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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장> 상영 취소에 항의하는 일본 영화사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주전장> 상영 취소에 항의하는 일본 영화사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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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리는 한 영화제가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의 상영을 돌연 취소하자 일본 영화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27일 일본 가와사키에서 개막한 영화제 '가와사키 신유리' 주최 측은 관계자 70여 명의 투표를 통해 <주전장> 상영을 확정했으나, 법적 다툼과 안전 우려 등을 내세워 상영을 취소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와 일본 우익 인사들의 인터뷰를 함께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4월 일본에서도 개봉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에 출연한 일본 우익 인사들은 상업 영화가 아닌 학술 논문에 필요한 인터뷰로 알고 응한 것이고,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피해 보상과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데자키 감독과 영화사 측은 "영화 속에서 인터뷰에 응한 모든 출연자는 데자키 감독에게 편집권과 저작권을 부여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제 비용을 지원하는 가와사키시 측이 <주전장> 상영에 난색을 표했고, 영화제를 주최하는 가와사키 아트 측은 "거센 항의가 예상되고 관객의 안전이 위협당할 사태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상영 취소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일본 영화인들 "우리 작품도 상영하지 말라"  

<주전장> 상영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자 데자키 감독은 물론 다른 영화인들도 출품을 거부하거나 주최 측을 비판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30일 이번 영화제에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던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들어 '아이치 트리엔날레' 사태를 비롯해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는 흐름에 이의를 제기하며 상영을 거부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도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우익 인사들의 거센 항의와 테러 협박에 시달렸고, 일본 정부가 국가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검열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와카마쓰 프로덕션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가와사키시의 우려는 일종의 압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인으로서 작품을 지키며 자부심을 가질 것이고, 누군가 압력을 받더라도 영화를 위해 조금이라도 싸워준다면 우리는 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와카마쓰 프로덕션 측은 영화제 출품을 거부한 두 편의 영화를 가와사키시의 문화시설에서 별도로 상영할 예정이다. 

<주전장>의 일본 배급사 측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대로 상영이 무산된다면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된다"라며 "주최 측이 상영 취소 결정을 바꿔주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 참가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상영을 취소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가와사키시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포스터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포스터
ⓒ 시네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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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명령이나 지시 없었다... 안전 우려 때문"

NHK는 "영화제 측은 안전 우려를 내세워 <주전장> 상영을 취소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과도한 '손타쿠'(윗사람의 의중을 짐작하고 알아서 행동함)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와사키 아트 측은 "가와사키시에서 우려를 전한 것은 맞지만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았고, 관객들이 순수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주최자로서 (주전장 상영 취소를) 결정한 것"이라며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더 좋은 영화제를 위해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계 관계자, 시민 등과 함께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일본 검찰은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하며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일본인 남성에 대한 재판에서 "범행이 잔인하고 강력히 비난받아야 한다"라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태그:#주전장, #위안부, #미키 데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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