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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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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님, 맥도날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7일, 회의장에서 돌연 '맥도날드'가 거론됐다. 질의자는 표창원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이다. 그가 언급한 맥도날드 사건은 2016년 9월, 4세 여아가 맥도날드 해피밀 먹은 후 신장 기능의 90%가 손상된 일을 말한다. '햄버거병' 사건으로도 불린다. 이후, 아이는 매일같이 10시간 동안 복막 투석을 받아야 하는 몸이 됐다.

"(하지만 2017년 첫 수사) 당시 (햄버거를 판매한) 맥도날드는 불기소 됐고, (패티를 공급한) 하청업체만 기소처분이 됐습니다. 왜 그런가 하고 보니 중간에 맥도날드 측이 점장 등에게 허위진술을 교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표창원 의원이 당시 현장에서 언급한 위 발언은 햄버거병 논란을 재점화했다. 2017년에 진행된 검찰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햄버거병' 문제는 201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 총장이 수사 지휘를 총괄했던 사건이다.

표 의원의 발언 뒤인 지난 25일, 검찰은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고발인 조사를 다시 진행하면서 사실상 재수사에 착수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 표창원 의원을 만나 '햄버거병' 사건 및 향후 재수사 방향에 대해 직접 물었다.

표창원 의원은 2017년도에 이뤄진 첫 수사와 관련해 "아쉬움은 '왜 가장 큰 책임을 가진 거대 다국적 기업에는 면죄부를 줬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표창원 의원과 나눈 인터뷰의 일문일답이다.

'첫 수사 당시 직원에게 위증 요구한 맥도날드... 재수사는 당연한 것'

-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윤 총장에게 '햄버거병' 사건의 재수사 필요성에 대해 질의했다.
"재수사를 요구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때도 제기했다.  2017년에 착수한 최초 수사 당시 포착되지 않았던 사실들이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장 큰 핵심은 맥도날드 측 참고인이었던 점장의 진술이 허위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허위 진술 탓에 맥도날드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을 수 있다. 사건의 실마리인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에 큰 문제가 생긴 상황인 만큼, 재수사의 필요성 또한 당연히 요구되는 게 맞다."

지난 4월 JTBC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 본사 측은 2017년 당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맥도날드 점장에게 '덜 익은 패티는 없었다'는 위증을 요구한 것이 밝혀졌다. 위 사실을 언론에 고발한 점장은 '패티 굽는 기계를 정상으로 작동시켰을 때도, 일부 패티가 설익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 이외에 추가로 밝혀진 정황이 있다면.
"맥도날드 측의 허위진술 교사, 임직원들의 이메일에서 확보된 허위 보고 사실 등이다. 이런 것을 종합했을 때 (2017년 수사 당시) 검찰이 수사력을 총동원했음에도 '맥도날드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온 건지, 아니면 강한 자들을 봐주고 약한 자들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무마한 건지 이 부분이 확실히 밝혀져야만 검찰도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만 피해자들도 억울하지 않을 거다."

2017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맥도날드 임직원은 오염된 패티가 전국 매장에 쌓여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숨기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패티가 전량 소진됐다'는 보고만 올렸다. 관련 보고를 받은 세종시는 업체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 2017년 첫 수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사의 전체적 맥락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시 맥도날드 수사는 많은 의혹들을 남겼다. 확인된 증거들이 있었음에도 맥도날드 본사 측의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끝나버렸으니까. 이런 부분에서 과연 수사가 철저히 이뤄졌느냐, 공정하게 이뤄졌느냐, 혹은 강자의 죄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게 맞느냐 하는 의문들이 남을 수밖에 없다. 왜 가장 큰 책임을 가진 거대 다국적 기업에는 면죄부를 줬느냐. 이게 큰 틀에서 첫 번째 수사에 대한 아쉬움이다."

수사기관들, 자신들의 잘못 인정하지 않으려 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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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국감 당시 윤 총장은 표 의원의 질의에 대해 "맥도날드 관련 허위진술 교사 있었다면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윤 총장의 해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 질의에 대한 윤 총장의 답변은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첫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음에도,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바로 재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윤 총장은 "(재수사가 바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저희가 무관심했다기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수사가 끝나자마자 해당 검사들이 인보사 사건에 전원 투입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기자 주)

하지만 국감 이후 8일 만에 재수사가 이뤄졌다. 앞선 답변을 고려하면, '이제 좀 여력이 생겼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한 생각은, 결국 의지의 문제였지 않았나 싶다. 대개 검경을 비롯한 수사기관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최초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제나 방어적으로 나온다.

잘못되지 않았다, 최선 다했다, 오히려 문제제기한 쪽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다, 이게 일반적으로 수사 기관들이 갖는 태도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여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겠지만, 굳이 처음 수사의 잘못을 밝혀내는 재수사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재수사가 시작됐다.
"국감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질의한 것 아닌가. 그렇다 보니 윤 총장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본다. 이미 윤 총장도 언급한 것이 있는 이상 이걸 그대로 묻어두고 지나갈 수는 없었을 거다. 어쨌든 이렇게 재수사를 시작해준 것만으로도 윤 총장이나 검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 이번 재수사의 의의는 무엇인가.
"개연성이다. 피해 어린이들이 오염된 패티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거다. 이미 첫 번째 수사에서 오염된 패티가 공급된 것이 밝혀졌다. 당시 맥키코리아는 이 문제로 형사 책임을 졌다. 거기에 최근 언더쿡(덜 익은 패티) 현상에 대한 새로운 진술들도 더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맥도날드 측은 '자신들의 조리 방식에 따르면 언더쿡 현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것은 대장균 있는 패티가 매장에 공급되고 판매됐다는 것과, 오염된 패티가 소비자에게 도달되는 과정에서 언더쿡 현상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게 밝혀질 경우 오염된 패티가 매장에 공급됐을 뿐더러, 덜 익은 상태로 판매됐다는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다만 이 수사가 피해 어린이의 질병이 햄버거 때문이라는 걸 입증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햄버거가 영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사 결과가 시사해줄 수 있다. 형사 소송에서 피해자에 대한 유리한 판결이 날 경우, (피해자들이 맥도날드와 진행하고 있는) 민사 소송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변화의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향후 수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법대로 원칙대로, 증거에 따라서. 수사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 해본 적이 없다. 그건 수사 원칙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다만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수사 과정과 절차가 법대로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고 외부 요소가 개입되는 경우다. 예컨대 정치적 이해관계라거나, 봐주기식 수사와 같은 것들이다. 따라서 내가 애기할 수 있는 건, 수사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저 법대로, 원칙대로, 증거대로 수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한편, 한국 맥도날드 측은 검찰이 '햄버거병'에 대한 재수사를 착수한 것에 대해 29일 "관련 건은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진 사법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의 제품 섭취가 해당 어린이의 질병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졌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당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사는 사법당국의 기존 판결을 존중하며, 이후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맥도날드, #표창원, #윤석열, #재수사, #햄버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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