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도대체 국민 세금을 어디에 쓴 건가. 총 22조 2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국민 1인당 42만 원을 낸 것으로 추산할 수 있는 대국민 사업.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대형 보 16개를 설치해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 경제를 넘어 나라 경제를 살리겠다며 진행한 '4대강 사업'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명박 정부는 수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대운하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이로인해 강은 죽어갔다. 더욱 황당한 것은 '4대강 사업'에 관여한 그 누구도 이에 따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썩은내 진동하는 진실은 언제쯤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영화 <삽질>은 12년 동안 '4대강 사업'을 집요하게 파고든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노고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당시 주류 언론들도 다루길 포기한 '4대강 사업'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았다. 4대강 사업 백과사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영화 속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과거 4대강 사업에 관여했던 이들을 찾아가 '아직도 4대강 사업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고 또 묻지만, 문전박대는 예삿일이다. 또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는 공모자들을 따라 잡으려 뛰고 또 뛴다. <삽질>은 12년 동안 한 순간도 관심을 끊지 않았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국민 알권리 충족'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다. 

쓸데없는 일에 돈 쓴 진짜 '삽질' 
 
 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삽질'이란 쓸데없는 일을 이르는 관용어다. 영화에서 이 단어는 중의적으로 쓰였다. 실제로 멀쩡한 강의 모래를 파내고 자연스러운 강바닥을 자로 잰 듯 직진으로 만든 '삽질'이오, 성과도 없이 삽으로 괜한 일만 했으니 '삽질'이다.

더러운 저급 하천에서나 자라는 붉은 깔따구, 실지렁이, 큰빗이끼벌레 등 괴생물체부터 4대강의 상징과도 같은 끈적하고 두터운 녹조가 강을 뒤덮고 있다. 이 녹조라테를 정수해 주민 식수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신열이 발생하고도 남을 일이다. 충격적인 영상을 보자, 개발이란 명목 아래 신음하던 강에게 미안함이 앞섰고, 이어 분노가 일었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운하 사업'를 내놓았다. 당선 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수질을 개선한다는 목적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하지만 이름만 바뀌었을뿐 이는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었다. 다큐에서 언급되는 온갖 정부 보고 서류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임을 알려준다. 특히 반드시 수심 6m를 사수해야 한다는 방침은, 그들이 대운하를 포기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증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MB는 대국민 재앙의 첫삽을 떴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많은 단체들의 반대와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대운하 사업인)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과연 그가 서울시장 시절 독일 마인 대운하에선 본 가능성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3면이 바다인 한국에는 운하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큐는 관련된 공모자를 찾아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거듭되는 인터뷰 거절, 만남 실패까지.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사건을 추적하던 중 속속들이 진실이 떠오른다. 건설사의 담합,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림, 사업 반대 인물 불법 사찰, 무리한 공사의 희생양 등등. MB정권은 '4대강 사업'을 임기 내에 완료하기 위해 초고속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4대강 전역에서 돈잔치가 벌어졌고, 그렇게 우리 강산은 신음하며 멍들어 갔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다. 가만히 있으면 썩는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었을 때 자연은 분명히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 재앙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인 국민, 이제는 알아야 한다 
 
 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 장혜령


손바닥으로 내가 볼 수 있는 하늘을 가릴 수 있어도 하늘 전체를 가릴 수는 없다. 과연 그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불러온 결과가 참으로 처참하다. 영화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 몰랐던 부분을 알아보고, 다른 이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인다면 참지 말아야 한다.

최근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외갓집의 강기슭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강제로 삭제당한 기분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관심 없이 지나치다 보면 부메랑처럼 돌아와 언젠가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더 이상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다.

영화 <삽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숨은 진실을 담은 <삽질>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삽질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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