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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소속 한 시의원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북부교육지원청이 학교로 이첩한 공문.
 서울시의회 소속 한 시의원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북부교육지원청이 학교로 이첩한 공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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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 관련 학교폭력 현황을 제출하라."
"교사 수업 중 마이크 사용 3년간 현황을 제출하라."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소속 일부의원이 최근 이 지역 초중고교에 각각 요구한 자료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물론 장학사들까지 "수합도 불가능한 자료를 무분별하게 요구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폭력 다문화 조사 자체가 차별...차별 행위 조장?"

15일, <오마이뉴스>는 서울시교육청이 한 서울시의원의 자료 요구에 따라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다문화 학생 관련 학교폭력 현황 (자료) 제출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10월 7일자)을 살펴봤다.

이 공문은 최근 1년 6개월간 벌어진 학교폭력 가운데 다문화 학생들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인 경우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보고해야 할 항목은 발생년도, 학교명, 사건요지, 조치내용 등이다. 제출 기한은 오는 15일까지다.

하지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시의원 이름은 가려 놓았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는 "자료 제출에 대한 항의 등이 있어 지난해 말부터 자료를 요구한 시의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의가 무서워 이른바 '복면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 요구 공문에 대해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폭력대책기구는 물론 학교생활기록부도 다문화 학생을 전혀 분류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데 무슨 수로 다문화 학생의 학교폭력 현황까지 알 수 있겠느냐. 현실을 모르는 자료 요구"라고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도 "다문화 학생을 콕 찍어서 학교폭력 가피해자를 조사하는 행위 자체가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차별' 조장 행위"라고 발끈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한 지역교육청 장학사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료 제출일이 하루 남았는데 우리지역 전체 150개 초중고 가운데 5곳이 자료를 냈을 뿐"이라면서 "그나마 한 학교만 다문화 학생 학교폭력 가해자 현황을 냈고, 다른 4곳은 '해당 없음'이라고 적었다. 내일까지도 특별한 자료 회신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들 대부분이 이런 자료 요구야말로 차별행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나누고, 서울시교육청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의견을 받은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시의회에 '자료 제출이 난감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육청 중견관리는 "우리가 봐도 자료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학교에서 판단하도록 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자료를 요구한 의원 이름을 공개해 달라'는 <오마이뉴스>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할 수 없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보도가 있어서 자료 요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3년 치 마이크 사용 현황 요구한 의원 "파악 중단하겠다"

 
추민규 경기도의원 요구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시흥교육지원청이 학교로 이첩한 공문.
 추민규 경기도의원 요구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시흥교육지원청이 학교로 이첩한 공문.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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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추민규 경기도의회 의원도 최근 '수업시간 중 마이크 사용 3년간 현황' 요구 자료를 경기지역 초중고에 보내도록 했다. 이 공문을 받은 교사들은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에서 "이미 전근 간 교사들도 있는데 무슨 수로 연도별 마이크 사용을 조사하느냐. 황당한 공문"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현황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 현황파악을 중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그:#자료 제출 요구, #의원,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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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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