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영화제 지난 28일 토요일 11시, ‘관객과의 대화 中 요망진 당선작 1’ 현장.
 K대 00닮음...93년생, avi (정혜원 감독),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윤미영 감독), 그녀의 씬(김경주 감독)

▲ 제주여성영화제 지난 28일 토요일 11시, ‘관객과의 대화 中 요망진 당선작 1’ 현장. K대 00닮음...93년생, avi (정혜원 감독),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윤미영 감독), 그녀의 씬(김경주 감독) ⓒ 임효준



'변함없이 변화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제20회 제주여성 영화제'가 열렸다. 

'제주여성영화제'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가 제주 사회에 소개되면서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는데, 이는 다음해 '제주여성영화제'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이후 20년 동안 제주여성영화제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 체험이 어려웠던 제주도민들에게 소외됐던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여성의 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여성주의 영화를 소개해왔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제주 메가박스에선 '관객과의 대화 中 요망진 당선작 1'이 열렸다. 이 자리엔 < K대 00닮음...93년생, avi > 정혜원 감독과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 윤미영 감독, <그녀의 씬> 김경주 감독이 함께 했다. 

<그녀의 씬>은 70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70대 노인 순옥과 죽음 직전의 순옥의 딸이 무겁지만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그린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걸작으로 꼽힌다. 

김경주 감독은 "영화를 영원히 놓고 싶지 않다"며 "문제의식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실제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자기반성의 마음으로 '그녀의 씬'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뭔가?'라는 강은미 제주여성영화제 요망진당선작 예심위원의 질문에 눈물을 보인 김 감독은 "죽어가는 딸에게 엄마는 조화인 '해바라기'를 처음에는 보여준다"며 "마지막 씬에서는 진짜 살아있는 해바라기가 핀 초록 잔디 위에 잠든 그들을 통해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사람과 죽어도 진정 죽지 않은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여성영화제 포스터 현수막

▲ 제주여성영화제 포스터 현수막 ⓒ 임효준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는 키우던 고양이마저 죽고 혈혈단신 버티고 있는 미숙이 영어 발음이 좋지 않아 직장에서 잘리고 결국 죽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박미숙을 연기했던 윤미영 감독은 "영화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터 같은 것"이라면서도 "(직접적으로)돈을 못 벌어 안타깝다"며 단편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말했다. 

윤 감독은 "'박미숙'이 입었던 옷들도 모두 내가 실제로 입고 아끼는 옷들"이라며 "세상에 혼자뿐인 미숙은 직장을 잃어 어둡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선 동화 같은 밝은 면이 있다. 이걸 영화 속에서 이불과 옷들로 알록달록하게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 K대 00닮음...93년생, avi >은 대학생 '혜원'이 한순간 퍼진 야동으로 인해 어두운 지하방에 홀로 불안에 떨며 사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영화는 그래도 살아가려 하는 그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을 영화화한 정혜원 감독은 "이 시대 '불안'에 대해 늘 생각한다"며 "인간 공동체 속에서 '불안'은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성장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숨기고 탈의실과 화장실 등 어디에서나 불안해하며 음식점 설거지 일을 찾아야만 했던 '혜원'과 지금의 여성들이 마치 또 다른 혜원인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마지막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관객심사단으로 참여한 박주현(36)씨는 "영화관련 일을 하다 제주로 살려 내려온 지 6개월째"라며 "다양한 문화생활 공간이 없는 게 아쉬웠는데 20년이 된 제주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고 놀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아지고 있지만 여성으로서 불평등한 일들은 늘 있다"며 "20년이나 된 제주여성영화제가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여러분의 고민을 적어주세요 소통하는 제주여성영화제 관람객들

▲ 여러분의 고민을 적어주세요 소통하는 제주여성영화제 관람객들 ⓒ 임효준

  
제주여성영화제 소통하는 공간들이 있어 제주여성영화제는 특별하다.

▲ 제주여성영화제 소통하는 공간들이 있어 제주여성영화제는 특별하다. ⓒ 임효준

 
초등학교 6학년 윤주현(13) 아들과 함께 온 신용의(51) 어머니는 "집에서 일하는 엄마이지만 여기에 와서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학교에서 성교육도 잘하고 계시겠지만 직접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올해 총 141편의 응모 영화 중 11편의 영화가 예선을 통과해 상영됐다.

한편, 제주여성영화제가 지금까지 상영된 영화만 대략 500여 편이 넘고 아프리카, 스페인, 브라질, 캐나다, 일본, 코스타리카, 폴란드, 인도,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 영화가 상영됐다.

소개된 작품들도 차별과 폭력, 협오에 맞서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며, 나이와 국경, 계급을 넘어 여성연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단편경선(요망진 당선작)은 여성감독 발굴 및 지원을 통해 여성주의 영화제작의 활성화를 도모해 감독을 꿈꾸는 여성들이 도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제주매일에도 보냅니다.
제주여성영화제 윤미영 감독 김경주 감독 정혜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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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사물에 대한 본질적 시각 및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을 진검승부 펼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증거가, 단 한순간의 아쉬움도 없게 그것이 나만의 존재방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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