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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베 신조는 히틀러와 스탈린을 합한 독재자의 길을 가려고 한다.
- 호사카 유지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33
 
'아베 = 히틀러' '일본 극우 = 나치스'라는 강렬한 표현이 담긴 호사카 유지 교수의 저서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가 출간됐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지도자를 '히틀러'로 비유한 것에 대해 흥분한 한 보수언론(데일리 신초)이 호사카 유지 교수에 대해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기사를 게재하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해당 기사는 214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호사카 유지 교수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교수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 지식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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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본인이었으나 귀화한 한국인으로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비판하고 일본의 역사왜곡을 반박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본 우익들은 호사카 유지 교수에게 상당히 공격적이다. 아베 정권의 왜곡된 역사관과 영토관을 줄곧 비판해온 그는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매국노' '비국민'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극우 <산케이 신문>은 '다케시마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호사카 유지 교수의 독도 관련 발언을 여러 차례 비판해왔으며, 극우 오피니언 사이트 <이론나>에서는 '한국에 다케시마를 팔아버린 일본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광분시키는 것일까? 단순히 한 사람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만 취급해선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비난의 속내를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거기 과거의 전쟁범죄를 외면하고 치부를 감추려는 심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번 저서를 통해 일본 극우세력들의 사고방식과 속성, 그 뿌리를 집중분석했다. 즉, 일본 극우세력들에게는 자극적인 일침을 가한 것이다. 

​히틀러식 독재 전횡과 섬뜩한 민족차별

호사카 유지 교수(아래 호사카)는 일본 극우세력들이 듣기 싫어할 법한 영역의 주제를 10가지 정도 설정했다. 아베 정권에 대한 이슈, 일본 극우의 정체성과 조직, 최근 한일 간의 갈등 분석들이 망라돼 있다. '일본 출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뒷이야기, 언론 동향, 데이터들을 활용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특징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를 이 기사에서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로 지적되는 것은 독재적 권력을 형성하고 전횡하는 아베 정권의 악랄함이다. 저서를 통틀어 이 부분에 가장 '강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호사카 교수는 전쟁범죄를 외면하고 일본제국식 내셔널리즘을 강화해나가는 아베 정권을 '히틀러'와 '나치스'에 비교한다.

물론 그냥 아베 총리와 일본이 싫어서 히틀러와 나치스의 비유를 드는 것이라면 과도한 비난으로 지적받을 일이지만, 호사카 교수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증과 합리적 비교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먼저 아베 총리에게 내재된 '히틀러식 독재 야욕'을 거론하면서 일본 공무원들의 인사권이 한순간에 장악된 일련의 사건을 짚었다.

호사카 교수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2014년 '내각인사국 설치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본 총리가 주도할 수 있는 인사 역량을 기존 국장급 약 200명에서 심의관 이상 600명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이 일대사적 사건은 아베 총리가 공무원 세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관료들의 복종을 얻어냈다. 이러한 인사권의 전횡으로 인해 유행한 말이 바로 '손타쿠(忖度)', 즉 총리의 마음을 헤아려서 관료들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을 말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사회적인 용어다.
 
도쿄에서 열린 재특회의 시위 사진. "조선인은 몰살"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도쿄에서 열린 재특회의 시위 사진. "조선인은 몰살"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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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증거는 '유대인 탄압'을 연상시키는 민족차별 단체의 존재다. 일본에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라고 불리는 강력한 혐한 단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교토 조선학교 습격사건'과 같은 테러에 가까운 사고를 일으켰으며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이 재특회를 제재하기는커녕 '나치 친위대'처럼 활용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가 재특회 시위에 응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언급했다.

호사카 교수가 인용한 일본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이러한 재특회의 실체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재특회가) 지역에서도 나치 독일의 깃발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을 전국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가스실을 만들라'라는 말까지 외치고 있었다. 오사카의 츠루하시에서는 "츠루하시 대학살을 하자"라고 당시 열네 살의 소녀가 외치고 있었다. 
- 일본 참의원 예산 위원회 민주당 '아리타 요시오' 의원('16.3.18.)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55

이밖에도 호사카 교수는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개헌 내용, 집단자위권 관련 법제를 강행 통과시킨 수법 등을 통해 과거 히틀러와 나치스가 획책한 모략의 유사점을 분석한다. 이에 더해 아소 다로 부총리가 히틀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사례(2017년 8월)도 소개하며 근거를 더하기도 한다.

​정통성 없는 비주류 보수, 일본의 극우세력

호사카 교수는 일본 극우세력의 또 한 가지 치부를 건드린다. 바로 그들이 가진 보수로서의 '정통성'이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보통은 아베 정권을 이전에 비해 '강경한 보수' 정도로만 알고 '그것이 일본의 보수'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아베 총리를 위시한 세력은 일본 보수의 정통이 아니라 비주류 또는 아류로 볼 수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 점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일본 정치사에서 보수의 '본류(本流)', 즉 정통성을 가진 세력은 패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수용하고 전후 일본의 헌법과 체제를 구축한 세력들을 지칭한다. 이 세력들의 거두가 요시다 시게루 전 일본 수상이다. 이들은 세계대전 패배의 굴욕을 느끼면서도 일본의 평화헌법을 수용했고 전쟁을 포기했다. 일본의 군사적 무장보다는 경제발전을 중요시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역점을 두는 세력들이었다.

