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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경의선숲길에서 작은 책방을 1년 반 넘게 운영해 오며 책과 사람에 관해 경험한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 기자말

온기 있는, 느슨한 공동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 야금야금 카페 곳곳에 책이 놓인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 야금야금 카페 곳곳에 책이 놓인다.
ⓒ 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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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책방이 열린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는 인권 활동가들의 모임이 있었다. 백만 년 만에 국가보안법이란 낱말도 들어보고 이제 슬슬 귀에 익는 구술 기록 이야기도 들어보고… 공간과 공간 사이, 뚫린 천정을 타고 간간이 소리가 날아들었다 사라졌다.

저녁에는 예술 관계자들의 모임이 예약돼 있었다. 예술상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16년 전 젊은 나이에 별이 된 조각가를 기억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동료 예술가를 발굴하고 독려하는 차원에서다.

오는 10월 20일부터는 일요일 아침마다 시 쓰기 모임이 열린다. 올해 초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는 페미니즘 시선집을 선보인 희음 시인과 연이 닿아 그동안 해오던 모임을 우리 책방에서 열기로 하고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있다(신청은 여기 https://han.gl/hgLK8).
 
지금-여기의 시 쓰기 2019년 10월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희음 시인과 함께하는 시 쓰기 모임이 열린다.
▲ 지금-여기의 시 쓰기 2019년 10월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희음 시인과 함께하는 시 쓰기 모임이 열린다.
ⓒ 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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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시 쓰기 2019년 10월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희음 시인과 함께 시 쓰기 모임이 열린다
▲ 지금=여기 시 쓰기 2019년 10월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 희음 시인과 함께 시 쓰기 모임이 열린다
ⓒ 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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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부터 열흘간, 서울 은평구에 있는 서울혁신파크 SeMA창고에서는 '서재의 유령들'이란 전시가 열린다. 지난해 책방에서 '그림책 x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열어준 윤아 샘이 전시기획자로 변신해 마련한 자리다.

여러 소식들을 책방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알리자, 지인과 책방을 찾는 이들이 응원의 말과 참여의 뜻을 전해줬다. 공간과 책과 사람이 만나면 서로에게 온기 있는, 느슨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는 책방이 이런 고리가 되는 게 참 마음에 든다.

내가 만들고 싶던 책방이라는 공간은
 
예술가들의 피난처이던 카페는 위대한 화가와 소설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정치와 철학의 토론장으로서 카페는 민중의 의회였다. 고독과 싸우는 최후의 보루로서 카페는 고통받는 영혼에게 위안을 주는 안식처이기도 했다.

- 크리스토프 르풰비르 <카페를 사랑한 그들>
  
카페를 사랑한 그들 "정치와 철학의 토론장으로서 카페는 민중의 의회였다."
▲ 카페를 사랑한 그들 "정치와 철학의 토론장으로서 카페는 민중의 의회였다."
ⓒ 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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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카페에서는 시골 농부, 도시 서민과 부르주아 그리고 예술가들이 각자 독특한 분위기와 평판의 카페를 찾아 커피나 술 한잔을 마셨다 한다. 고흐, 고갱, 피카소, 보들레르, 랭보, 사르트르까지 파리의 카페에서는 이들의 삶과 예술이 무르익었다고 하는데, 책방과 책방이 놓인 카페가 점점 닮아간다.

그 옛날 프랑스 카페의 원형처럼, 사회, 문화, 예술,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공기처럼 흐르는 곳. 그리하여 세상을 좀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 애쓰는 것. 모호하지만 나는 책방을 통해 만나게 하고 엮이게 하고 깊어지게 하는 무언가를 바랐던 것 같다. 책을 매개로 한 인연들이 하나둘 쌓일수록 공간도 책방도 사람들에게도 뭔가가 채워진다. 충만해지는 것이다.
      
닫히고 열리는 공간들, 그 사이 휑한 마음

애정하는 작가의 책만 펴내는 독립출판사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꾼다며 영국 여성 코미디언들의 에세이를 코믹 릴리프 시리즈로 엮고 있는 책덕 출판사. 또 한 곳은 미국의 유명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에게 꽂혀 원고를 찾고 엮고 옮기고 펴내고 알리는 파시클 출판사다.

두 언니들이 작당을 해서 책방 건너편에 있는 경의선책거리에 터를 잡았다. '민희와 에밀리'네다. 이 언니들이 앞으로 어떤 '사고'를 칠지 몹시 궁금한데, 희소식도 잠시. 서울 종로에서 10년 가까이 운영되던 책방이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곳은 전시와 토론과 강연의 장으로, 책과 책방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공간이기도 했다.
     
민희와에밀리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 6번 출구 경의선책거리에 독립출판사 두 곳이 터를 잡았다
▲ 민희와에밀리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 6번 출구 경의선책거리에 독립출판사 두 곳이 터를 잡았다
ⓒ 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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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이후 월세를 그만 내기로 했다는 소식과, 지역으로 내려가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글을 접하며 마음 한구석이 휑한 느낌이었다. 책방을 사랑하던 많은 이들이 위로와 격려와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 독서공동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한 샘의 말이 와닿았다. "우리도 언제 월세를 그만 내게 될지 몰라 걱정"이라 했다.

품절, 절판, 재고 없음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와 피터 한트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수상자 발표 직후에는 책을 주문할 수 없었다. 도매업체도, 인터넷 서점에도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품절', '장기품절', '절판', '재고 없음'이라는 현황과 빨라도 다음주 중반에나 출고된다는 메시지뿐이었다.

그렇게 잊힐 뻔했던 문학 작품들이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다시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과, 더이상 월세를 내지 않겠다며 문을 닫는 책방 소식이 겹쳐진다. 절판되고 품절된 책들이 부활하는 순간처럼 책방도 살아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노벨상을 수상해야 하는데...

월세를 그만 내기로 결정해야 하는 삶이란 가슴에 구멍을 뚫는 일이다. 흔쾌히 책방에 필요한 물리적 지원을 해주는 카페를 만난 덕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의 책방은 오늘을 살 수 있지만 스스로 서 있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자립 불가능.

나를, 내가 속한 우리를 살피지 않는 사회에선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옳을까. 오늘도 질문은 계속되고, 나는 여전히 책과 사람 사이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모두가 더 가난해지지 않기를, 그리하여 자유를 구속 당하지 않기를.
 
코믹 릴리프 책덕 독립출판사에서 꾸준히 펴내고 있는 시리즈. 웃끼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 코믹 릴리프 책덕 독립출판사에서 꾸준히 펴내고 있는 시리즈. 웃끼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 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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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

단단, 영림, 영미, 은수, 정수, 채은, 희음(문희정) (지은이), 빠마(2019)


카페를 사랑한 그들 - 파리, 카페 그리고 에스프리

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효형출판(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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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Table.Book.Store. 세상에서.가장.작은.책방. 경의선숲길 번화한 거리, 새하얀 카페 본주르에 테이블 하나 놓고 덜컥, 책방을 열었다. 책에 과도하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그닥’이어서 무심히, 툭, 던지는 느낌으로 ‘옛따’책방이라 이름 붙였다. 책과 사람, 공간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끼적대며 일상과 이상을 넘나들까 한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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