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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현상이 기후 변화를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맞닥뜨렸다. 지금 당장 정부가 비상 선언을 선포하고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2007년 개봉한 영화 <지구>의 한 장면
 2007년 개봉한 영화 <지구>의 한 장면
ⓒ 엠플러스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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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녹아내린 빙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얼음 조각, 그 위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북극곰이다. 이 이미지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지만, 그 사실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진실, 아니 더 중요한 진실, 기후위기가 먼 나라(북극) 이야기가 아니라는 진실, 기후위기가 바로 나와 이웃의 문제라는 진실은 오갈 곳 없는 북극곰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실이 아니다.

가려진 절반의 진실 속에서 피해는 가난한 이들,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700여 명이 사망한 1995년 시카고의 기록적인 폭염 피해를 분석한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폭염 피해가 노인, 빈곤층,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음을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4301명에 달하고 사망자가 48명이라고 집계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폭염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71명이고, 이중 8명이 사망까지 이르렀다. 폭염 질환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최근이고, 한국의 산재인정률이 매우 낮은 것을 고려할 때 노동자들의 피해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폭염 산재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4명에서 2108년 36명으로 증가했다. 4년새 무려 9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8년의 폭염이 100년 만의 기록적인 이상기후이긴 했지만, 2018년을 제외하더라도 폭염 산재 피해는 매해 늘고 있는 추세다.  폭염 산재 사망자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산재 사망 업종도 확대되고 있다. 2014년 건설업에만 한정되었던 폭염 산재 사망자가 최근에는 농업과 운수창고업, 임업, 제조업, 심지어 서비스업까지 확대되었다.

기록과 통계를 떠나, 올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보편적이지만, 기후피해는 불평등하다. 그래서 북극곰은 틀렸다.

마지노선, 1.5℃
      
문제는 2018년 여름과 같은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전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했을 때에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점들, 그리고 왜 2℃가 아니고 1.5℃를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기후 상승 목표치를 1.5℃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는 그것이 결코 쾌적하거나 안전한 온도이기 때문이 아니다. 1.5℃와 2℃의 차이를 단순화하자면, '심각하다'와 '알 수 없다'의 차이다. 1.5℃ 상승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과 폭우, 해수면 상승과 같은 이상기후가 더 자주, 더 심각히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반면, 2℃가 넘어가면 인간의 행동과 상관없는 돌발적인 연쇄효과로 인해 추가 기온 상승이 일어난다고 예측한다.

예를 들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바다가 드러난다. '눈부신' 빙하는 햇빛을 반사하지만 '짙푸른' 바다는 흡수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사막화가 확대되고 숲 지대의 화재 발생이 늘어난다. 고위도 지방의 땅이 녹으면 묻혀 있던 메탄가스가 활성화돼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한다. 이러한 연쇄효과로 추가 기온 상승이 일어나는데 2℃를 넘게 되면 연쇄 효과의 작용으로 되돌이키기 어렵게 되고, 그에 따른 기후피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년 남았다. 1.5℃가 목표라고 했지만, 앞으로 1.5℃가 남은 게 아니다. 1850년 기준 1.5℃고, 이미 지난 150여 년 동안 1℃가 올랐다. 0.5℃ 남았다. 150년 동안 1℃ 상승했으니, 0.5℃면 75년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탄소 배출량과 기온 상승 관계를 추적하면 둘 사이의 방정식이 나온다. 이 계산식을 이용하면, 2℃를 목표로 했을 때, 1.5℃를 목표로 했을 때 허용 가능한 탄소 배출 총량을 구할 수 있다. 이를 탄소예산이라고 한다.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부터 계산하였을 때 탄소예산은 420기가톤(Gt)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해 약 50Gt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1.5℃에 맞춘 탄소예산은 모두 탕진된다.

고용의 문제, 노동의 문제
  
지난 9월 21일 국제 기후 주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21일 국제 기후 주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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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예산에서 합리적 선택지는 하나, (탄소)긴축이다. 과학자들은 향후 30년 동안 매해 18%씩 탄소배출을 줄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경기침체로 인해 탄소배출이 15% 가량 감소했다. 다른 대책이 없다면 30년간 IMF 시절을 능가하는 긴축을 경험해야 한다.

다른 대책 중 하나는 (사실 거의 유일한 대책은)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탈탄소 전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12일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최초로 탄소배출 제로 계획(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100% 감축)을 발표했다. 일본 역시 목표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제로 정책을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고, 노르웨이 2030년, 핀란드 2035년, 아이슬란드 2040년, 스웨덴 2045년, 프랑스, 독일, 덴마크,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정책 목표를 수립 또는 논의 중이다.

각국이 제시하는 탄소중립 정책의 주요 수단은 내연기관차 퇴출,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석유, 가스 포함) 에너지 사용 축소 또는 중지, 대중교통 활성화 등이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의 경우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을 목표로 제시했고, 독일의 경우에도 2040년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명백히 내연기관 퇴출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50년까지 국내외 판매하는 모든 승용차를 전기차 또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자칫 구조조정,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 악당이라고 비판받는 한국도 미세먼지 대책 수립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내연기관 판매 종료를 '검토'한 바 있다. 노동조합에게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도,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차별과 착취 없는 전환 위해 노동조합 나서야

기후위기는 노동의 위기다. 노동운동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함께 나선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한 걸음 뗀 것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의 절박함, 시급함에 비하면 너무 한가로운 행보일 수 있다.

한 걸음 이후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과거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노동운동에 환경 문제는 언제나 나중의 이슈였다. 여전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도 비준하지 못하는 현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 과로, 산재, 차별 등 각종 노동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인 현실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법원판결 이행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로 수십일 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이후 11번이나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도 정규직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허공에 오른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노동의 위기라고 해도, 노동자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위기일 뿐일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대기오염에 맞서 집단적 해결책을 포기한 채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순간,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의 말처럼 '자본주의가 이기기'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가 차별과 착취 없는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한 불평등과 위기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괴된 행성 위에 일자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 / 기후위기, 비상행동]
① "온실가스가 빚은 파국, 기후 파업을 선언한다" 
② 과학자들 경고에 침묵한 한국 "진실 인정해야"
③ "폭염에 1만5천 명 사망, 기후가 인간 생존 위협"
 
[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 방법]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은 시민들의 참여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행동에 함께 해 주세요.
온라인서명과 인증샷: 웹사이트 (https://www.climate-strike.kr/)에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입니다


태그:#기후위기, #민주노총, #노동운동, #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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