마저 쉽게 저버리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이 전 의원은 과소평가됐다.기본적으로 의정활동을 성실히 했다. 참여연대의 '열려라 국회 의정활동 모니터 기록'에 따르면 본회의 출석률만 놓고 봤을 때 2012년 100%, 2013년 97.78%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임기 초반 몸담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는 98.15%로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2014년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사회 취약 계층의 복지시설 자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도산 기업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체당금을 부정하게 수급하는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5년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는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이트폭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한 편, 학교 밖 청소년 진로지도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자스민' 하면 이주민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것 같다는 사회적 인식이 공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그의 재임 시절, 보수단체는 '불법체류자 지원법'이라는 자극적인 이름까지 붙여 가면서 이자스민의 의정활동을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대로 이자스민은 눈치 보지 않고 많은 이슈들을 다루면서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묵묵히 정면 돌파 해나갔다. 

이자스민이 의정활동을 했던 4년 동안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당시 새누리당의 태도였다. 나름 이주민 의제를 선점했다는 선명성을 얻고 싶어서 이자스민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준 것일 텐데, 오히려 이자스민은 자신에게 향하는 도 넘은 혐오발언과 가짜뉴스를 어떤 방어막도 없이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초코바를 먹었다는 '논란'은 사소한 수준이고, 해명하기에도 웃긴 일이다. 그에 반해 위안부 기림비 설치 법안에 반대했다는 뉴스가 여러매체를 통해 보도됐지만, 본인은 "당시 국회가 아니라 광화문에 세우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을 건의했다"고 이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확대 재생산 하는 데에 언론들이 일조하고 정치권의 무관심은 덤이었다. 

양당 기득권 정치 극복하길

이자스민의 정의당 입당을 두고 이런 말도 오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했던 사람이 진보정당에 가는 것이 옳으냐고. 이 지적이 소위 '진보진영'에서 오가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한국당의 인사를 영입한 것이 아니라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당사자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자스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이주여성 지방의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 지방선거 때 모든 당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민주당은 내부에서 시기상조라고 판단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민 의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을 것 같은 보수정당이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이후 19대 총선 전에도 민주당 입당 원서를 냈지만 받아주지 않았음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언급했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소수자 의제를 선점하지 못했는가.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새누리당은 이자스민 의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소수자 의제를 대표하는 의원을 두고 있었을 뿐, 정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제대로 공론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아마 그가 필요로 했던 것은 자신의 문제의식에 진심으로 동감하는 지도부가 아니었을까.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 특히 이주민 여성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맞아 떨어지는 정치세력을 골라서 입당하고 원내에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더욱 심상정 대표의 진심어린 설득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의당이 얼마나 그를 잘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수자들이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언제나 자격을 의심받아야 하는 정치판에서 그들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실력을 발휘할 판을 마련해주는 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을 오늘날의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국회에 재입성하길 바라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다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뛸 수 있길 바라 마지 않는다. 
 

태그:#이자스민, #정의당, #새누리당, #이주민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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