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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가 극적으로 2019년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팀이 되었다. 어차피 우승은 SK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시즌 내내 뽐내던 SK는 승차 9경기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시즌 마지막 날 1위 자리를 두산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역시 스포츠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비슷한 말이 감옥에도 있다. 기대했던 재판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오거나, 떨어질 리 없는 가석방 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보면서 감옥에서 사람들은 "징역은 끝나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을 즐겨하곤 했다. 작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병역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11월 1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로 병역거부자들이 이제 더 이상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병역거부자들은 감옥 밖에서도 여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세상을 살고 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대체복무 입법 시한이 가까워지는데도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는 병역거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유죄의 이유

2019년 9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거부자 홍정훈의 항소를 기각하며 다시 한 번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이렇다.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이어야 하는데 홍정훈의 경우는 '삶의 일부만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 신념의 실체 알 수 없거나, 신념이 가변적 유동적인 경우 주장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주장한 신념이 타협적 전략적으로 변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진실한 양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견서에서는 주로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만 언급할 뿐 비폭력 평화주의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점, 산업기능요원 복무는 예전에도 지금도 긍정적인데 군복무는 거부하면서 산업기능요원이 받는 4주 군사훈련은 긍정하는 게 모순이라는 점, 과거 대학 졸업 후 입영영장이 나왔을 때 바로 거부하거나 병역거부 운동을 하지 않은 채 입영을 연기한 점들을 판단 근거로 꼽았다.

홍정훈이 1심 2심 재판에서 일관성 있게 비폭력 평화주의를 병역거부의 이유로 진술한 것은 마치 없던 사실인 것처럼 재판부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 가운데 산업기능요원 복무에 대한 지적은 홍정훈의 진술을 완벽하게 오독한 것이라 논외로 치더라도, 나머지 판단 근거 또한 양심을 판단하기 위한 적절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9월 26일 유죄 선고를 받고 나온 홍정훈씨와 재판 방청을 함께 했던 동료, 활동가들.
 9월 26일 유죄 선고를 받고 나온 홍정훈씨와 재판 방청을 함께 했던 동료, 활동가들.
ⓒ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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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 김형수의 재판부 또한 홍정훈의 재판부처럼 지난해 대법원의 판례를 기준 삼아서 비슷한 판단을 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녹색당에서의 활동은 병역거부 양심이 표출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기독교 평화주의에 입각한 메노나이트 교단 교회를 다니는 것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의 부모나 형제자매 중에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없는 바 과거 '가정환경, 성장환경, 학교생활에서 병역의무의 이행 거부와 관련한 양심이 형성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은 인정하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예비군 훈련 거부에 관한 피고인의 현재 신념이 피고인의 삶의 일부가 아닌 삶의 전부로서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 아니라고 현 단계에서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했다.

현재 병역거부자의 양심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과 검찰의 조사 및 수사는 지난 대법원의 판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위에 판결문 인용에서도 드러나는 바, 병역거부의 양심은 신념이 깊고 진실 되며 삶의 일부분이 아닌 삶 전반에서 절대적인 준칙이어야 하고 가변적이거나 유동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 기준에 입각한 일련의 판결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보여주는 공통된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개를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양심을 판단하려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

첫 번째로 양심의 판단 기준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것이다. 양심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아직 제도가 안착되기 전인 대체복무제 도입 초창기에는 현실적으로 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화된 기준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대체복무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인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지나친 기준으로 심사를 하면 본질적인 목적인 양심의 자유를 오히려 침해할 수도 있다. 특히 양심이 가변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그렇다. 양심은 진지하고 심오한 마음의 소리지만 그것이 고정불변의 성질은 아니다. 삶의 여러 국면에서 자주 흔들리고 유혹받고 때로는 양심을 스스로 배반하다가도 특정한 순간에 발현되어 때로는 목숨보다 더 강하게 지키기도 하는 것이 양심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양심은 개인에 속한 것이지만 개인이 살아가며 맺는 여러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 양상은 양심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당연하다. 고정불변의 양심만을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규정한다면, 이는 지나친 기준이며 예수님이나 석가모니, 간디 등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양심을 불가변적인 것으로 설정하면 현재 국회의 대체복무제 입법과 충돌할 수 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현재 발의된 여러 법안이 예비군 훈련 거부를 인정하고 있고,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입장 또한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시기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심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 병역거부자의 생애 전반을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양심이 형성되어 온 맥락을 살피기 위한 것이어야지, 절대적인 기준을 내세워 과거를 재단하기 위한 것이면 안 된다.

양심의 자유는 보통 사람들 개개인의 보편적 권리

두 번째로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 기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양심의 자유를 보통의 국민들이 누리는 권리로부터 배제시킨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된 모든 국민의 보편적 권리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양심의 자유가 헌법조문 안에서 잠들어 있는 사회였다. 어쩌다 한 번씩 헌법조문에서 사회로 걸어나오는 경우에도 비전향 장기수라든지 병역거부자처럼 감옥행도 불사하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들의 사례를 통해서였다.

즉 우리는 양심의 자유를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결부시켜 생각해본 역사가 없는 셈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특별한 이들의 권리로 오해받던 양심의 자유를 시민의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재판부의 기준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보장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모든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구절은 그저 듣기 좋은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일부 재판장과 검사들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가 속한 교단이나 조직으로 미루어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병역거부자에게 그가 속한 교단의 교리, 혹은 단체의 정관에 병역거부를 하라고 되어 있는지, 종단이나 단체에 병역거부를 하는 다른 신도나 회원이 있는지를 묻는다.

이는 양심에 대한 심각한 오해거나 몰지각이다. 양심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존재하는 개인의 권리다. 어느 교단이나 단체가 어느 개인에게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강요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다. 개인은 조직이나 교단, 단체와 무관하게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양심의 자유의 핵심 개념이다.

양심의 자유와 인권의 진정한 보장이 대체복무제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오랜 세월 병역거부를 이어온 병역거부자들의 조용하면서 단호한 발걸음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움직여 여기까지 왔다. 사실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대체복무 도입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는 실패가 쌓이는 과정이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그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다수의 생각과는 다른 소수의 생각들이 어떻게 한 사회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초기의 시간이 우리에게 약이 될지, 혹은 의미 없는 시행착오만 쌓일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준비에 달려있다.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체복무제 토론회 행사 포스터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체복무제 토론회 행사 포스터
ⓒ 국가인권위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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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10월 2일 국회에서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이미 대체복무를 시행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양심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보장하는 한국형 대체복무제를 만드는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한국 사회의 몫이자 책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의 논평 <법원은 모든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 잇따른 병역거부자 유죄 판결에 부쳐>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해당 논평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withoutwar.org/?p=1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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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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