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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주민대회를 진행하는 최나영 공동조직위원장
 노원주민대회를 진행하는 최나영 공동조직위원장
ⓒ 김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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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주민대회의 중심축이었던 1만 개의 주민요구안. 무시하지 못할 그 숫자가 결국 지역 정치권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그 이면에는 180일간 이어져 온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당원들의 '주민직접정치 운동'이 있었다. 꽃피는 봄부터 찬바람 드는 가을까지, 거리에서 주민을 만나고 노원주민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대회를 이끌어 온 최나영 민중당 공동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11월 4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민중당 공동대표이자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주민직접정치운동본부장 최나영입니다. 노원주민대회에서는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노원구 월계동 주민이자 학부모이기도 하고요."

- 주민대회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대회 이후 평가나 소감을 많이 들으셨을 텐데, 인상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셨나요.
"그날 어떤 분이 '내가 살면서 정치인들에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이렇게 행복한 날을 만들어줘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사람들이 직접 말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국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데 힘 쏟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택배노조 조합원분들이 택배차에 주민대회 현수막도 달고 많이 활동하셨는데요, 그 중 한 분이 '노조 만들 때는 간부들 뒤를 잘 따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민대회 참가하면서 일선에 선 기분이 들었다. 나도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참 기억에 남습니다."

- 이렇게 한번 여쭙겠습니다. '노원주민대회가 뭡니까?'
"주민이 힘 모아서 선출된 권력을 통제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자리, 주민이 정책 수혜자나 참여자가 아닌 결정권자가 되는 자리, 365일 직접 정치할 수 있는 주민의 조직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 대회 당일 얘기를 좀 해볼까요. 대회에 노원구 국회의원이 세 분이나 오셨습니다.
"주민 단결의 힘이죠. 한 달 만에 조직위에 44개 단체가 모였어요. 특히 노동조합이 27개나 모인 건 노원지역 최초의 일이지요. 주민들도 많이 모였고요. 무엇보다 1만 개의 요구안이 모여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생겼다고 봅니다."

- 대회 사회를 보셨잖아요. 국회의원들 인사말이 길어져서 타박(?)하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주민대회는 국회의원들에게 마이크나 쥐여주는 자리가 아니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불러낸 자리였습니다. 발언대에 오른 주민들은 주어진 시간을 넘길까 봐 다들 미리 쓴 연설문을 읽으셨어요. 의원이라는 자리가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라고 파견한 건데, 그러면 작은 거라도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실현하겠다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죠.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는데 정치인들이 약속을 안 지키니 일부러 그랬습니다."

- 카카오톡을 활용해서 현장 투표 진행한 것도 신선했습니다. 다들 즐거워 보였고요.
"사실 처음 하는 분들은 못 따라 하거나, 지루해하실까 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9번이나 투표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참가자 평가 설문을 돌려보니 가장 좋았던 순서 1위가 투표라고 답해주셨어요. 아마 선거 말고는 일상에서 결정 권한을 가질 때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가지는 힘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 주민대회에 600명이나 모이셨죠. 첫 행사치고는 적지 않은 수인데요,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180일 동안 1만 명의 주민을 만났어요. 벚꽃 피던 4월부터 삼복더위도 지나 가을까지. 처음에는 '뜻은 좋은데 그게 되겠냐. 민중당이 뭐라고 사람들이 모이겠냐'고 말씀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주민들 만나고 2주 만에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아, 이건 되는 일이다!'라고.

주민들은 정치에 몹시 화가 나 있으셨고, 원래 주인인 사람이 주인 노릇을 하자는 당연한 말씀을 모두 반가워해 주셨어요. 줄서기가 익숙한 기득권 정치 주변의 사람들은 '안 될 거다'고 했지만, 그 외의 주민들은 모두 좋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런 강렬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요구안이 1만 개나 취합될 수 있었지요."  
- 1만 명이나 만나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정치인들은 자기네 언저리의 민원 몇 개 해결해주고는 많은 주민을 대변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이 매우 많지요. 주민들은 자신이 배제된 현실에 환멸이 많고, 목소리를 내는 데에 회의를 느끼곤 합니다.

그런 분들께 인내성 있게, 진심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말해봤자 뭐 바뀌겠어요?'라거나 '나는 무식해서 할 말이 없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와요. 사실 그게 아니라 배제되어 온 건데 말이죠. 그래서 180일 동안 중단 없이 주민을 만나고, 그분들이 '말하도록'하는 데 매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 또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주민들이 주인이 되게 하는 걸 가로막는 낡은 정치 습성을 떨쳐내는 거요."  

