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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이해하는 인사처 돼야...

19.10.11 12:3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공무원도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고, 사용자인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한다. 공무원은 헌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한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은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 공무원은 정부와 정상적인 협상,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때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서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공무원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또는 정부 정책의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쟁의행위와 같이 적극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정부가 공무원의 근로환경과 복리후생이 문제 되기 전에 협상·교섭을 통해 조정하거나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우려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스스로 검토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용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류 없이 합리적 절차로만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는 없다. 공직사회에 노조가 필요한 이유이며,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보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헌법이 부여한 단결권을 토대로 국가직 공무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 인사혁신처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1인 시위는 파업을 통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공무원들이 본인의 연가를 사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투쟁방식이다. 1인 시위 참가자는 노조 전임자가 아닌 이상 연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 도래했거나 정부와 대화·협상에 진전이 없어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선택하는 방식이다.
 
1인 시위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1일 현재까지 3일째 인사혁신처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부교섭 성실이행을 촉구하고, 인사혁신처장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다. 사용자인 정부가 공무원노동자와 교섭을 하면 되는 일이고, 인사혁신처장은 만나서 대화하면 될 것을 1인 시위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시민들의 눈에는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직 공무원 모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부교섭은 공무원노동조합의 일 중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행정부교섭의 정부 측 책임을 맡은 인사혁신처장의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직 공무원을 조합원으로 둔 노동조합이 이번 교섭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당한 공무원노동조합의 설움과 아픈 기억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많은 노동·시민단체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특히 공무원노동조합은 사용자인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었다. 2017년 12월에 행정부교섭이, 올 1월에 우리나라 공무원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정부교섭이 모두 11년만에 타결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서글픈 과거로 인해 공무원노동조합은 절박한 심정으로 교섭에 임하고 있으나,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사혁신처는 소극적 행태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예비교섭에서 보인 인사혁신처의 태도는 소극적인 상황을 넘어 억지스럽다. 정부 측 교섭위원에 대한 정당한 요구에 상식 밖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실무교섭과 분리하여 본교섭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 절차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공무원노동조합은 분노하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정부에서 해왔던 행태와 습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공무원노동조합은 제한된 노동기본권 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부정하는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건강한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성실한 교섭 이행으로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인사혁신처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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