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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여행을 다섯 번 정도 반복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관련 정보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는 맛집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 꼭 포함된다.

사실 나는 피렌체에서 유명 식당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점심은 주로 곳곳에 있는 광장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면서 맥주나 음료를 홀짝이는 걸로 해결한다.

여름만 아니라면 따스한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어 참 좋다. 저녁 식사도 식재료를 구입한 다음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 먹었다. 식당을 가게 되더라도 유명 식당보다는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곳을 즐겨 찾는다.
  
이런 식사는 나름 재미도 있으면서 여행 경비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나 역시 인터넷에서 유명 식당을 검색하기 바빴다. 그랬던 내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피렌체에서 점심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 정도면 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괜찮은 편이다.
▲ 피렌체에서 점심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 정도면 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괜찮은 편이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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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즐기는 점심식사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 광장에서 즐기는 점심식사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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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만 가득한 현지 맛집?

전명윤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 <환타지 없는 여행>에는 서울 명동의 한 설렁탕집 관련 얘기가 나온다. 이 집은 유독 외국인들, 그 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작가가 직접 설렁탕을 먹어봐도 별다를 거 없는 평범한 맛이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여기는 중국의 한국 여행 책자에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었다. 그 때문에 이곳은 한국인들은 모르는 한국 여행 필수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처음 피렌체에 갔을 때는 나도 인터넷에 많이 소개된 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곳은 지배인과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사람들이어서 마치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모든 식당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붐비는 식당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음식을 대충 내던지듯 내려놓기도 하고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빨리 나가라고 대놓고 눈치를 주기도 한다. 거기다 내가 갔던 식당은 너무 소란스러워서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무척이나 비쌌다.

영화처럼 여유 있는 저녁식사가 과도한 판타지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뭔가 이상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와 사진 속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피렌체 유명 식당의 티본 스테이크   맛은 좋았으나 좀 비쌌다. 그리고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나에게는 식당 안이 너무 시끄러워 제대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 피렌체 유명 식당의 티본 스테이크  맛은 좋았으나 좀 비쌌다. 그리고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나에게는 식당 안이 너무 시끄러워 제대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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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또 다른 식당을 갔다. 역시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히 포기하고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갔다.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은 곳이었는데 꽤 한적했다.

그렇다고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손님들이 적당히 있었지만 조용하고 여유가 넘쳤다. 식당 사장님과 종업원들의 서빙도 매우 친절하고 세심했다. 메뉴 역시 원래 가려던 유명 식당과 비슷했고 기분 탓인지 맛도 훌륭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곳은 대를 이어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고 사장님도 손님들과 안면이 있는 듯 편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에도 와서 인사를 건넸고 하우스 와인까지 서비스로 주었다. 나는 비로소 여행 전 꿈꾸던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유명 맛집의 옆집을 가세요

나는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식당을 추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나와 취향이 다른 것일 뿐일까? 오랜 고민 끝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 가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렌체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실패'한 여행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행이란 시간과 돈을 들여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다녀온 이들의 경험을 참고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A라는 사람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도시를 처음 방문한다. 그리고 어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인터넷에 긍정적인 후기를 남긴다. 얼마 후 B라는 사람도 이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먼저 다녀온 A의 후기를 보고 같은 식당을 방문한다. 그리고 나름 맛있는 집이라고 후기를 남긴다.

다시 B가 남긴 후기를 보고 계속해서 C와 D가 여행 중 이 식당을 찾는다. 개인적으로 다소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힘들게 온 여행이 실패해서는 안 되기에 훌륭한 식사였다고 후기를 남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촉박한 일정 때문에 여러 식당을 경험해 볼 여유가 없다. 이렇게 그 식당은 맛집으로 여행자들에게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여행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게 된 그 식당은 이제 더 이상 처음과 같은 분위기와 여유를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앞서 말한 명동의 설렁탕집처럼 현지인들은 찾지 않는 여행자들만의 맛집이 되어 버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가정이고 모든 식당이 이런 식으로 소문난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시끌벅적한 것이 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된 이후 주변 지인들이 피렌체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에 소개된 유명 식당의 옆집을 가세요. 그럼 비슷한 메뉴와 맛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여유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P.S 이탈리아에서 좋은 식사를 위한 참고사항

이탈리아에서는 식당 입구에 리스토란테(ristorante)나 트라토리아(trattoria), 오스테리아(Osteria)라고 적혀 있는 곳들이 있다. 리스토란테는 흔히 얘기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장 격식이 높은 고급 식당인데, 규모가 크고 가격 역시 비싼 편이다.

트라토리아는 리스토란테보다는 규모가 작고 골목 어귀에 위치한 좀 더 캐주얼한 식당이다. 오스테리아는 트라토리아보다도 낮은 등급으로 한국으로 치면 백반집이나 분식집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 타볼라 칼다(Tavola Calda, Hot Table이라는 뜻)와 로스티체리아(Rosticcheria)도 있는데, 주로 간단한 음식을 테이크 아웃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식당의 등급은 음식의 맛과 질이 아니라 격식이나 분위기로 나눈 것일 뿐이기 때문에 높은 등급의 식당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트라토리아나 오스테리아는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가족들이 경영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만 고른다면 싼 가격에 아주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앞서 내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고 언급했던 식당 역시 트라토리아였다.

그리고 이탈리아에는 팁(Tip) 문화가 없다. 나도 잘 몰랐던 때는 그 놈의 체면 때문인지 나갈 때 식탁 위에다 몇 유로 정도 팁을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 중 들른 식당에서 종업원이 팁을 요구한다면 대부분 두 가지 경우이다. 그 식당이 매우 고급 레스토랑이거나,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종업원의 수작이다.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안눈치아타 광장 한 쪽 모퉁이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카페라고 적혀있지만 로스티체리아 정도의 가게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자주 들렀던 곳이다.
▲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안눈치아타 광장 한 쪽 모퉁이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카페라고 적혀있지만 로스티체리아 정도의 가게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자주 들렀던 곳이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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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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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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