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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이면 선선해지는 계절이 되니 어느새 따뜻한 차를 찾게 됩니다. 더 차가운 냉수를 찾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말입니다. 필요한 것을 찾는 게 본능인가 봅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점점 말수가 적어지며 시큰둥해지더니 모임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화까지 받지를 않았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거실로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한 친구가 부럽기 그지없는 처방(?)을 내놨습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우울증에는 연애가 최고라고 했습니다. 그럴싸했습니다. 선생님 몰래 연애편지를 쓰다 걸려 벌을 서면서도 희죽 거리던 시간, 부모님 몰래 여자 친구를 만나던 때를 생각하니 우울이 껴들 틈새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참 쉽게 생각했습니다. 연애만 시작하면 그까짓 우울증쯤 한방에 날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엄두조차 못 내게 하는 게 우울증이라는 걸 아는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지은이 장웅연 / 펴낸곳 담앤북스 / 2019년 9월 26일 / 값 15,000원)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지은이 장웅연 / 펴낸곳 담앤북스 / 2019년 9월 26일 / 값 15,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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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지은이 장웅연, 펴낸곳 담앤북스)은 우울증을 경험한 저자가 캐리커처를 그리듯 우울증을묘사하고 있습니다.

근심이 밀림처럼 빼곡하기만 해 모든 게 어둡기만 하다는 우울증에 햇볕이 되어 스며들 수 있는 이야기들로 엮은 내용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증세가 어떻고, 우울증에 걸리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화두처럼 툭툭 던지는 자구 속에 갈무리 돼 있던 우울증이 울퉁불퉁 감지될 뿐인데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미세하고도 강력합니다.

우울증이 이런 거라는 느낌이 툭 불거진 광대뼈를 보듯 실감납니다. 이래서 우울증이 힘든 거구나 하는 맞장구가 가슴에서 스멀스멀 일어납니다. 까만 꼭짓점에 가려 좀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해답,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징검다리가 되고 이정표가 돼줄 이야기들이 여기서는 감동으로 저기서는 재미로 들쑥날쑥 깜빡입니다.
 
몸이 다치면 피가 난다. 뇌가 다치면 조금 달라서 망상이 일어날 뿐이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마음이 아니라 뇌부터 치료해야 한다. 참선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결코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하고 전문의가 처방해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마음을 편히 먹는다고 폐병이 낫거나 기분전환을 한다고 부러진 다리가 금세 붙지 않는다. -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187쪽
 
시를 읽듯 읊고, 산문을 읽듯 새기다 보면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어느새 따뜻한 차가 좋아지는 것처럼, 이 책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는 지금이 힘든 사람,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정말 죽을 만큼 힘들면, 공감하라고 하지 않지만 어느새 공감하게 되고, 위로한다고 하지 않지만 어느새 위안이 되고 있다는 걸 가늠하게 되니 비오는 날을 걱정하는 짚신장수의 마음이 됩니다.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에서, 죽음만큼 힘들 때 그려지는 온갖 민낯을 보고나면 죽을 만큼 힘든 지금을 죽을 만큼 가치 있는 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사고의 대전환,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던 지혜를 얻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지은이 장웅연 / 펴낸곳 담앤북스 / 2019년 9월 26일 / 값 15,000원)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장웅연 (지은이), 담앤북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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