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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심상정 대표.
 23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심상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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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면서 아이 때문에 많이 울었죠. 저도 김지영씨가 겪은 구조와 질서에서 자유롭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제가 국회의원이지만 그때는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고, 노동운동 한다고 전국을 다니면서 경찰에 쫓기던 적도 있었으니까.

한때는 사무실이 부산이라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와 아이랑 있다가 다시 떨어져 부산에 가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나가 보니 제 아들이 누워서 숨죽인 채 울고 있는 거야. 아이도 엄마가 가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아이고, 갑자기 제가 눈물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장내는 술렁였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근처의 한 영화관에서 진행된 행사에서다(정의당 여성본부 주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심 대표는 과거를 회상하며 "제가 그날 서울에서 부산 사무실까지 울면서 갔다, 친엄마가 '너 때문에 니 아들이 엄마병에 걸렸다'라면서 화를 많이 내셨는데 그게 참 마음 아팠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얘기하는 심 대표의 말에 180여 관객도 한숨을 내쉬거나 함께 울었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김조광수 정의당 차별금지법 추진위원장(영화감독)은 안경을 벗은 뒤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심 대표의 이어진 말에 청중석의 눈물은 폭소로 변했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제 아이가 잘 컸어요. 요즘도 제가 아들한테 하는 얘기가 'OO아,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네가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었겠니'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웃음)."

심상정 "'나만 전쟁이야', 아이 키우면서 그 말 참 많이 했다"

심상정 대표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나만 전쟁이야"라는 주인공(정유미 분)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저도 옛날에 그 말을 참 많이 했다"는 이유 때문. 

그는 "보면서 '내 삶이다' 싶어서 너무 공감이 갔다, 결혼하고 출산 뒤 저도 정말 '김지영'이 안 되려고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1959년생인데 1982년생 김지영씨 삶도 제 것과 비슷하더라, 59년 출생에서 82년 출생까지 23년이란 시간 차이가 있는데도 여성의 삶은 달라진 게 없나 싶었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심 대표는 또 "저는 구박덩어리였다, 엄마에게 구박받고 욕 먹고 싸우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제 편은 아니었고 그래서 많이 외로웠다"라면서 "(반면) 영화에선 엄마가 딸을 절대적으로 응원하더라, 보면서 저도 굉장히 위로받았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마냥 앉아 울다가 잠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저도 엄마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잊지 않았다.

"남녀 차별, 정치로 해결 가능... 덴마크에선 남자가 육아휴직 쓰면 승진 혜택"
 
23일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정의당이 건 현수막.
 23일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정의당이 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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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상정 대표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정치가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도 1호 법안으로 내는 등 특히 여성 정책에 공을 많이 들였다"라고 소개했다. 아이 부모 중 아빠가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하는 '파파 쿼터제'(육아휴직 의무할당제), 출산휴가를 대폭 늘리고 모두 유급으로 바꾸는 '슈퍼우먼방지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5년 전 덴마크에 갔는데 거기선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고 주말마다 자기들끼리 유모차 모임을 하더라"라며 "'이 나라 남자들은 왜 이리 쿨한가' 싶었는데 거기선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에 인센티브를 줬다, 정책으로 혜택을 주니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가 이걸 우선순위로 두면 변화는 얼마든 가능하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심 대표는 "노회찬 전 대표가 책을 유명하게 만들었을 때 저도 의무방어 차원에서 봤는데 사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오늘 영화가 (소설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시라'는 편지를 적어 선물하기도 했다). 
  
관객과의 대화에 패널로 참여한 강미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1982년생)는 "남녀 성별 임금 격차 탓에 결국은 여성이 육아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는 변한 것 같아도 여성이 집 안에 갇히는 구조는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똑같이 공부해서 사회에 나왔는데 엄마가 되는 순간 '집에 가라'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엄마라는 존재는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심상정 대표와 관객들이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진 촬영 전, 심 대표의 말이 관객들을 다시 한 번 '빵 터트렸다'.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은 모두 공감이 갔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요즘은 남편이 모두 배우 공유씨 같은지 궁금했다(그처럼 육아휴직을 쓰려고 애쓰는 등 뭐라도 부인을 도와주려고 하느냐)."

관객들은 웃으며 손으로 크게 엑스표(X)를 그리거나 "아니에요"라고 외쳤다.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한국 여성이 생애 전반에 겪는 차별을 그린 이 소설은 2016년 출간 뒤 미국·일본·대만 등 20여 개 나라로 수출돼 호응을 얻었고, 영화로 제작돼 지난 23일 개봉했다.
 
23일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단체사진
 23일 서울 홍대입구 한 영화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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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의당, #심상정, #82년생김지영, #조남주,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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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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