- 예를 들면?
"제가 당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까, 우리 당원들이 이 일을 할 때 제 이름이나 당 이름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민중당 최나영이 해냈습니다!' 그런 거요(웃음). 그런데 그건 우리가 해낸 게 아니라, 우리는 주민들이 열망과 힘을 모아주시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거든요. 성과를 주민에게 돌리기보다는 자기 이름과 얼굴을 내세워서 자기 치적으로 삼고 싶은 습성, 그걸 버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주민요구안 중에 '노동조합 공동요구안'이 눈에 띄더군요.
"저는 이번 노조요구안이 한국 사회에 없던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정치는 노조에 묶인 노동자와 시민을 분리해왔습니다. 마치 자기들의 정책수혜자는 시민이고, 노조를 하는 사람은 기득권인 것처럼 취급했죠. 그런데 우리 국민 대부분은 노동자이고 시민이잖아요. 노원에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많은 시간을 노원에서 일하며 보내는 사람들이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한지 의견을 냈다는 것, 그 자체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조 공동요구안을 실현하기 위한 구상이 있나요?
"구청 예산 편성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노원 정책은 노원을 '쉼터'로 생각하고 '힐링', '축제'에 돈을 많이 들여요. 실제로는 일하고 공부하고 거주하는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데 말이죠.

물론 '힐링'도 중요하죠. 하지만 주민들을 '힐링'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일자리, 소득의 불안정입니다. 저임금에 투잡, 쓰리잡 뛰고 언제 잘릴까 걱정하며 쉬어도 쉬는 게 아니잖아요. 그 문제에 우선적인 힘을 기울이는 게 제대로 된 복지라고 봅니다. 물론 그 또한 우리가 더 큰 힘으로 뭉쳐서 요구해야 바뀌겠지요."

- 노원주민대회가 줄곧 강조하는 가치가 '직접 정치'인데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직접 정치가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주인의식과 단결입니다. 우리 모두 '나 말고 내 삶을 바꿔줄 그 어떤 착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야 해요. 누구에게도 기대면 안 됩니다. 힘 없는 우리 서민들이 흩어져 있으면 당하는데 뭉치면 엄청난 힘이 될 거거든요. 이번에도 600명밖에 안 모였는데 (지역정치인이) 줄줄이 다 오잖아요."

- 민중당 공동대표도 맡고 계십니다. 노원의 직접정치 운동을 빌어, 정치권에 한마디 하신다면요.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으면 '자기가 죽어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헌신하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 586의 참여정치시대는 끝나고 직접정치 시대가 왔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한 건 참여민주주의입니다. 1%밖에 안 되는 예산을 던져놓고 주민자치회, 협치, 참여예산제 같은 사업에 사람들을 동참시키고 생색 내왔죠. 진보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걸 동참하고 나서 '주민들과 어울려 대중적인 정치를 했다'고 했는데 착각하면 안 됩니다. 주민에게 권력을 준 건 전혀 없었잖아요. 저는 정치인들이 권력 위임받아서 잘해볼 생각이나 지지자 얻는데 급급 말고, 국민들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길에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요즘 정치권에서 말하는 '정치개혁'을 보면 드는 생각이 많으실 거 같아요.
"정치개혁 그거 필요 없습니다. 정치혁명이 필요하죠. 지금 국회는 고쳐 쓸 게 아니라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건설해야 해요. 국민들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한다고 하면 코웃음 치듯 정치권 셀프개혁에도 코웃음 치시거든요. 개혁의 주체는 기득권 정치인이지만, 정치 혁명의 주체는 국민입니다. 정치권이 진짜 개혁하겠다면 국민이 권력을 직접 갖게 되는 것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 향후 계획과 포부는? 
"노원 주민대회는 승승장구할 거예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기득권 정치 시대에는 '표'로만 취급 받던 주민들이 제일 높은 권력 자리에 우뚝 설 때까지 계속 될 겁니다. 그리고 노원에서부터 국민의 국회를 만드는 국민의 운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노원주민대회가 그랬던 것처럼, 진보정치의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거라 확신해요."
 
 노원주민대회에 참가한 주민들과 단체사진
 노원주민대회에 참가한 주민들과 단체사진
ⓒ 김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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