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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이익과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경피해를 끼치는 환경 불평등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다. 지역일수록 환경불평등 사례는 더 만연하게 나타난다.
  
환경정의는 5번째 지역 환경부정의 사례 조사를 위해 익산시 낭산면의 폐석산을 찾았다.
    
낭산 폐석산 유해폐기물에서 방출되는 침출수 ⓒ환경정의
▲ 사진1 낭산 폐석산 유해폐기물에서 방출되는 침출수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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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은 돌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석재를 채취하기 좋은 곳이다. 석산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석산에는 화강암, 편마암 등 건축 자재로 쓸 수 있는 돌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정의 사례가 된 익산 낭산면도 마찬가지이다. 낭산면 낭산산에는 폐석산이 있다. 그러나 유용하게 활용되고 한때는 아름다웠던 낭산산이 지금은 고농도의 비소와 납 등의 유해물질로 범벅되어있다.

"1급 발암 물질 비소와 페놀 납 포함된 폐기물 불법 방류"

환경정의는 1급 발암물질로 가득 쌓인 낭산 쓰레기 폐석산 현장에 직접 가보았다. 검은 비닐로 덮인 폐석산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듯한 악취로 눈코입이 따가웠다. 코가 찌릿한 화학약품 냄새가 풍기는 것이 페놀류의 냄새였다. 덮여있는 검은 덮개를 밟으며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물컹한 것들이 발에 눌렸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하루종일 이 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의 피해와 고통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덮개로 덮어 놓은 폐기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출된다 ⓒ환경정의
▲ 사진2 덮개로 덮어 놓은 폐기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출된다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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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자동차 폐배터리 업체, 화학공장, 주물 가공 등의 전국 44개의 폐기물 배출업체에서 유해 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속여 'ㅎ환경' (현재는 'ㅅ환경'으로 이름 바꿈)에 보냈다. 'ㅎ환경'은 낭산산의 지하 공간에 일반폐기물로 둔갑된 유해 폐기물을 매립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성행하던 폐석산 복구작업은 폐석산의 비어있는 지하 공간에 토사와 폐기물을 섞어 매립하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로 낭산산 폐석산의 지하 공간에도 유해 폐기물과 토사가 함께 매립된 것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낭산 폐석산에는 비소와 납 등의 발암물질로 범벅된 쓰레기 150만 톤 정도가 묻혀있다.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낭석산에 매립된 비소는 법정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했고, 이를 지하수 기준으로 적용하면 1600배가 초과한다. 폐석산 인근 1km 이내에 100여 가구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비소뿐만 아니라 납, 페놀 등의 독성 물질도 기준치 초과로 검출되었다.

폐석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검은색 덮개로 석산을 덮어 놓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 때면 비소와 납 성분의 침출수는 농가로, 지하수로 유출된다. 또한 뒤늦게 덮어놓은 검은색 비닐과 무관하게 침출수는 지속해서 유출된다. 낭산 주민대책위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에만 벌써 8번의 침출수가 농가로 방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복구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을까?
  
덮개사이로 새어나오는 독성 침출수 ⓒ환경정의
▲ 사진3 덮개사이로 새어나오는 독성 침출수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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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톤의 유해 폐기물 중 1.9%만 처리"
   
낭산산에 독성 폐기물을 매립한 'ㅎ환경'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업체는 유해 폐기물인 줄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익산시는 자동차 폐배터리 업체 등 유해 폐기물을 배출한 업체들에 복구 비용을 청구했지만 제대로 응하는 곳이 없어 처리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체의 지정폐기물 처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지자체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복구 작업은 장기화 되어가고 있고,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불법 폐기물 처리 비용은 무려 3천억 원에 이르지만 환경부와 지자체 그리고 폐기물을 매립한 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복구 작업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유해 폐기물 150만 톤 중 현재까지 해결된 양은 전체의 1.9%인 2916t이다. (환경부가 제출한 '익산 낭산 폐석산 불법 폐기물 이적처리 현황 18.11 ~ 19.4) 침출수의 오염이 발생했음에도 즉각 대응하고 조사하지 않은 익산시, 유해 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둔갑하여 매립될 때까지 감시를 허술하게 한 환경부와 지자체 모두 이 사건의 원인이다.

수십 년간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한 제철소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처럼 폐기물 처리 업체들도 법체계에서 쉽게 빠져나가 위법을 저지른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지정폐기물 등의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위법을 저지르는 업체들은 폐기물의 중금속의 기준치를 조작하여 이득을 취한다. 이득을 위해 조작을 하는 업체와 허술하게 관리하는 지자체와 환경부로 인해 주민들은 오늘도 고통받고 있다.
  
석산 틈 사이에 넣은 파이프가 잘려져서 모습을 나타낸다. ⓒ환경정의
▲ 사진4 석산 틈 사이에 넣은 파이프가 잘려져서 모습을 나타낸다.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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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 주민대책위'에 의하면 업체는 중금속 등으로 범벅된 이곳의 폐수로 모래를 씻어내 외부로 반출했다. 씻어낸 모래가 외부로 나가 건축자재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용하거나 거주하는 건물의 건축자재가 발암물질로 범벅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곳 낭산면에서 수확한 쌀과 농산물을 우리가 언제 어디서 섭취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환경피해는 지역 주민들만의 피해가 아닌 우리 모두의 피해인 것이다. 이 같은 간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환경불평등 사례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시민단체 '환경정의' 홈페이지와 '환경정의' 블로그에도 연재된 글입니다. '환경정의'의 지역 환경부정의 사례는 계속 연재됩니다.


태그:#환경정의, #환경부정의사례, #환경운동, #환경불평등,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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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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