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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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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남은 시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걸까?

북·미 예비접촉(4일)과 실무협상(5일)을 마친 북한이 연일 미국을 압박하는 성명·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시간이 과연 북한의 편인지 남은 계산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대선 일정 등 미국의 국내정치가 북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북미 첫 정상회담의 문턱에 다다르며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가 물거품이 된 2000년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재차 지난 5일(현지시각) 실무협상에서 마주한 미국을 비난하며, '공'을 미국에 떠넘겼다. 비핵화 협상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가 5일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이라고 밝힌 지 하루만인 6일 저녁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북한의 입장이 무엇인지 재차 못 박으며 미국을 압박했다.

김 순회대사와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주요 내용은 같다. 북한이 선행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 송환)에 화답하는 미국의 '행동'(실질적 조치)을 보여달라는 요구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의 반응을 정면으로 '재반박' 하기도 했다. "(북한과) 좋은 토론을 했다"라는 미국 국무부의 입장에 "(미국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라고 날을 세운 것.

스웨덴이 2주 내 회담을 재개하자고 한 제안에도 "(미국이) 2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틀 동안 두 번이나 확실한 의사표시를 보인 북한의 태도는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북한의 편'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은 '빈손'이 아니었다
 
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 읽는 김명길 (스톡홀름=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2019.10.6
▲ 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 읽는 김명길 (스톡홀름=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각)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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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한의 비난처럼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을 진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이 낸 제안으로 알려진 섬유·석탄 수출 제재의 유예 등 일부 제재 완화는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고수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연한 접근·창의적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의 보도처럼 미국의 협상팀이 '잠정 핵 동결'을 제안했다면, 이 역시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접근을 미국이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동결이나 유예는 약속한 기간이 끝나면 재가동을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좋은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미국의 화답(실질적 조치)'을 요구한 배경에는 '시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이 탄핵을 둘러싸고 국내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도 북한의 확신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 국면에 들어서기 전 비핵화 협상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하기에 미국이 두 발 물러선 '양보안'을 가져올 것이라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결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성명을 발표한 건 김정은이 확실한 지시를 내렸다는 뜻"이라며 "북한은 남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북·미 예비접촉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한 것도 북한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3년 만에 발사한 SLBM은 앞서 북한이 지난 5월 4일부터 9월 10일까지 단거리 발사체 실험을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SLBM은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달리, 잠수함으로 몰래 접근해 타격할 수 있는 전략 무기로 직접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북한의 '도발'에도 "지켜보자"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실무협상 직전에 SLBM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트럼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정말 원한다고 판단하며 협상안도 미국이 더 양보할 수 있다고 해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은 북한의 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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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북한의 판단처럼 과연 시간은 북한의 편일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손 뗄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이 '시간을 자신의 편'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국면과 미국의 대선 시간표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70년간 적대국이었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미국의 기본 정서에는 불신이 깔려 있다. '하노이 노딜'이 미국 국내에서 환영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밀리지 않고 강경하게 나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때문에 현재 탄핵조사 등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놓여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는 북한과의 '성과'를 추구하는 걸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협상에서 아예 물러설 수도 있다는 것.

이상근 연구위원은 "탄핵 여론이 거세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북한에) 더 강하게 나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처음 열리는 대통령 예비선거)가 2020년 2월 3일에 열릴 예정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북한 카드를 버리고 재선 준비를 할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역시 "미국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에서 논의를 이어가다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관심 밖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 교수는 "북한의 '시간끌기'로 북미가 2000년도 상황을 반복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2000년 12월 북한방문을 앞두고 있던 클린턴 대통령이 중동평화 협상 때문에 방북을 포기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북한과 중동 모두 미국에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마지막에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사전준비까진 마쳤던 북한은 이후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을 마주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추진이 맞물리면서 북·미정상회담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구 교수는 "2000년에 북한과 미국이 관계개선에 동의했을 때 북한이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했을 거다. 그랬다면 북·미는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썼을 수도 있다"라며 "북한이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만 믿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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