반면 일본이 침략전쟁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패전 후 성립된 헌법을 개정, 일본군을 부활시켜야 함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다. 이들이 바로 보수의 비주류로 지칭되는 극우세력이다. 이들은 2차 대전에서 일본이 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굴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주자가 기시 노부스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실제로 기시 노부스케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다시피 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러한 비주류 세력(일본 극우)이 1980~1990년대 들어서야 각종 정치 스캔들을 등에 업고 비로소 힘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이 말은 현재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의 역사에는 1940~1990년대 전후 일본 정치를 이끌어온 정통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뿌리가 공허한 정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현 극우 세력들의 정체성은 어디 있을까? 호사카 교수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아베를 비롯한 극우파 세력은 적반하장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비판하는 한국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했다. 한국을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더욱 부각한 이들이 바로 아베 정권의 모체였다.
-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150

무엇이 대량 살상인가? 후쿠시마 원전을 향한 물음

'숨겨진 후쿠시마 원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부분은 일종의 번외편 격이다. 호사카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숨기려고만 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UN,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입장의 자료(<뉴욕타임스> '17.12.29, <로이터 통신> '18.10.11, 영국 <그래프> '18.10.16, '동일본의 토양 방사능 수치 베크렐 측정 프로젝트' 등)를 인용한다.

호사카 교수는 이미 'UN인권이사회'가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우려를 2018년 10월에 발표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당시 UN인권이사회는 "후쿠시마현에서 대피령이 해제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아이와 임신 가능한 여성의 귀환은 미룰 필요가 있다"는 성명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향후, 후쿠시마에서 태어나 자랄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특히 걱정하고 있다"는 특별보고자의 코멘트도 소개했다.

최근 이슈가 불거진 방사선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호사카 교수의 평가는 특히 인상적이다.
 
방사능 물질을 더욱 잘 분리시킬 수 있는 기술이 미국에는 이미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일본은 그런 기술을 우선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일설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렇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베 정권은 비용 때문에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수산물을 섭취한 세계인들이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알면서 정화 작업이 미흡한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량 살상 행위가 아닌가?
-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276

이는 방사능 물질을 분리할 수 있는 실용기술이 존재함에도 개발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국제환경 NGO 그린피스 재팬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무엇이 대량살상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일본 정부가 대답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의 <OO일보> 일본어판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은 아베 정권과 극우세력에 대한 부분이었지만 우리 스스로의 성찰을 호소하는 부분도 있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양국 언론의 차이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의 불균형을 강하게 지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언론이 일본어판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호사카 교수의 비판이다.

실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한겨레> 등은 일본인들을 위해 일본어판 사이트를 별도 운영한다. 일견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영역 확장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일본 언론이 이를 통해 매우 쉽게 한국 관련 기사를 접하고 언론 동향을 읽는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 신문'도 '한국어판'을 운영하고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조선일보 일본어판
 조선일보 일본어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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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말해 일본 신문에는 '한국어판이 없다'. 때문에 한국 측에서는 하나하나 일본 언론 기사를 해석해야 하고, 해석한다고 할지라도 깊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를 통해 상대국에 대한 정보량과 질이 급격히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도 이를 지적한다.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일본 언론에 제공하고 오히려 역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백진훈 의원(한국계 일본인, 참의원)은 조선일보 한국 독자 코멘트의 일본어판을 일본 국회에 공표했다. 그 코멘트의 내용은 강제 징용자 판결 문제의 일본 측 입장을 옹호하는 한국 독자들의 과격한 의견이자 문재인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다. 백진훈 의원이 이런 댓글을 공개한 시점은 조선일보가 한국 독자 코멘트라고 칭해서 댓글의 일본어판을 내보내기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였다.
-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66
 
실제 일본 국회에서 <조선일보> 일본어판 기사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사건이다. 호사카 교수는 해당 발언이 등장한 국회 회의록 원본을 그대로 활용했다. 이렇게 민감한 내용이 왜 당시 한국 언론에는 대서특필 되지 않았을까?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 신문이 '한국어판'을 운영했다면 금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반성할 필요가 있다. 매년 야스쿠니에 공물을 보내는 아베 총리에 치를 떨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하면서도 왜 일본을 비판하는 논리가 더 깊어지지 않는지, 왜 일본의 속내를 추적하려는 보도와 르포가 다수 탄생하지 않는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과 아베 정권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일본의 현실에 대한 한국 언론의 무관심함을 지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 호사카 유지 교수 인터뷰 기사 보기 ☞  "아베 영구집권 할 수도... 한국도 일본 공부해야" http://omn.kr/1l8xx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은이), 지식의숲(넥서스)(2019)


태그:#아베, #호사카 유지, #재특회, #일본 우익,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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