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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해 '페미노동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올 2019년은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를 맞이하여 "독립생존을 준비하다"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독립된 주체로 지속가능하게 노동하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5회의 연속강의를 마련했습니다. 3강 <혐오 받지/하지 않고 노동하기 (강사: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 후기를 한국여성노동자회 영영페미 소모임 '페미워커클럽' 지영의 글로 전합니다.[편집자말]
 
 지난 9월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모임 페미워커클럽의 한 멤버가 일상의 성차별을 제보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고깃집 채용 조건이 적힌 구인 광고에서 채용성차별이 적발된 것이다. 20대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근거가 20대 여성의 특성인것 마냥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며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 비판받았다.
 지난 9월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모임 페미워커클럽의 한 멤버가 일상의 성차별을 제보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고깃집 채용 조건이 적힌 구인 광고에서 채용성차별이 적발된 것이다. 20대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근거가 20대 여성의 특성인것 마냥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며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 비판받았다.
ⓒ 알바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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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채용 안 함. 말썽 일으키는 전례가 많았음."

얼마 전 유명 프랜차이즈 고깃집 구인 광고의 채용 조건에 적힌 문구다. 당연히 이 문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논란이 되었고, 여성 혐오라는 항의에 대해 해당 프랜차이즈의 본사는 사과를 하며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가맹점주들을 교육시키겠다고 밝혔다.

 '혐오'를 부정하는 남성들

해당 지점의 점주는 20대 여성이라는 것과 '말썽을 일으키는 것' 사이에는 과학적으로 어떤 인과관계도 성립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성혐오에 기반한 확증편향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했다. 이러한 상황을 법적으로 바라본다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강사 홍성수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차별이 아닌 게 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걸 구분하는 방법 중 (국가인권위원회 법) 차별금지사유라고, 일종의 노란불, 경고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로 채용공고를 하는데, 특정성별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입증해야 해요. 차별금지사유의 원형은 성별, 인종, 장애, 연령, 성적지향 정도로 나오는데 (이것을) 보편적 차별금지사유라고도 해요. 위 내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차별하는 것이) 금지된 사유입니다 (…) 직접차별은 차별금지사유를 근거로 진행되고 직관적아며, 직접차별이 차별의 원형입니다."

국제적인 관례에 비추어봤을 때에도 이 사례는 차별이 맞으나, 본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종결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라고 문제제기한 기사에 비난이 담긴 댓글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장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상당수 댓글의 내용이 다음과 같다.

'혐오발언이랜다ㅋㅋㅋㅋ'
'이해가 갑니다. 오죽했으면'
'어지간했으면 저런 공고가 나왔겠냐고. 무조건 성차별로 몰지만 말고 좀 성실히 살자'
'20대 여성을 왜 뽑아 쓰냐? 북한 이스라엘 여자처럼 군대를 가냐? 할 줄 아는 건 페미니즘뿐인데 누가 좋아하냐? 우리 가게도 남녀 다 모집해놓고 여자 전화오면 뽑혔다고 거짓말하고 안 뽑는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학자가 보기에도 명백한 차별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남성들은 해당 점주를 옹호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보자면 20대 여성은 성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군대도 가지 않으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곤 페미니즘밖에 없다. 결국 논란은 여느 여성혐오 이슈가 그러하듯 남성들의 거센 백래시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강사의 강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근데 흔히들 다수자가 차별받았다고 하는 건, 다수자집단에 속해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소수자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남성이기에 차별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잘 살펴보면 장애, 비정규직, 빈곤, 인종으로 인해 차별받은 경우. 남성으로 표면화되지만 사실 그 안에서의 소수자성이 있다고 봅니다."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3강 <혐오 받지/하지 않고 노동하기>를 주제로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3강 <혐오 받지/하지 않고 노동하기>를 주제로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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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라서 차별? : 직시해야하는 소수자성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상류층에 속하지 않은 이상 불안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공고화된 이중구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하며, 극소수만이 안정된 일자리에 정착할 수 있게 한다. 현재의 경제 구조 및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와 사회 구조가 문제인 셈이다.

당장의 취업이 힘든 이유는 사회 구조와 그런 구조를 만든 자본 때문이다. 여성들은 성차별로 인해 남성들 이상으로 취업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만, 남성들은 자신들이 여성 때문에 차별 혹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을 쏟아내고 나아가 반페미니즘을 외친다. 군대문제 또한 마찬가지로, 20대 남성을 군대로 끌고 가는 주체이자 폐쇄적인 군대문화와 구조를 만든 책임은 명백하게 국가와 국방부에게 있지만, 대다수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여성에게 화살을 겨눈다. 이에 홍성수 강사는 한국남성들은 자신이 겪는 문제를 보다 직시해야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국 남성들의 경우 힘들어 하는 거?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죠. 근데 이건 남성이기 때문에 겪는 억압이 아니라 젊은 세대여서, 현재 살아가기 열악한 환경이라서, 취업이 안 되고 있어서 등과 같이 다른 층위의 문제라는거죠."

당장에 고위 관료나 정치인, 혹은 기업인들이 자신의 자녀의 취업을 청탁해서 프리패스 하거나 원정출산 혹은 의료기록 위조 등을 통해 군 면제를 시킨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이러한 문제들은 명백히 계급과 계층의 문제이며, 홍성수 교수가 말한 대로 남성이라는 다수자성에서 계급과 계층이라는 소수자성이 발현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3강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3강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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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받지 않을 권리, 혐오하지 않을 의무

노동시장에서 받는 차별을 엉뚱하게 여성에게 화풀이하는 것으로는 상황의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체제를 공고화할 뿐만 아니라, '구인 광고 논란'에서 보듯 얼마든지 여성에게 직접적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직접적인 차별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고민이 되던 상황에서, 홍성수 교수는 강의를 갈무리하며 구조의 문제에 대해 분열되지 말고 공동으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혐오는 우리가 싸워야할 전선을 흐트려놔요. 우리가 진짜 싸워야할 대상, 문제들이 있음에도 약화시키게 됩니다. 노동문제의 경우 남녀 따질 것 없이 함께 싸워야 하는 건데 '여성들이 뭔가 더 많은 이익을 받고 있어'라는 식으로 가버리면.. (중략)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 있는데, 결국엔 이곳(일베커뮤니티)이 아니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해요. 재밌고, 즉각적으로 답답함이 풀리는거 같고, 거기다가 지금 상황을 타개할만한 다른 대안이 없고. 근데 이걸 온정주의적으로 볼 수 없는게, 피해자를 낳고 있어요. 그래서 이 고리를 끊어주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삶의 조건인) 복지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답시고 피해자를 양산하고 여성혐오, 소수자 차별을 강화하는 방식의 해결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자기가 처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선 자신이 발딛고 서있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

이번 강의를 통해 사람들이 처한 각각의 문제는 단일한 것이 아님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 각자가 처한 억압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혐오 받지 않기 위해 면밀히 자신의 위치성을 파악해야 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 일상에 인지조차 어렵도록 스며들어있는 혐오의 공기를 일상적으로 마시고 내뱉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혐오인지를 인식하고, 혐오하지 않기 위해 페미니스트로써 어떤 노력들을 해나갈 수 있을지 윤리적 차원의 고민도 필요하다. 우리에게 혐오 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혐오하지 않아야할 의무가 있음을 인지하고 혐오의 매커니즘에 균열을 이뤄내기 위한 실천과 논의들이 더 풍성하게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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