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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자 회원이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이석자 회원이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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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호미며 괭이만 들었던 사람이, 그림에 '그'자도 몰랐던 사람이 수채화를 그려 군청에 전시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유. 붓을 잡고 있으면 하늘을 나는 것 같아유. 색깔이 나오는 것 보면 신기하구유. 내 그림을 집에 걸어놓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애들 쳐다보는 것 마냥 흐뭇하다니까유."

밭에서 호미를 들던 아낙네 손에 붓이 들렸다. 밭 일구느라 손은 거칠어졌지만, 자식 같은 농작물 키우던 섬세함으로 도화지에 색을 채운다. 이들만의 감성과 분위기가 나타난다.

예산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센터장 조강옥, 충남 예산군, 아래 센터)가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예산군청 1층 문화사랑방에서 여성농업인 회원들의 수채화 작품 25점을 전시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채화 교실 '마음을 그리다'는 여성농업인 회원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센터 작은 전시회에서 얻었던 호응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과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에는 군청으로 나섰다.

"늙는 게 행복해요. 젊어서는 애들 키우느라 그저 아끼고 돈 버는데 정신없었지만, 이제 애들도 다 컸겠다 나만 생각해도 되잖아요. 황혼기가 겁나기만 했는데, 수채화를 배우고 그리면서 전혀 두렵지 않고 정말 좋다니까요."

장경숙 회원이 느닷없이 '늙음예찬'을 펼치는가 하더니 "'어디 가서 뭐라도 배워야 하는데…' 말만 하지 말고 그냥 저질러요. 배우는 재미에 빠질 거예요"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까만 뿔테안경을 낀 이석자 회원도 "그림 그리러 오면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져요. 나의 휴식처에요. 애들이 우리 영감님한테 '엄마 그림 그리러 갈 때는 일 시키지 말라'고 그래요. 열심히 하라고 붓도 이렇게 세트로 사다 줘요. 일만 하던 우리 엄마가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좋대요. 그림을 잘 그리게 되면 우리 집이랑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그려보고 싶어요"라고 거든다.
 
 ‘마음을 그리다’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마음을 그리다’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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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농사지은 것을 가져오니 간식시간도 항상 풍성하다. 오늘은 삶은 밤이 상에 한가득이다.

"그림 그리러 오는지 간식 먹으러 오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아니 이쪽 분은 안 그래도 예쁜디 이렇게 밤도 쪄오시니 더 예쁘시잖여."


훈훈한 시골감성이 흐른다.

"초등학생 때 교실 뒤편에 보면, 그림 잘 그린 친구들 작품을 걸어놓잖아요. 제 그림이 거기에 붙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나이 들어서는 잘해도 못해도 누가 뭐랄 거 없고, 내가 좋으면 되니까."

황순옥 회원이 흐뭇하게 웃으며 "내가 옷 만드는 취미가 있어요. 색상을 아름답게 배색하는데 그림이 도움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어요. 아직은 초보라 안 되겠지만 언젠가 내가 만든 옷에 그림을 그려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답니다"라고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조강옥 센터장은 "지난해 센터에서 열었던 아주 작은 전시를 보고도 '나도 해봐야겠다'며 도전과 용기를 얻으시는 분이 있었어요. 회원들은 실제 그림을 그리며 치유를 받고 계시고요. 이런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어 이번 전시를 계획하게 됐어요. 나이 들어 함께 놀 수 있어 좋다고 하시는 회원분들의 에너지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전했다.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마음으로 그려낸 그림들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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