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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 "엄마,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
나 : "그렇지."
강물 : "그런데 우리는 책 사러 가는 것보다 다른 일로 더 많이 가는 것 같은데."
마이산 : "맞아. 작가 강연 들으러 가고, 랩가사 쓰기 대회도 갔었어."
강물 :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도 했었지."


아이들이 말한 행사들은 모두 군산 지역서점 '한길문고'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문경수 작가의 강연을 듣고 제주도 탐험을 계획하고, 김동식 작가의 강연을 듣고 작가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랩가사 쓰기 대회에선 가사를 써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가전제품을 상품으로 받아 생활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이 점점 서점과 친해지고 있다.

에세기 쓰기 단톡방에 새로운 알람이 울린다. 한길문고에서 '캠핑'을 한다고 했다. 이름하야 '도시에서의 캠핑 #한길문고 '늦여름의 북캠프''였다. 한길문고에서 서점 내부에 텐트를 설치하고 참가자는 간단한 간식만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캠핑이라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나 : "얘들아, 한길문고에서 캠핑을 한대. 우리 갈까?"
강물 : "서점 안에서? 어떻게?"
나 : "서점에서 텐트를 설치해 둘 거래."
마이산 : "가자. 무조건 가자. 재밌을 거 같아. 서점 안에서 캠핑이라니."


캠핑 당일, 한길문고에 들어서자 일곱 개의 텐트가 보였다. 앞쪽 무대를 바라보는 텐트 한 동, 두 줄로 세워진 여섯 동의 텐트들 사이에는 쿠션으로 만들어진 모닥불까지 세팅되어 있었다. 저물어 가는 여름밤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분위기였다. 어른들도 자의든 타의든 같이 참가한 어린이들도 분위기에 취해갔다.

사회자 : "지금 컵라면 먹으면 한길문고에서 자고 가야 합니다."
강물, 마이산 : "좋아요. 엄마 자고 가도 된대."
다른 아이들 (즐거운 표정으로 모두 호응 중)


텐트 안에서 책을 읽고 간식을 나누어 먹는 정도를 예상하고 갔던 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놀라움과 당혹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숨은 책 찾기' 서점다운 보물 찾기였다. 각 팀은 수수께끼의 단서가 적힌 종이를 들고 서점 곳곳을 분주히 돌아다닌다. 나도 강물이와 마이산을 데리고 열심히 찾아 다녔다. 내가 전혀 모르는 책들은 아이들이 더 잘 알았다. 새삼 세대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다.

'독서퀴즈'는 사회자가 퀴즈를 내면 각 팀이 이름을 외치며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힌트가 필요한 팀은 춤이나 노래 같은 개인기를 펼치면 된다. 나서는 거 좋아하지 않고(아니 싫어하고), 춤이나 노래를 대중 앞에서 하는 건 더더구나 생각조차 못하는 우리 팀은 반 포기 상태였다. 
 
서점안의 텐트 안에서 서점에 있는 텐트 안에서 간식타임
▲ 서점안의 텐트 안에서 서점에 있는 텐트 안에서 간식타임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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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는 완전 포기하고 다른 팀 구경에 집중했다. 노래를 하는 아이, 춤을 추는 아이, 심지어 다리 찢기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어른들만 정답을 외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무대로 나와서 춤을 춰야만 했다. 엉덩이춤을 추는 아빠가 압권이었다. 심지어 그는 촬영을 위해 다시 한 번 더 춤을 췄다. 그 자신감과 용기가 부러운 순간이다.

문제는 뒤로 갈수록 배점이 커졌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마지막 문제는 무려 500점이었다. 수능 금지곡을 묻는 문제이다. 현재 1위를 하고 있는 팀이 언제든지 1위를 뺏길 수 있는 순간이다. 여러 팀이 답을 했지만 오답이었다. 강력한 1위 팀이었던 '공책' 팀에서 틀린 답을 말했다. 그 순간 강물이가 손을 들었다.

강물 : "아모르파티요."
잠시 침묵
사회자 : "정답입니다."

 
1등상을 받은 아이들 드디어 표정에 웃음이 돌아왔다.
▲ 1등상을 받은 아이들 드디어 표정에 웃음이 돌아왔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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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우리 팀은 지금까지 0점이었다. 막판 뒤집기를 통해 단숨에 1위 팀으로 급부상한 기쁨도 잠시, 강물이가 정답을 말한 뒤 우리 팀은 응급상황에 처했다. 마지막 문제가 끝났으니 모든 팀은 텐트 앞으로 나와 다 함께 춤을 추고, 1위를 한 팀은 무대로 나와서 춤을 춰야 했다.

나 : "얘들아, 너희들이 나가서 춤을 춰."
강물, 마이산 : "엄마가 나가."
나 : "아이들이 나가는 거야. 집에서 추던 춤 있잖아. 엄마는 출 수 있는 춤이 없어. 정말로."
강물 : "짱구 춤이라도 춰. 얼른 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일단 무대로 올라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나는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나 돼지의 심정이 이랬을까. 잠깐 동안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인생 최대의 난관이었다. 텐트로 돌아오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전함이 느껴졌다.

문제가 진행될수록 풀이 죽어가던 강물이와 마이산은 1등 상품을 환한 얼굴로 받아왔다. 한길문고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집안 살림이 늘어간다. 아이들은 서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서점은 책을 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책과 노는 공간. 책이 촉매제가 되어 여러 문화 행사들이 만들어지는 공간. 이런 놀이문화가 잔잔히 강물이와 마이산에게 젖어들고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한길문고가 있는 군산에 사는 것이 참 좋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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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