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미키 데자키 감독의 영화 <주전장> 포스터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미키 데자키 감독의 영화 <주전장> 포스터 갈무리 ⓒ 시네마 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 영화제가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의 상영을 취소하자 다른 영화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반발하며 상영을 철회했다(관련기사 : 일본 영화제, 위안부 다룬 영화 '주전장' 상영 취소).

<교도통신>에 따르면 28일 '가와사키 신유리' 영화제에 2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던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성명을 내고 "영화제 측이 표현의 자유를 죽이는 행위를 했다"라며 상영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27일 일본 가와사키에서 개막한 이 영화제는 앞서 <주전장>의 상영을 먼저 요청했다가 법정 다툼에 휘말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갑자기 취소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주전장>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와 일본 우익 인사들의 인터뷰를 함께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4월 일본 전역에서도 개봉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은 학술 논문에 필요한 인터뷰로 알고 응한 것이며, 상업 영화에 이용되어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피해 보상과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데자키 감독과 배급사 측은 "영화 속에서 인터뷰에 응한 모든 출연자는 데자키 감독에게 편집권과 저작권을 부여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라는 입장이다.

소녀상 이어 영화까지... 일본 문화계의 '위안부' 외면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안전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우익 세력의 테러 협박에 시달리고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긴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와 비슷한 일을 겪을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치 트리엔날레도 소녀상 전시를 중단하자 다른 작가들이 항의하는 의미로 작품 전시를 철회하며 반발했다.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전시 중단, 문화청의 보조금 철회 등과 일련의 연장선에 있다"라며 "이런 흐름이 예술가들의 자체 검열이나 사전 검열로 이어져 표현의 자유를 빼앗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전장>의 데자키 감독도 상영 취소를 통보받은 뒤 "내 영화가 검열당한 셈"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부 의향에 맞는 작품만 상영하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주전장 위안부 가와사키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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