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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세미나.
 1일 오후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세미나.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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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을 쌓아놓고 침략군을 방어했던 고대 한국의 전쟁에서 정말로 위험한 것은 성 밖의 적군이 아니었다. 비탈지고 나무가 많은 산에서는 외국 기마부대가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아군 병력이 소수일지라도 성벽만 뚫리지만 않는다면, 외국 군대가 보급문제 때문에라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외침을 당한 우리 민족이 웬만한 전투에서 대개 다 승리했던 핵심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성 밖의 적군은 무섭지 않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적군과 내응하는 성안의 아군이었다. 성안의 불만 세력이 적군의 지원금이나 관직을 약속받고 반란을 일으켜 성문을 열어줄 경우, 모든 게 끝장날 수밖에 없었다. 성문이 열리면 소수의 아군이 다수의 적군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헤게모니를 상실한 뉴라이트(신우익)도 지금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성 밖'에서 '적군 총사령관' 아베 신조가 북을 울려대며 화살 세례를 퍼붓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일본 기업과 단체의 지원금을 받는 '성안'의 뉴라이트들이 <반일 종족주의> 깃발을 내걸고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적전분열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낙성대경제연구소와 이승만학당 등에 포진한 뉴라이트들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국군의날인 1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식민지역사박물관 돌모루홀을 가득 채운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세미나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뜨거웠다.

"이완용 같은 제2의 매국노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인사말을 하는 함세웅 신부.
 인사말을 하는 함세웅 신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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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한 함세웅 신부(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는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같은 제2의 매국노들이 지금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우리가 건강하면 암적인 요소를 물리칠 수 있지만, 우리가 약하면 박테리아·바이러스나 암적인 요소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라며 뉴라이트에 대한 경계심을 촉구했다.

인사말에 이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민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뉴라이트들이 일본 우익을 답습하는 방법으로 한국 사회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래의 '역사 부정론'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관한 기존 역사를 부정하는 극우세력의 이른바 '역사 수정론'을 지칭한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론자라 자칭하는 극우 지식인들이 기존의 역사교과서를 '자학 사학'에 빠졌다고 공격하면서 일본군위안부·강제동원·강제노동을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무덤 속에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 역사 부정론이 한국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다만, 선수만 한국의 뉴라이트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민철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이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상처를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고통을 가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들의 공세가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해방 이후 줄기차게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피해배상을 요구하며 싸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연구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일제강점기 하의 '한·일 차별'을 '한·일 차이'로 희석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이 일본인과 식민지 한국인 간에 존재했던 명백한 차별을 '민도(民度)의 차' 즉 '국민 수준의 차이에 의한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우익 결집, 아베 신조가 부각될 당시 일본 우경화와 유사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민철 교수(왼쪽)와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성현 교수(오른쪽).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민철 교수(왼쪽)와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성현 교수(오른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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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한 우경화 현상의 남다른 심각성을 분석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최근의 보수우익 결집이 아베 신조가 정치적으로 부각될 당시의 일본 우경화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튜브·카톡·페이스북·트위터 등 새로운 미디어의 인공지능과 하이퍼링크 기술, 접근성 높은 플랫폼들이 이들의 네트워킹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일본의 우경화 과정에서 등장한 넷우익과, 목적에 따라 수없이 만들어진 네트워킹 양상이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한·일 우익세력의 단결과 연대도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6월 30일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판문점 회동을 초치기라도 하려는 듯이 일본 정부가 7월 1일 무역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한국 뉴라이트가 이에 편승해 일본에 협력을 제공한 일에 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한·일 우파간 역사수정주의의 연대와 네트워킹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2019년 7월 1일 아베 정부가 반도체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는 조치를 발표한 그다음날, 이우연(<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역사수정주의자 후지키 슌이치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가서 일제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표를 했다.

그때 후지키 슌이치가 이우연의 양복 옷깃을 매만지고 먼지를 세심히 털어주자 이우연이 멋쩍은 듯 웃는 모습은 한·일 역사수정주의자들의 관계의 본질, 연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창록 교수(왼쪽).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창록 교수(왼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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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발표를 한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65년 청구권협정의 문제점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의 당위성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더해 '식민지배 덕분에 한국 경제가 나아졌다'는 <반일 종족주의> 논리의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도 상당한 관심을 할애했다.

그는 발표 초반에 을사늑약(이른바 을사보호조약) 1년 전인 1904년 6월 11일 일본이 내부적으로 확정한 <대한(對韓)방침>이라는 사료를 언급했다. 대한제국에 대한 기본 전략을 담은 이 문서의 요점은 '한국에 대해 정사상(政事上)·군사상 보호의 실권을 장악하고 경제상으로는 더욱더 우리의 이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한국을 정치적·군사적으로 장악하고 경제적으로도 '우리'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이영훈 교수 같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본제국주의는 한국을 일본 수준으로 만들려 했으며, 그런 식민지배 덕분에 우리나라가 잘살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김창록 교수의 발표를 들었더라면 '우리가 말하는 우리가 그 우리였던가'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이미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받은 사람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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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을 대표해 마지막 발표를 하게 된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이미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필자들은 대부분 뉴라이트로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전쟁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이 주도한 대안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 처분되었다. 이 교과서들이 인정을 못 받았다는 것은 이들에게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학문적으로 다 죽어가던 그들이 <반일 종족주의>를 들고나온 것은 학문적 패배를 정치적으로 만회하기 위해서라고 박 처장은 말했다.

"이들이 기댈 곳은 이제 학계가 아니라 대중들, 그중에서도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보수층이었다. 학계에서는 더 이상 이들의 주장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은 더욱 노골적이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일본 극우세력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와 같은 행보이다.

새역모의 대중적 영향력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일본의 우경화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고 있다. 새역모와 같이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궁극적으로 극우보수 세력이 집권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 이들의 의도일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절실하게 강조된 것처럼, 낙성대경제연구소와 이승만학당 등에 포진한 뉴라이트들은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하고 동족의 속을 긁어놓는 방법으로 일본 극우세력과 보조를 맞추며 촛불혁명 이후의 '학문적 사망선고'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

'성 밖'에서 아베 신조가 북을 치고 화살을 쏘아대는 지금, '성안'에 있는 '이완용 같은 제2의 매국노들'이 반란을 일으켜 성문을 은밀히 열어주지 못하도록 우리 국민들이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이 세미나는 웅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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