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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마을과 청자마을은 대덕구 덕암동 KT&G 신탄진공단 뒤편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태양담배, 청자담배로부터 이름을 따온 이 마을에서 주민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태양마을과 청자마을은 대덕구 덕암동 KT&G 신탄진공단 뒤편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태양담배, 청자담배로부터 이름을 따온 이 마을에서 주민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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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대덕구 덕암동에는 태양마을, 청자마을이 있다. 이곳 마을은 공장, 담배와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1965년 동양 최대의 신탄진 연초제초장이 준공되면서 마을이 생겼고, 당시 유명한 담배 이름인 '태양'과 '청자'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

이제 태양마을, 청자마을 이야기가 다시 쓰인다.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으로부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주민이 직접 이곳을 '에너지자립마을'로 일궈내는 이야기다.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하는 국/시비지원 공모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에 신탄진 지역이 선정돼 친환경 에너지자립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태양마을과 청자마을은 주민 참여도가 특히 높다. 120가구 중 75가구가 태양광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두 마을을 관할하는 덕암동 최현식(68) 통장을 만났다. 그는 마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의 눈에는 우리 동네가 더 나은 곳이길 바라는 주민들의 희망이 응축된 듯했다.
  
공장이 에워싼 마을에 산다는 것
  
덕암동 최현식 통장님을 마을 경로당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에너지전환활동가가 진행했다.
 덕암동 최현식 통장님을 마을 경로당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에너지전환활동가가 진행했다.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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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40여 년 전에 전매청 들어오면서 만들어졌어. 태양마을, 청자마을 순으로 생겼지. 제조창 다니는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서 여기에 사택을 마련한 거야. 마을 이름은 태양 담배, 청자 담배에서 따왔어. 무진리마을도 청자마을 바로 옆인데 거기는 무진장 번창하라는 뜻으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야. 무진리마을은 역사가 깊지. 한 400년 이상 됐어. 송씨, 백씨 집성촌으로 전부 한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을을 공장이 전부 에워싸게 됐어.

여기 사람이 오로록 모여 있는데 다 공장이야. 공장이 한 50개가 넘어. 공장에서 쇠 깎고 볼트 만들고. 도금도 있고 타올 공장도 있고. 이러니 소음이나 악취 등 그런 건 말도 못해. 담배냄새가 이리로 전부 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밖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시퍼렇게 될 때가 있어. 여기는 피해보상을 못 받아. 착한 사람들밖에 안 살아서 집회도 안 하고..."
 
태양마을 경로당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마을 한가운데에 공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태양마을 경로당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마을 한가운데에 공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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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었을 때, 20대에 들어왔어. 지금은 다 칠순, 팔순이 넘었지. 여기가 원래는 대덕군이었는데 지금은 대전시로 편입됐어. 아직도 대덕군 신탄진읍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좀 있어. 여기 땅은 거의 군 땅이나 탄약창 땅이고, 실제로 땅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어. 그나마 공장 주위 야산에서 밭 조그맣게 하는 사람들이 좀 있고."
   
'태양광 농부 마을' 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덕암동 경로당 위에도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다.
 덕암동 경로당 위에도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다.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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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마을은 전체 가구가 70가구야. 청자마을은 50가구 되고. 청자마을은 이미 설치한 다섯 집 빼고서는 다 태양광패널 설치하겠다고 신청을 했어. 태양마을도 30가구 넘게 신청하고.

태양광패널에서 전자파 나온다 뭐한다 뉴스는 많이 나오는데, 여기는 실제로 설치한 사람들이 전기료 이득 본 걸 익히 알고 있어. 우리가 전기담요도 많이 쓰거든. 항상 겨울에 누진세가 나왔는데 지금은... 그리고 태양광패널 설치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면 꺼려지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설치비용 10%만 자부담하면 지원을 다 해준다고 해서 너도나도 신청하게 됐지.

사실 결국에는 다 입에서 입으로 얘기가 전해지거든. 경로당에서 10원짜리로 고스톱도 치고, 같이 떡 해 먹고, 부침개 나눠먹으면서. 아직 태양광이 진짜 좋은 건가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긴 있어. 근데 계속 대덕구에서도 그렇고 태양광 업체에서도 많이 설득하고 홍보를 했으니까.

이런 정책을 홍보할 때, 실제로 우리가 어떤 직접적인 수혜를 겪는지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 방송에 하도 이상한 소문이 많으니까. 처음엔 태양광, 태양열 구분하는 사람도 몇 없었어. 이제 그런 것도 잘 설명을 해주고.

어쨌든 이제 화석연료는 줄여나가야 하는 게 맞잖아. 연탄 대신에 태양광에너지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을이 전체적으로 친환경적인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 여기 노인들이 많은데, 건강하게 살아야 사는 거잖아. 말하고 싶은 건 그거야. 우리 주민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억만장자’가 되자고 다짐했던 덕암동 사람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억만장자’가 되자고 다짐했던 덕암동 사람들.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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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 이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주민이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공장이 에워싸고 있는 이 마을에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세상에 자각시키는 듯했다.

한때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억만장자'가 되자고 다짐했던 덕암동 사람들. 실제로 돈을 벌고 이 동네를 떠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최현식 통장은 '우리 억만장자가 되어서 마을을 떠나자'고 외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곳에서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서로의 어깨를 겯고 있었다.

태그:#마을에너지, #덕암동, #태양마을, #태양담배, #청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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